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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69092142
· 쪽수 : 304쪽
· 출판일 : 2024-03-28
책 소개
목차
1 스크랩북
기억 속의 노인들 / 학교라는 계단 / 상황에서 배우다 / 전쟁의 버팀목 / 미스 마플의 추리법 / 중도하차 / 사자병풍 / 선집의 편집자 / 영화의 수명 / 내게 와닿는 목소리 / 미니 신문 / 모아둔 것의 행방
2 희미한 기억들
사신과의 경주 / 통하는 것과 통하지 않는 것 / 넘쳐흐르는 것 / 핀으로 고정하기 / 갈림길에서 / 올 타임 베스트 / 변하지 않는 척도 / ‘천천히’부터 시작하기 / 정치사의 맥락 / 넘침에 관하여 / 무소처럼 걸어라 / 에드거 앨런 포의 되감기
3 나만의 색인
기억의 재편집 / 별명으로 시작하기 / 조사 / 보이지 않는 노력 / 별명 / 반동의 사상 / 조상 찾기 / 서서히 친해지는 친구 / 여름방학이 끝나고 / 망각록 / 내부에 살고 있는 외부 / 슬픈 결말
4 쓰지 않은 말
언어의 사용법 / 인간의 언어를 뛰어넘는 꿈 / 자랑스럽다는 말 / 김학영의 “얼어붙는 입”과 일본 / 꿈에서 만나는 일본어 / 말 뒤에 있는 말 / ‘만약’이 금지될 때 / 나도 모르는 내 안의 언어 / 번역의 틈새 / 말에 묻어나는 통찰력 / 이순 / 부재한 채 전해지는 언어
5 그때
그가 한 발을 내디뎠다 / 두 개의 사건 / 크게 파악하는 힘 / 1904년의 반전론 / 제일 처음 한 방울 잡담의 역할 / 내면의 소극장 / 써내지 못한 문제 / 일본 교육사 외전 / 미국과의 단절 / 보이지 않는 수집품 / 자신을 지키는 길
6 전쟁의 나날
소문 속에서 자라다 / 부분 점수 / 기억 속에서 커가는 존재 / 나는 왜 교환선에 탔는가 / 내가 바라는 것 / 탈주의 꿈 / 전기를 읽다 / 투란도트 공주 / ‘대동아전쟁’은 어디에 있었나 / 역사의 그림자 / 서로 / 나의 독일어
7 미국, 그 안과 밖
폭풍우의 밤 / 화성으로부터의 침공 / 미국인 가족 / 미일전쟁 / 체험을 통해 다시 읽기 / 바위 위의 헌법 / 공자가 말하길 / 멕시코에서 미국을 바라보다 / 고대 왕국 / 대화를 나누는 장소 / 국가군으로 이루어진 세계에서 / 농락당한 사람 / 다 쓰지 못한 말 _277
후기
옮긴이의 말
책속에서
나는 그 전쟁에서 일본이 미국에 질 것을 알고 있었다. 일본이 정당하다고 생각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질 때는 지는 쪽에 서야 할 것 같았다. 만약 이기는 쪽에 남아 수용소에서 먹을 것 걱정 없이 지내다가 미일전쟁의 끝을 맞이하게 된다면 그 이후로 내가 살아가야 할 길이 보이지 않을 듯했다. 그건 그냥 흐릿한 느낌이었다. 그러나 육십이 년이 지난 지금 돌아봐도 후회하지 않는다. 희미하지만 그 자체로 흔들림 없는 사상이라는 것도 존재한다고 나는 믿는다. _「사신과의 경주」
나는 눈을 뜰 때 여러 층의 의식이 기억에 남아 있는 사이에 그 흔적을 글로 옮긴다. 무의미할 때도 많지만 가끔 괜찮은 생각과 만나기도 한다. 인간은 있어도 되지만 없어도 된다는 감촉도 그중 하나다. 거기서 한 단계 더 깨어나면서 인간은 있어도 되지만 만약 있다면 이유를 달아 서로 죽이지 않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진입한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절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_「에드거 앨런 포의 되감기」
팔십 대에 접어든 후로는 세상을 뜬 사람과 살아 있는 사람 사이의 구별이 옅어졌다. 칠팔십 년을 만난 사람은 그 자체로 매우 강한 존재감을 가지고 내 안에 살아 있다. 마루야마 마사오는 육십 년도 더 이전인 전쟁 중에 논문을 통해 알게 되어 실제로 육십이 년을 만난 사람이다. 그의 죽음은 만남의 끝이 아니다. _「잡담의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