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01. 죽은 연인의 초상
02. 악취
03. 역 피그말리온
04. 인간쓰레기의 처리 방법

보일러도 제대로 돌지 않는 창고에서 하룻밤을 지낸 탓에 몸에 한기가 돌았다. 나영은 느리게 눈을 이상하게 평화로웠다. 어젯밤부터 먹은 게 없건만 배가 고프지도 않았다. 나영은 희끄무레한 빛에 비쳐 보이는 이불 덩어리를, 준을 바라보며 영원을 생각했다. 모든 것에는 끝이 있고 준에게도 그러했지만, 나영은 지금 이 순간이 어쩌면 영원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시간의 흐름이 느껴지지 않았다. 어떠한 것도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애초에 시어머니가 무서워 꽁무니를 뺀 건 남편이 먼저 아니었던가. 안방에 시체를 처박아놓고 눈을 돌려버리면 사라지기라도 한다는 것처럼 굴어놓고, 수진이 견디다 못해 포기한 걸 가지고 비아냥거리기는. (중략) 쿵. 수진이 고른 옷을 입고 수진이 만들어준 식사를 한 남자가 수진에게 화가 나서 인사도 없이 나가버린다. 수진은 아득한 짜증을 느꼈다.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알 수도 없었다. 오늘 아침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지난 며칠 내내 남편은 끔찍하게 굴었고, 시체를 가져오는 날부터, 아니 그 전부터 남편은 사람의 인내심을 시험하곤 했으므로 기원을 더듬어보는 것은 무의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