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69094436
· 쪽수 : 228쪽
· 출판일 : 2025-10-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Part 1 10월 카드명세서
작업용 노트북 61,900원
엄마 병원비 73,319원
전화 영어 17,600원
오키나와 왕복 항공권 34,100원
향수 29,400원
책장 10,600원
필름 공구 10,100원
가다실 2차 접종 63,400원
여름 원피스 19,600원
바디로션 10,630원
도시락 11,000원
Part 2 일시불 항목: 티끌 모아 태산
정신건강의학과의원 44,400원
보은이 선물 8,000원
대중교통 117,700원
시사 주간지 4,000원
생활 잡화 10,000원
식대 312,060원
에필로그
저자소개
책속에서
불안할 때마다 각종 금융 앱으로 신용대출 예상 이율을 조회하며 빚쟁이로서의 삶에 대해 심리적 준비를 해오던 나는, 대학원 마지막 학기가 시작될 때쯤 결국 시중은행에 소액 신용대출을 신청하게 되었다. 한도 500만 원 중 400만 원을 빌렸다. 최대 한도까지 빌리지 않은 이유는 자존감, 존엄, 그 비슷한 것 때문이었다. 엄마, 아빠, 친척 들이 돈 문제로 언성을 높이고 험한 소리를 주고받으며 헐뜯는 모습을 어릴 때부터 질리도록 보아온 나에게 ‘빚’은 파멸의 동의어나 다름없었다.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고, 해를 입히고, 관계를 갈라놓고, 종국에는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불행의 씨앗. 무능에 따르는 응보이자 천벌. 평범한 삶의 종말. _프롤로그
훗날 엄마는 그날의 전화를 두고두고 후회한다고 말했다. 내가 미국에 온 지 1년째 되던 해 여름, 처음으로 막내 이모할머니 집에 방문한 엄마는 할머니 눈치를 살피느라 잔뜩 움츠러든 내 모습, 집안일을 하느라 습진에 걸려 마디마다 진물이 흐르던 내 손을 보고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딸을 한국으로 도로 데려올 처지도 못 되었던 엄마는, 귀국하는 비행기에서 내내 가슴을 쳐야 했다. _전화 영어 17,600원
그날부턴 옷을 입기 전에 무조건 냄새부터 확인한다. 옷장 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싶으면 새빨개진 얼굴로, 빈집에 숨어든 강도처럼 서랍이란 서랍은 죄다 탈탈 털어 빨래를 돌린다. 가난이 싫은 이유로 치자면 가난 때문에 욕구를 유예하는 일쯤 대단히 중한 것도 아니다. 욕구를 절제하는 일은 한때 청렴하고 검소하다고 칭송받던 태도니까. 하지만 가난으로 인해 내 존엄에, 자존감에, 사람들과의 친밀감에 한계가 지어지는 것, 그것이 숨통을 조여와도 타격이 없는 척, 원래 좁고 초라한 자아를 타고난 척해야 하는 것―이것이야말로 절망스럽고 견딜 수 없는 것이다. 내 입으로 들어와 내 몸 밖으로 나가는 것, 몸 위에 걸치는 것까지, 가난은 나를 관통한다. 나는 가난에 절여진 청어 같은 건가. _향수 29,400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