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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71700943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4-02-22
책 소개
목차
7 038
8 139
9 186
10 255
외전 329
저자소개
책속에서
“재언아.”
지서가 툭 하고 뱉은 말에 재언은 잠시 숨을 멈췄다. 그러고는 제 귀를 의심하는 얼굴로 지서를 보았다.
일주일에 한 번씩, 총 세 번을 만나는 동안 지서가 제게 먼저 알은척한 적 없었다. 오히려 알은척을 할까 봐 두려운 사람처럼 필사적으로 피했다. 그런 그녀가, 오래전처럼 제 이름을 불렀다.
머릿속이 멍한 것도 잠시, 늪에 빠져들어 가듯 무섭게 기분이 가라앉았다.
이제 겨우 살 만한데 왜 나타났어. 왜, 대체. 적어도 눈 뜬 순간엔 버틸 수 있게 됐는데, 왜.
뱉지 못할 말들이 입 안에 쌓여 갔다.
얼굴을 구기고 있던 재언이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러다 언제 그랬냐는 듯 표정이 삽시간에 차갑게 돌변했다.
“할 말이 있어서…….”
그사이, 지서가 입술을 달싹였다. 막상 말은 꺼냈는데, 뒷말이 쉽게 나오지 않아 잠시 머뭇거릴 때였다.
“무슨 말.”
무심하다 못해 차가운 대꾸에 지서가 그를 쳐다보았다. 아무 말 없이 쳐다보기만 하는 지서를 내려다보던 그가 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더니 담배 한 개비를 비스듬히 물었다. 꺼내 물긴 했는데 길거리에서 불을 피울 순 없어서, 이로 짓씹으며 지서를 계속해 내려다보았다.
“미안하다고? 아니면 모른 척해 달라고? 그것도 아니면 공사 구분하자고?”
“…….”
매끄럽게 흘러나오는 말들이 지서의 가슴을 쿡 찔렀다. 그 때문에 아무 말 못 하는 사이, 재언이 비스듬히 웃으며 말을 꺼냈다.
“지서야.”
다정하지만, 어딘가 차가운 부름에 지서는 숨을 멈췄다.
“열여덟엔 미친 듯이 화가 났거든.”
재언의 눈이 지서의 얼굴을 더듬었다.
열여덟 살 가을, 그는 스스로 생각해도 미친놈 같았다. 이지서를 만나겠다고 2층에서 뛰어내리려다가 경호원들에게 붙잡힌 게 한두 번이 아니니까.
“스물셋이 되니까 그때의 상황이 조금 달라 보이더라.”
스물셋이 되고서야 이지서에게 그럴 만한 이유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스물다섯이 되니까 네가 안타까웠고. 그런 상황에, 그렇게 살아야만 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니까.”
사회에 나와 보니 어린 날의 자신이 얼마나 아늑하게 살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리고 이지서가 버텼어야 할 삶이 얼마나 가혹했는지, 자신이 이지서 눈에 얼마나 철없이 보였을지 또한.
“그런데 그게 널 이해한다는 건 아냐.”
그럼에도 끝내 연락이 없던 네게 치밀어 오르던 원망.
“이렇게 마주 서서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겠다는 건, 더욱 아니고.”
“…….”
“먼저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