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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 기담집

모옌 기담집

(기기괴괴한 열한 가지 이야기)

모옌 (지은이), 김택규 (옮긴이)
글항아리
1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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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옌 기담집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모옌 기담집 (기기괴괴한 열한 가지 이야기)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호러.공포소설 > 외국 호러.공포소설
· ISBN : 9791169095525
· 쪽수 : 344쪽
· 출판일 : 2026-04-20

책 소개

모옌은 현실과 상상을 매끄럽게 융합하는 독특한 문체로 명성을 얻었다. 이 책은 모옌의 중단편 가운데 요괴와 귀신에 얽힌 작품만 실은 특별판으로, 국내에 처음 번역되는 것들이다. 모옌의 기존 장편들이 보여준 거대 서사와 달리 여기 실린 중단편들은 이야기의 맛, 언어의 아름다움, 상징성을 부각한다.

목차

서문을 대신하여: 두려움과 희망

보물 지도
살구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늑대
죄
백양나무 숲의 결전
양묘업자
비상
가을 홍수
꽃을 든 여자
기이한 만남
떡 다섯 개
냄새족

후기를 대신하여: 나는 포송령에게 처음 글쓰기를 배웠다

저자소개

모옌 (지은이)    정보 더보기
중국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중국의 윌리엄 포크너, 프란츠 카프카로 불리며 2007년 중국 문학평론가 10명이 선정한 ‘중국 최고의 작가’ 1위로 꼽힌, 중국 현대문학의 거장. 현재 중국작가협회 부주석 겸 베이징사범대학 교수다. 본명은 관모예管謨業. 글로만 뜻을 표할 뿐 ‘입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뜻의 ‘모옌莫言’이라는 필명을 쓴다. 1955년 산둥성 가오미시 둥베이향 다란핑안촌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 5학년 때 문화대혁명이 일어나자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에서 소와 양을 치다가 열여덟 살에 면화가공 공장에 들어가 노동자로 일했다. 1976년 고향을 떠나 중국 인민해방군에 입대했고, 해방군 예술학원 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베이징사범대학 루쉰문학원에서 문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1년 단편 「봄밤에 내리는 소나기」로 등단한 그는 1985년 발표한 「투명한 홍당무」로 문단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1987년 발표한 장편 『홍까오량 가족』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을 뿐 아니라, 작품의 일부를 장이머우 감독이 영화 「붉은 수수밭」으로 제작해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2000년 중편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가 영화 「행복한 날들」로 제작되면서 모옌과 장이머우 감독은 다시 한번 조우했다. 중국 다자문학상, 이탈리아 노니노 문학상, 홍콩 아시아문학상, 일본 후쿠오카 아시아 문화대상을 수상하고 프랑스 예술문화훈장을 받았다. 주요 작품으로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달빛을 베다』 『개구리』 『티엔탕 마을 마늘종 노래』 『술의 나라』 『풍유비둔』 『탄샹싱』 『사십일포』 『인생은 고달파』 『풀 먹는 가족』 『열세 걸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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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택규 (옮긴이)    정보 더보기
중국 현대문학 박사, 30년 차 번역가. ‘이중톈 중국사’ 시리즈와 『논어를 읽다』를 비롯한 양자오의 중국 고전 강의 시리즈 다수를 옮겼다. 쑤퉁의 『이혼 지침서』 『나 제왕의 생애』, 왕웨이롄의 『책물고기』, 루네이의 『자비』, 왕후이의 『죽은 불 다시 살아나』, 탕누어의 『명예, 부, 권력에 관한 사색』 등 70여 권에 달하는 소설, 인문서를 번역했다. 저서로는 『번역의 말들』 『번역가 되는 법』 『번역가 K가 사는 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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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날 밤은 음력 보름 아니면 열엿새여서 달이 커다란 은쟁반처럼 하늘에 걸려 있었어요. 눈밭을 비추는 그 빛이 워낙 환해서 눈 위에 찍힌 쥐 발자국까지 또렷이 다 보일 정도였죠. 우리는 아주 멀리서 늑대 한 마리가 쑨씨 어르신의 크고 살찐 흰 돼지의 귀를 물고서 그 빗자루 같은 꼬리로 돼지 엉덩이를 퍽퍽, 후려치는 걸 보았어요. 그 돼지는 꾸엑꾸엑, 죽어라 비명을 지르며 장삼을 따라 자작나무 숲 쪽으로 달렸죠. 그 광경은 참으로 놀라웠습니다. 보름달이 흰 눈 위를 밝게 비추는데 장삼의 큰 꼬리가 돼지 엉덩이를 퍽퍽, 때릴 때마다 눈가루가 휘몰아쳤죠. 장관이었어요, 정말로 장관이었습니다._「살구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늑대」


그때는 산바람이 멎어서 나뭇가지가 전부 꼼짝도 하지 않았어요. 나뭇잎은 달빛을 받아 온통 은가루를 뒤집어쓴 것 같았고요. 또 나무 그림자 속에서 부엉이가 부엉부엉 울고 있었어요. 갑자기 마음이 아파 눈물이 줄줄 쏟아져 내렸어요. 꼬리 잘린 늑대가 쉽게 나를 놓아줄 리 없다는 걸 난 알고 있었어요.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했죠. 나무 위에서 죽어 미라가 된다 해도 녀석의 먹이가 돼줄 수는 없었어요._「살구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늑대」


나는 물론 고통스러웠지만 이를 악물고 종기를 힘껏 그었다. 쇳조각의 녹슨 가장자리에 울긋불긋한 썩은 살점이 묻었다. 종기가 터져서 고름 섞인 피가 뚝뚝 떨어졌다. 역겨워하지 말기를. 이것이 바로 삶이고 나는 이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당신도 얼굴의 화장을 깨끗이 지우면 역시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사실 나는 어른이 된 뒤에야 사람들이 자기 몸의 종기를 자기 눈처럼 아낀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밀짚 더미 옆에 앉아 있던 그때부터 어렴풋이 느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잔혹한 건 인간의 양심이란 걸. 고구마 같은 모양에 썩은 생선 같은 냄새가 나며 벌꿀 같은 색깔을 지닌 그건 그야말로 세상의 질서를 망치는 원흉이다. 나중에 나는 번화한 시장을 걷다가 사람들이 쇠꼬챙이에 양심을 꿰어 활활 타는 숯불에 굽고 있는 것을 보았다.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고 나는 그제야 왜 그곳이 번화한 시장이 되었는지 알았다._「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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