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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범죄문제
· ISBN : 9791169090681
· 쪽수 : 36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죽음의 키보드
2장 퍼즐 살인범
3장 살인 유령
4장 가짜 단서
5장 목숨을 위협하는 모성애
6장 소리 없는 죽음
7장 인터넷 애인
8장 강간살인
9장 남은 것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우리 법의학자들은 ‘죽음의 키보드’를 다룰 줄 안다. 분명히 말하지만, 죽음에는 아주 특수한 키보드가 장착되어 있다. 지금부터 내가 포괄적으로 보여주려고 하는 죽음의 목록이 너무 학술적이고 삭막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상적인 사인이 열거된 그런 목록만으로는 죽음의 갖가지 얼굴과, 이를 둘러싼 복잡하기 그지없는 상황을 결코 제대로 볼 수 없다. 개개인은 저마다 독특하며, 개별적인 죽음 하나하나도 마찬가지로 독특하기 마련이다. 빠르건 느리건 사람을 저승으로 보낼 수 있는 방법은 수천 가지가 넘는다. 하지만 이 많은 방법을 사망 유형별로 구분하면 ‘자연사’‘비자연사’‘사인불명’ 딱 세 가지로 압축된다. 법의학자가 담당하는 것은 뒤의 두 가지다.
수사관이나 법의학자라면 누구나 현장의 단서가 조작될 수 있음을 안다. 가령 자살로 보이는 현장의 유서나 시신의 손에 들린 총기 등은 살인을 숨기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연출할 수 있는 단서들이다. 심지어 실험실의 결과나 중대 형사 범죄의 피해를 입은 생존자의 신체 부상까지도 위조할 수 있다. 다음의 몇 가지 엉뚱한 사례가 보여주듯이, 아이디어의 풍요에는 끝이 없는 것 같다. (…) 그러나 노련한 법의학자를 속이기 위해서는 〈덱스터〉나 〈CSI: 마이애미〉 시리즈 몇 편을 시청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최근 베를린의 한 의사가 뼈저리게 체험했듯이 의대 졸업증도 충분한 자격이 되진 않는다.
이런 생각은 직감에 지나지 않았지만, 나는 직감의 신호에 주목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다. 사람의 직관은 잠재의식이 오랜 세월 겪은 경험의 전체적인 합계로서 나타날 때가 많다. 이번 사건에서 내 직관은 이 사건이 일산화탄소 중독과 관련 있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시신의 혈액은 선홍색으로 변색되었지만 그것만으로는 뭐라고 진단할 수 없었다. 나는 연구소 독물학자들에게 혈액의 헤모글로빈에 함유된 일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서 즉시 결과를 알려달라고 부탁했다. 이때 포름알데히드 검사 같은 비전문적인 속성 검사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장클로드 부아니 가족 전체의 목숨이 달린 일일 수도 있었다. 사망자의 혈액이 선홍색으로 바뀌었다는 것이 올바른 판단인지 시급히 확인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