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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사상/사회사상사 > 사회사상/사회사상사 일반
· ISBN : 9788976823748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12-03-11
책 소개
목차
옮긴이 서문 / ‘멀다’와 ‘가깝다’ 사이
부서진 대지에, 하나의 장소를 _ 사사키 아타루
일본인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_ 쓰루미 슌스케
지금부터 인류는 위험한 다리를 터벅터벅 건넌다 _ 요시모토 다카아키
전쟁으로부터, 고베로부터 _ 나카이 히사오
인간은 이미 기술을 어찌할 수 없는가? _ 기다 겐
두 가지 신화와 무상전략 _ 야마오리 데쓰오
미래로부터의 기습 _ 가토 노리히로
시작도 끝도 없다 _ 다지마 마사키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 _ 모리 이치로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은 것이 있고 때론 생각하는 편이 좋은 것도 있다 _ 다테이와 신야
사건의 때 _ 고이즈미 요시유키
자연은 당연히 난폭하다 _ 히가키 다쓰야
우리들 ‘후쿠시마’ 국민 _ 이케다 유이치
노동-생의 경계와 마주하여 _ 도모쓰네 쓰토무
중간 휴지와 취약함의 규모 _ 에가와 다카오
3.11 이후의 지구적 아나키즘 _ 고소 이와사부로
원전에서 봉기로 _ 히로세 준
반원전의 증표 _ 『도래해야 할 봉기』 번역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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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이 소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실로 어려운 대목입니다. “말해”라는 압력에 굴하지 않고 사망자와 이재민을 ‘이용’하지도 않고, 그런데도 이 사태에 관해 진지하게 무언가를 말해야 한다면 말이죠. 거의 줄타기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어느 작가가 제게 다소 침통한 내용의 글을 보내 왔습니다. 즉, 이 사건조차 옴진리교 사건처럼 2, 3년 동안 문학, 사상, 비평에서 ‘소재’로 소비되고 그대로 잊혀지지는 않을까라고요. 그럴지도 모릅니다. 들뢰즈가 비난했듯이 “이용”하고 “시체를 먹는” 사람들은 또 등장하겠죠. 예를 들어 지진 재해를 화젯거리로 삼은 소설이 차례차례 출판되거나 ‘9.11에서 3.11로’ 등을 제목으로 뽑은 사상, 비평의 게임이 전개되겠죠. “자, 축제다. 일대 이벤트, 게임의 시작이다. 소재는 대지진과 원자력 발전 사고다. 누구 머리가 제일 좋은가?”라고요. 그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진심으로.― 사사키 아타루, 「부서진 대지,에 하나의 장소를」(본문 46쪽) 중에서
전력 업계는 지역 독점 기업인데도 텔레비전 업계에 거액의 광고료를 뿌려 여론을 조직적· 전략적으로 유도해 왔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원전 사업에 반하는 이견을 봉하는 데는 광고를 끊겠다는 위협만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면 원전을 반대하는 의견은 조직적으로 밀려난다. 일단 그런 흐름이 만들어지면 구태여 개개인을 매수하러 나설 필요는 없다. 원전 정책이 일을 만들어 내고, 따라서 조직과 직장을 만들어 내고, 많은 낙하산 인사, 연구기관, 심의회를 만들어 낸다. 그렇게 부풀어 오른 조직과 인원은 서로를 보증하고 뒷받침하고 인가하고 익찬한다. 개중에는 돈에 눈이 멀어 먼저 나서는 자도 있을지 모르지만, 그런 ‘저차원의 관심’에서 움직이는 경우는 예외적일 것이다. 대개는 시대의 물결에 올라타서 옮겨 가는 것일 뿐이고, 오랜 세월의 친분과 신사적 교제가 있어서 임원이 되는 걸 뿌리치지 못한 것일 뿐이고, 자리에 이름을 올린 것일 뿐이리라. 부러 이기적인 짓을 할 작정도 없고, 그런 습관이 있는 자들도 아니다. 다만 다양한 의견과 반대 입장의 목소리를 도통 알아듣지 못하니 식견이 좁고 편향되어 있다는 지적은 면키 어렵다. 그리고 그게 이단을 꺼리고 대립을 배제하고 원만히 화합해 나가자는 익찬체제의 본질이다. ― 다지마 마사키, 「시작도 끝도 없다」(본문 144쪽) 중에서
지키고 전해야 할 사물을 돌보는 것이 곧 세계를 사랑하는 수업인 것이다. 반면 후대에게 남겨야 할 이유가 없는데 언제까지고 끈질기게 남아 있는 사물도 있으니 그런 것은 늘리지 않는 편이 현명하다. 한번 불붙으면 다음 세대에도 피어올라 언제 어느 때에 다시 타오를지 모를 복수심에, 인류는 아주 오랫동안 골치를 썩어 오지 않았던가. 그런데도 용서의 기적을 바라는 심리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여전히 남아 있다. 하지만 수만 년이 지나야 겨우 반감기로 들어가는 방사성 물질은 일단 제조되면 돌이킬 수 없으며 반영구적으로 저주를 뿌린다. 용서할 수 있는 것은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도 모르는 채 당사자가 범한 잘못뿐이다. 세계를 파괴하리라는 사실을 분명히 알면서도 눈앞의 편리나 이익에 이끌려 핵연료 쓰레기를 세계에 부지런히 쌓아 가는 21세기의 원자력 주민-별칭 지구 시민-의 비도非道를 미래의 인류는 결코 용서해 주지 않을 것이다. ― 모리 이치로, 「세계를 사랑한다는 것」(본문 160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