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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일반
· ISBN : 9791170831754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4-11-15
책 소개
목차
01 서론: 정통의 중요성에 관하여
02 부정적인 정신에 관하여
03 러디어드 키플링, 그리고 세상을 작게 만드는 일에 관하여
04 버나드 쇼
05 H. G. 웰스와 거인들
06 크리스마스와 유미주의자들
07 오마르와 성스러운 포도나무
08 온화한 황색 언론
09 조지 무어의 심기
10 샌들과 단순함에 관하여
11 과학과 야만
12 이교주의와 로즈 디킨슨
13 켈트족과 켈트광
14 어떤 현대 작가들과 가족이라는 제도에 관하여
15 세련된 소설가들과 세련된 상류층
16 맥케이브와 신적인 경망
17 휘슬러의 재치
18 ‘젊은 나라’라는 오류
19 빈민가 소설가와 빈민가
20 결론: 정통의 중요성에 관하여
G. K. 체스터턴 연보
옮긴이의 글
책속에서
오늘날 ‘정통’이라는 말의 쓰임새보다 현대 사회의 거대하고 고요한 악을 더 기묘하게 보여 주는 것은 없다. 지난날 이단은 이단이 아니라고 자부했다. 세상의 왕국과 경찰과 판관이 이단이었고, 이단은 정통이었다. 이단은 세상의 왕국과 경찰과 판관에 맞선다며 자랑하지 않았다. 맞서 일어난 쪽은 저들이었다. 군대는 무력으로, 왕은 차가운 얼굴, 근엄한 국정, 합리적 법치로 이단에 맞섰다. 모두가 길을 잃고 헤매는 양 같았다. 저마다 정통임을, 자신이 옳음을 자부했다. 저 울부짖는 광야에 홀로 선 사람, 그는 하나의 인간 그 이상이었다. 그는 하나의 교회였다. 우주의 중심이었다. 그를 둘러싸고 온 별들이 운행했다. 기억에서 잊힌 지옥의 온갖 고문도 그에게 이단임을 인정하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단임을 뽐내는 표현들을 사용한다. 의식적인 웃음을 짓고서 “난 꽤나 이단적인 사람입니다”라고 말하고는 박수를 기대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이단’이라는 말은 더 이상 그릇됨을 뜻하지 않는다. 사실상 명민하거나 용감하다는 뜻이다. ‘정통’이라는 말은 더 이상 옳음을 뜻하지 않는다. 도리어 ‘그릇됨’을 뜻한다. 이 모두가 의미하는 건 하나다. 자신이 철학적으로 옳은지에 대해 사람들이 무심해졌다는 것. 이단이라고 고백하려면 먼저 제정신이 아니라고 고백해야 하는 것이 자명한 이치다. 빨간 넥타이를 한 보헤미안이 정통을 내세우는 건 당연하다. 폭탄을 설치하는 폭파범은 그가 무엇이건 간에 스스로 정통이라고 여겨야 한다.
‘01 서론: 정통의 중요성에 관하여’ 중에서
어떤 의미에서는 좋은 문학 작품을 읽는 것보다 나쁜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이 더 가치 있다. 좋은 문학 작품은 우리에게 한 사람의 정신을 이야기해 줄 것이다. 반면에 나쁜 문학 작품은 우리에게 많은 사람의 정신을 이야기해 줄 것이다. 좋은 소설은 우리에게 그 주인공에 대한 진실을 말해 준다. 나쁜 소설은 우리에게 그 작가에 대한 진실을 말해 줄 뿐만 아니라 그 독자들에 대한 진실을 말해 준다. 그리고 정말 이상하게도, 나쁜 소설은 우리에게 그것을 지은 동기가 오히려 더 냉소적이고 비도덕적이라고 알려 준다.
한 권의 책이 책으로서 더 부정직할수록 공문서로는 더 정직해진다. 신실한 소설 한 편은 특정한 한 사람의 단순성을 드러낸다. 그리고 신실하지 못한 소설 한 편은 인류의 단순성을 드러낸다. 인간의 깐깐한 결정들과 몇몇 재조정 사항들은 두루마리 문서들과 법전들과 경전들에 나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가정들과 마르지 않는 기력들은 1페니짜리 잡지와 반 페니짜리 통속 소설1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오늘날 진짜 교양을 지닌 많은 이들이 그러하듯, 한 사람이 좋은 문학에서 배울 것은 좋은 문학을 감상하는 능력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셈이다. 반면에 나쁜 문학에서는 제국을 다스리고 인류의 지도를 살피는 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다.
‘15 세련된 소설가들과 세련된 상류층’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