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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음악가
· ISBN : 9788980389513
· 쪽수 : 316쪽
· 출판일 : 2024-07-15
책 소개
목차
아리아
아리아
마지막 시기
인밴션
말들과 음들 사이에서
피아노의 병
참고문헌
역자후기
책속에서
"날 사랑하나요?"하고 물으며, 독주자는 쉬지 않고 애원하고 쓰다듬고 으르렁대기도 한다. 하지만 그의 물음은 다른 것, 즉 그가 정말로 살아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을 더 잘 알고 싶었으며 그러기 위해 길을 잃고 해체된 다음 재형성되고 다시 분산되어야 했다.
손가락을 활짝 열고 손바닥을 천장으로 향하게 한 채 보내던 밤.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여전히 건반을 건드리지는 않은 채. 기다림이라기보다는 정의내리고 집중하려는 노력. 조만간 음악과 그 사이에 아무도 끼어들지 않을 것이었다.
그의 손 밑에는 감지되지 않는 추상적인 조직만이 남을 것이었다. 일어나는 것, 떠도는 것, 낙하와 마찰, 불러도 오지 않는 것, 와서는 꺼져 버리고 마는 것, 지속되는 것.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고독의 영토의 경계를 그었다. 늘 역광을 받으며, 어둠을 거슬러 나아갔다. 누군가 우리를 맞이하는 문턱이 있음을 알지 못했으며, 시간의 촘촘한 직조 속에서 깊이 패인 애정을 거부했다.
그렇더라도 듣기 위해선 말하기를 멈춰어야 하며, 음악을 세부까지 온전히 다시 들어려면 연주를 멈춰야 할 필요가 있는 법이다.
혼자 있다고 꼭 고독 속에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말하는 고독은 물론 ‘다른 사람이 없는 상태’를 의미하지만,
이순간 나는 나 자신을 벗삼고 있다.
반면 내가 혼자 있든 누구와 함께 있든 나 자신이 내게 결핍되어 있을 때,
‘내게 결핍되어 있는 그 누구’가 다름 아닌 나 자신일 때, 이런 상태는 고립이다.
(반대로 사랑은 상대방이 거기 있을 때조차 그가 그리운 상태를 말한다.)
고독 속에 있다는 것은 상대방이 거기, 내 안에 있다는 확신을 느끼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상대방과 내가 모두 결핍되어 있는 단절도 있다.
사고한다는 것은 고독의 문제이다.
........
“내가 기억하는 한,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늘 혼자서 보냈다.
그건 내가 비사교적이기 때문이 아니고,
예술가가 창조자로서 작업하기 위해 머리를 쓰기 바란다면
자아 규제―바로 사회로부터 자신을 절단시키는 한 방식―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관심의 대상이 될 만한 작품을 산출하고자 하는 예술가라면
누구나 사회 생활면에서 다소 뒤떨어진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