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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68614505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25-03-18
책 소개
목차
2024, 조우
2013, 목격
2013과 2006, 신세계로
2006과 2013, 계급의 사다리
2024, Sleeping Lotus
2024, 도망자
2024, 깊은 꿈
현실과 공상, 진실의 무대
유약한 사냥꾼과 영리한 토끼
2024, 아주 얇게 타오르는 가느다란 불꽃
2013, 이를테면 엇갈린 기억
2013, 진실게임
2024, 깊은 잠
2024, 당신의 자리
나쁘지 않던 시절에 그린 한 편의 우화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남자가 나를 돌아봤다. 그는 헐거운 검진복 때문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온 사람이 아니라 병실 앞에서 대기하는 환자로 보였다.
뜨거운 숨을 누르며 마음을 추슬렀다. 이 촌구석에서, 발목만 붙잡는 집에서 벗어나려면 대범해져야 했다. 설사 그것이 살해를 공모하는 범죄거나 내가 나서서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현재를 바꾸려면 피하고 싶은 일도 어떻게든 참고 해내야 한다. 이깟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 이 모든 광경은 사실이 아니다. 그저 잠깐 꾸는 꿈이다. 나는 자주 하던 대로 속으로 가만히 되뇌며 버텼다.
나를 도운 타인은 줄곧 없었다. 나를 보호할 울타리가 없었고, 부모가 사라진 뒤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어떤 길도 처음 길을 낸 사람이 있으며 각자 갈 길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앞으로도 운명을 만드는 건 오롯이 나일 터였다. 엄마가 흘렸던 피를 마음에 아로새기며 내가 행운을 만들고, 불운은 걷어내겠다고 다짐했다. 불행은, 더군다나 내가 만들지 않은 사건은 그저 운이 없어 생긴 것일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