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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인문 에세이
· ISBN : 9791173325069
· 쪽수 : 348쪽
· 출판일 : 2026-02-23
책 소개
옳고 그름의 경계가 흔들릴 때, 당신은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
최근 우리는 법의 판단을 마주하며 그 결론에 의문을 제기할 때가 많다. 대법관 증원 논의, 검찰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갈등, 중대 재판 결과를 둘러싼 논쟁 등 사법 판단의 옳고 그름에 대한 질문이 이어진다. 판단은 어떤 과정과 기준을 통해 형성되었을까. 여기에 정답이 있을까.
법전 속에 갇힌 문자를 삶의 현장으로 불러내는 작업을 지속해온 차병직 변호사의 신간 《경계에 서는 법》은 법적 정의와 판단을 주어진 결론이 아니라 끊임없이 검토되어야 할 사유의 대상으로 전환한다. 사실과 허구, 법과 현실, 언론과 권력, 진보와 보수, 개인의 자유와 공동체의 질서 사이에서 경계는 끊임없이 흔들리고 이동한다. 이 책은 그 경계를 응시하며 법이 삶과 사회 속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우리의 선택을 바꾸는지를 성찰할 때, 삶은 비로소 존재함을 역설한다.
저자는 참여연대 창설 멤버로 활동하는 등 시민운동의 현장과 인권, 성평등, 생명윤리와 같은 사회적 쟁점에 대한 공적 논의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했다. 이제 그는 행동과 실천을 가능하게 하는 인식과 선택의 기준을 사유하며, 법이 그려내는 삶의 풍경을 살피는 ‘일상의 법철학자’로 우리 곁을 찾는다. 이를 통해 법이 두렵고 불편한 존재가 아니라 “생활의 반려”여야 하며, 법철학은 “삶과 친숙해지기 위한 기획”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법 없이도 살 사람”이 아니라 “법과 함께 행복할 사람”으로 나아가는 안내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았다.
“법은 미래를 지향하지만 재판은 과거만 돌아본다. 그런데 재판의 영향은 앞날에 미친다. 법과 재판이 만들어내는 일상의 풍경에 관심 있는 사람은 저마다 입법자가 되고 재판관이 되어 미래를 그려볼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일상의 법철학자다. 잠시나마 시민 법철학자가 되어 사고실험장으로 들어가려는 분들께 안내판 문구 역할이나 할 수 있을까 기대하는 것이 이 책이다.”(9~10쪽)
선택의 법, 사회의 법
선택이 세계를 바꾸는 순간과
사회의 시험 속에서 단단해지는 법
이 책은 선택, 사회, 믿음, 삶이라는 네 개의 축을 따라 법이 현실과 만나는 방식을 단계적으로 펼쳐 보인다. 그중 1장과 2장은 법이 판단되고 적용되는 구체적 장면에서 출발해 사회와 충돌하며 조정되는 지점까지 다룬다.
1장 ‘선택의 법: 정답이 아닌 선택이 세계를 바꾼다’는 판사, 재판, 제도라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 벌어지는 선택의 순간에 주목한다. 인간 재판관은 실수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만든 기계는 실수하지 않는가. 미래 AI 재판관이 내리는 판결은 과연 정의로운가. 추상적 법 개념으로 가득해 보통 사람은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문은 전문성의 상징인가, 낡은 관습인가. 사법시험을 대체하기 위해 도입된 로스쿨 제도는 법학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저자는 법적 판단이란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니라, 수많은 가능성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행위임을 보여준다. 재판과 판결, 논증과 설득, 인간과 기계의 판단을 가로지르며 법이 언제나 판단과 선택이 맞물리는 긴장 속에서 형성됨을 드러낸다. 이 장은 법적 정답이 담보한다고 믿어온 합리성과 객관성의 기준이 어디까지 유효한지를 묻는다.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건을 여러 판사가 재판할 경우 결과가 똑같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언뜻 그렇다고 여길 수 있지만,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대답은 달라진다. 사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면 인정하는 사실도 달라진다. 법관은 법전이라는 이름의 창고에서 필요한 조문을 꺼내 쓰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적용하기 전에 해석 과정을 거쳐야 하는 하나의 텍스트다. 선고 결과가 마냥 같을 수는 없다. 하나의 사건이라도 누가, 언제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35쪽)
2장 ‘사회의 법: 사회는 끊임없이 법을 시험한다’는 법의 여러 선택이 사회 속에서 어떻게 시험받는지를 다룬다. 같은 나라 안에서 왜 바나나 껍질은 서울에서는 음식물 쓰레기이고, 군산에서는 아닌가. 여성의 권리가 확대되는 21세기에 프랑스에서는 낙태의 자유를 헌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반면 미국 연방 대법원은 왜 여성의 임신 중지 결정권을 인정한 판례를 다시 뒤집었는가. 집회와 시위를 위해 같은 구성원의 통행권을 제한하는 것은 정당한가. 노동, 성평등, 언론, 권력,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까지 사회는 끊임없이 법에 질문을 던지고, 법은 그 질문 앞에서 흔들리며 응답한다. 사소한 일상의 사례부터 정치와 권력의 구조적 갈등에 이르기까지 이 장은 법이 사회의 요구와 충돌하고 조정되는 과정을 통해 사회가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여준다.
