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에 대하여

정원에 대하여
작업 일기 : 전도유망한 소설가

믿고 싶은 대로 믿을 수 있다면 나는 이런 것들을 믿고 싶었다. 내가 정원을 떠올리던 순간마다 정원 역시 나를 떠올렸을 수도 있다는 것. 내가 B01호에 내려가 문제집이나 책 따위를 건네던 날, 그 애의 눈동자와 눈썹에 내 눈길이 머물렀듯이 그 애도 찰나의 순간 내 얼굴이나 몸 어딘가에 시선을 두었을 수도 있다는 것.

그러고 보니 정원의 얼굴에서 느꼈던 미묘한 위화감은 눈썹의 부재에서 오는 것이었다. 앞머리를 길러 이마를 덮고 있기는 했지만 살짝이라도 이마와 눈썹 뼈가 드러나면 무언가 기이한 느낌이 들었다. 정원에 대해 궁금증이 일었지만 캐묻기는 민망해서 나는 관심이 없는 척했다.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알게 되겠거니 싶었다. 그러니까 정원이 좋아하는 건 뭔지, 싫어하는 건 뭔지, 무서워하는 건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