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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71700936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4-02-22
책 소개
목차
2 070
3 149
4 218
5 316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서를 마주 본 순간, 재언은 결심했다.
시골 뜰 때까지 적당히 어울리며 친구인 양 지내겠다고.
마음먹은 재언이 가볍게 웃었다.
그에게 사람 사귀는 일은 무척 쉬웠다. 미소 짓는 얼굴로 조금만 관심 있는 척 굴면 사람들은 알아서 들러붙었다. 그게 제 집안 때문인지, 제 외모 때문인지 알 수 없지만 상관없었다.
제게 중요한 건 어쨌거나 이번에도 그리되리라는 것이었다.
재언이 눈을 휘며 웃을 때였다.
“뭐 해?”
지서가 무표정한 얼굴로 물었다.
“수업 끝났어. 네 자리로 돌아가.”
뭘 해 보기도 전에 축객령이 떨어졌다.
재언은 등받이에 등을 댄 채, 잠시 어이없는 얼굴로 이지서를 쳐다보았다.
이게 무슨 상황이지. 지금 뭐란 거지?
그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아, 그래. 타이밍이 좋지 않은 거겠지. 자신이 갑자기 빤히 쳐다보니 당황하고 불편했겠지. 그래서 이렇게 뾰쪽하게 구는 거겠지. 아주 가끔 자신이 먼저 말을 걸면, 너무 당황해서 톡 쏘듯이 대답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얘도 그런 거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지금 저 날카로운 태도가 이해되지 않았다. 지금껏 어디 가서 미움받아 본 적 없었다.
그래, 그런 거야.
재언은 애써 흐트러지는 정신을 다잡았다.
“이지서, 맞지?”
재언이 묻자, 무심하던 지서의 얼굴에 미미하게 금이 갔다. 어째서 저 입에서 제 이름이 튀어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오늘 교과서 보여 줘서 고맙다고.”
“아, 응.”
지서의 경계심 가득한 얼굴이 한결 풀렸다. 정확히 말해 경계심이 풀렸다기보단, 조금 안도하는 얼굴에 가까웠지만 어쨌든 상관없었다.
재언의 입매가 보기 좋게 휘어졌다.
“가방 예쁘네.”
재언이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여 책상 옆에 걸려 있는 가방을 보았다.
“나도 저기 거 가끔 써.”
재언도 아는 브랜드였다. 눈에 튀는 체크무늬라서 보통 등교용으로는 안 쓰는 가방인데, 들고 다녀서 볼 때마다 신기해하던 차였다. 그 말에 지서의 얼굴이 눈에 띄게 굳었다. 그걸 발견한 재언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뭔데, 싫어하는 가방이야? 반응이 왜 저래?
의아해하기가 무섭게, 지서가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한데 이제 공부해야 하거든. 네 자리로 돌아가 줘.”
말을 마친 지서가 대답도 듣지 않고 교과서로 시선을 돌렸다.
“뭐라고?”
재언은 너무 어이가 없어서 되물었다. 분명 들었지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네 자리로 가라고.”
이젠 쳐다보지도 않았다. 오히려 필통 안에서 귀마개를 꺼내 야무지게 틀어막았다. 대화를 거절하겠다는 티가 흘러넘쳤다.
태어나 지금껏 누군가에게 이렇게 야멸차게 거절당해 본 적이 있던가.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거절하는 쪽은 늘 자신이었다. 그사이, 지서는 서랍에서 문제집을 꺼내 풀기 시작했다. 쉬는 시간에마저 야무지게 공부하는 지서는 이미 옆에 누가 있는지 하얗게 잊은 얼굴이었다.
“하…….”
이 시골구석에 와서 별의별 일을 다 겪는구나.
재언은 기가 막힌 표정으로 제 자리에 돌아가 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