“노동법을 사회법으로 이해하느냐, 계약법 체계의 일부로 파악하느냐에 따라 노동자의 현실은 달라진다. 고성과 폭력이 난무하는 쟁의 현장을 위법으로만 평가할지, 불가피한 사정을 고려해 예외를 넓게 인정할지의 차이와 비슷하다. 〈노란봉투법〉을 노동자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의 범위를 좁히려는 입법 운동으로 볼지, 불법을 조장하는 정치적 포퓰리즘으로 볼지의 간극이다.”(88쪽)
믿음의 법, 삶의 법
불완전한 약속을 믿는 이유와
생각이 삶이 되는 순간
3장 ‘믿음의 법: 우리는 왜 불완전한 약속을 믿는가’에서는 개별 판결이나 제도를 넘어, 헌법과 권위, 인권과 국가라는 거시적 질서의 문제로 시선을 확장한다. 타투이스트에게 의료법 위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며 기존 판례를 뒤엎은 한 판사의 도발적인 판결이 등장한다. 이 판단은 독단인가, 아니면 새로운 질서를 여는 순간인가. 법률안 의결권과 거부권, 탄핵소추권, 비상계엄 선포권까지 특권은 법이 보장한 권리인가, 정치가 만들어낸 힘인가. 이런 사례들을 통해 법이 사실만으로는 성립할 수 없는 제도이며, 믿음과 해석 위에 세워진 질서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왜 불완전한 약속을 법이라는 이름으로 믿어왔는지, 그리고 그 믿음이 어떻게 사회를 지탱하는 토대가 되어왔는지를 성찰한다.
“헌법은 나만의 것이 아니라, 너와 나의 것이다. 헌법은 나의 것인 동시에 내가 가장 싫어하는 적의 것이기도 하다. 이것은 불행도 비극도 아닌, 그저 주어진 현실일 뿐이다. 불구대천의 적으로 여기는 사람과도 하나의 헌법 울타리 안에서 함께 살아야 한다면, 이것 역시 헌법의 역설일까?”(230쪽)
마지막으로 4장 ‘삶의 법: 생각하는 대로 살아간다’는 사유의 궤적을 다시 우리의 삶과 일상으로 되돌린다. 저자는 해럴드 핀터가 노벨 문학상 수상 기념 강연에서 현실과 허구,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지만 그럼에도 시민으로서는 옳고 그름을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 대목을 인용한다. 그렇다면 옳음을 추구하며 행동을 선택할 때 우리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하는가. 진보와 보수, 이성과 감성, 사실과 사건의 경계에서 어디에 선을 긋고 살아가야 하는가. 법과 제도에 반드시 갖추어야 할 이상형이 있는가, 아니면 더 중요한 것은 제도 그 자체보다 운용하는 방식과 태도인가. 이 장에서 법은 더 이상 제도의 언어에 머무르지 않는다. 사고하고 선택하며 살아가는 태도 그 자체로 다가온다.
“존 버거John Berger는 어릴 적 어머니에게 들은 말을 산문에 적었다. ‘인생이란 본질적으로 선을 긋는 문제이고, 어디에 선을 그을지는 각자가 정해야 한다.’ 사적 영역을 확장하면 공동체가 되므로, 선 긋기는 정치의 장에서도 당연하다. 보이는 선과 보이지 않는 선이 혼란스럽기는 하지만, 어디서나 존재하고 항상 필요하다. 필수 불가결의 그 선은 뚜렷하고 고정된 것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움직인다. 학문의 자유와 명예훼손 사이, 언론의 자유와 업무방해 사이, 장관과 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와 정치적 책임 사이만 해도 선 긋기의 문제다.”(319~320쪽)
《경계에 서는 법》은 법을 둘러싼 질문을 우리 삶의 자리로 끌어온다. 그 질문을 통해 법은 규범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경험으로 다시 읽힌다.
