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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미술 > 미술 이야기
· ISBN : 9791171011193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5-01-10
책 소개
목차
여는 글
폴 세잔의 마지막 수채화들
피에르 보나르의 색채
티치아노 베첼리오의 감각과 에너지
미켈란젤로 시모니의 그림 다섯 점
조각가의 그림
렘브란트 판 레인과 고통
프란스 할스, 아름다움과 진실에 관하여
창가의 카미유 피사로
그웬 존과 부재
클로드 로랭, 니콜라 푸생 그리고 시간
난민이 된 프란시스코 데 고야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
엘 그레코에 대한 단상
조르조 모란디의 공간
장 시메옹 샤르댕과 시적 영감
존 컨스터블의 작품 속에 스며든 고통
오노레 도미에의 미완성
조르주 루오와 죽음의 의미
섕 수틴의 열정과 위험
감사의 글
주석
그림 목록
참고문헌
책속에서
늙고 병드는 것은 즐겁지 않다. 젊은 시절 보나르의 작품은 놀랍고, 재치 있고, 묘한 일본풍에 기울어진 구도가 많았다. 마차 끄는 말과 반려동물이 가득했고, 작품 속의 비대칭적인 개방 공간은 화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가 포스터 작업을 시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 시기 보나르가 작업한 장식 패널에는 파리와 일드프랑스의 자갈 공원과 파라솔, 시테섬의 버드나무가 들어가 있다. 때로 덧문을 닫으면 방에는 벽지만이 가득했고 너무 어두워 바늘에 실을 꿰는 일도 할 수 없었다. 한낮의 벽지는 어둡고 얼룩진 짙은 연못 같아서 같은 무늬의 옷을 입고 서면 구분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르보스케 저택에 온 이후 지난 20년 동안 남프랑스의 밝은 빛과 에스테렐산맥의 연보랏빛 저녁 풍경은 창턱 왼편의 복숭아처럼 보나르의 팔레트를 물들였다. 보나르의 그림에는 그의 정원보다, 바람이 멎기를 기다리는 배들이 있는 앙티브곶보다 밝은 빛이 가득하다.
이것은 무엇일까? 과연 무엇일까? 렘브란트는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일생 동안 같은 질문을 한다. 자기 연민이 담기지 않은 기록, 렘브란트의 자화상은 50점이 넘는다. 아무 연민 없이 한때 부유했던 자신을 보여주었다가 후회의 미소나 찡그린 얼굴을 내보이고 다른 사람처럼 옷을 입기도 한다. 처음에는 슬펐다가 절망했다가 삶을 받아들이고 일찍 늙어버린, 그저 평범한 한 인간이 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복합적으로 담은 그의 자화상은 비할 데 없이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