목차
들어가며: 삶과 친숙해지는 길
1장 선택의 법: 정답이 아닌 선택이 세계를 바꾼다
공공연한 비밀 | 검증의 마당 | 게임의 요소 | 문자만이 아닌 판결문 | 재판과 정답 | 재판의 비교동등성 | 판례의 바다, 법률가의 섬 | 인간과 인간의 기계 본질의 어떤 측면 | 과녁을 겨누는 마음 | 설득의 논증 | 결정적 순간, 결심의 순간 | 정치범죄학의 시대 | 미래의 로스쿨 | 이세돌의 교훈 | 분쟁의 코트
2장 사회의 법: 사회는 끊임없이 법을 시험한다
보복과 면책 사이 | 펜에는 성도 차별도 없어야 | 노동의 이해 | 반대의 방식 | 법이 개인의 초상에 미치는 영향 | 끊임없는 대답 | 야만의 본성 | 정교한 예측, 어긋나는 현실 | 시대의 감각 | 민주주의의 비용 | 진짜와 가짜, 두 개의 바다 | 무대책의 진지한 낙천성 | 캐치 미 이프 유 캔 | 유죄와 무죄 들의 사회 | 흔들리는 풍경 하나 | 내가 대통령일 경우만의 건국 | 나의 몸, 나의 선택 | 두 여름의 대위법 | 검사의 사과 | 어제와 내일의 세계 | ‘법대로’의 단순성과 복잡성 | 순간과 과정 | 법률의 눈으로 보는 중국 | 서툴고 어수룩한 세상 | 서울과 군산의 바나나 껍질 | 민주주의 기상예보 | 영웅은 없다 | 새 ‘바보배’의 출범 | 공정한 사회 | 복수의 방법
3장 믿음의 법: 우리는 왜 불완전한 약속을 믿는가
최소의 요구, 최대의 기대 | 순진한 노력과 무심한 능력 | 비유의 세계 | 낡은 논리를 깨는 독단적 판결 | 법철학의 철학적 상황 | 법과 문학 사이에서 | 권위에 대한 향수 | 새로운 질서 | 헌법의 역설 | 헌법과 마음 | 소설적 진실과 법률적 허구 | 인권의 렌즈 | 달콤 쌉싸름한 통념 | 대통령의 자폭과 국민의 지혜 | 다시 헌법 국가로 | 특권의 역설 | 수범자와 수호자 | 무엇이 우리 사회를 만드는가 | 새로운 시작 | 민주국가와 공화국의 헌법 | 훈계에 대한 시대적 공상
4장 삶의 법: 생각하는 대로 살아간다
진보도 보수도 아닌 | 인문학의 유산 | 사실과 사건 | 진실과 거짓, 옳음과 그름 | 무기질의 사실들 | 미래의 기억 | 설날 앞에서 | 법률가의 여름 | 이성과 감성 | 어디에 선을 그을 것인가 | 새해 아침의 언덕에서 | 단순한 세계의 딜레마 | 바보의 벽 | 유연함, 미래를 만드는 무기 | 자연적 꿈과 인위적 개혁 | 벌거벗은 진리 | 특이점의 해소
저자소개
책속에서

선량한 사람을 ‘법 없이도 살 사람’이라고 부르던 시절에는 법을 두렵고 불편한 존재로 여겼다. 세월이 바뀌어 이제는 법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만, 친숙하게까지 가까이해야 할 일상의 환경으로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면서도 법은 언젠가 적절한 수단이 된다고 믿는다. 내가 참을 수 없을 때 해결해줄 수 있는 도구가 돼주고, 그 도구를 칼처럼 대신 휘둘러주는 기관이 법원이라고 믿는다. 그것이 보통 사람들의 법치주의일지 모른다.
_ ‘들어가며: 삶과 친숙해지는 길’ 중에서
정답이 없다면 재판은 옳고 그름을 가리는 정의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게임의 성격을 지니는 것인가? 게임의 요소가 내재한다면, 재판 결과의 예측도 가능하다는 말인가?
_ ‘1장 선택의 법, 재판과 정답’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