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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91172130008
· 쪽수 : 388쪽
· 출판일 : 2024-02-05
책 소개
목차
서문: 기적을 꿈꾸며
1부
65만 시간의 기다림
사람을 할 결심
나, A4-5
끈기의 합기도 소년
중학생의 절규
슬기슬기 손 선생
“여긴 땅 파면 다 시체야”
모란, 폐결핵, 사투
검은 낫은 말이 없고
버클리의 두 얼굴
나는 어느 집 자식이었나
뼈들에 압도당하다
소리 없는 도망
아치섬에서 온 손님
사색 없이 사형, 사형
인류의 조상, 루시
나는 프락치가 됐다
흥수아이에 대한 추리
은비녀의 독백
장 선생 뼈의 증언
오빠의 환청
머리뼈의 역사
아버지를 찾아서
경식의 치아가 사라졌다
2부
“부역 혐의 처형”
육군유해발굴단으로
맹씨네 연좌제
태극기 휘날리며
7일간의 감금
미완의 집념
우리는 이성의 빛을 품고 있는가
역사와 목숨에 대한 상상력
죽음은 평등하지 않다는 것
금정굴 유해 발굴
큐브의 말들
귀신의 바다
왜 이렇게까지 죽였을까
상왕동의 찡그린 남자
충무공의 후손들
골령골과 모던 미스
신은 위대했다
슈팅스타가 창공을 가르자
사라진 아버지의 진실
사람이 아니라 시스템으로
아버지는 인민위원장
해양 뼈대학
피해자가 가해자로
마침내 만나다
본 헌터
봄을 기다리며
발문: 한국전쟁 전후, 광풍의 역사 틈으로·강성현
부록
- 인물 이름 대조표
-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해 발굴 연표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동쪽으로 튀어나온 참호 안에서 발견되었다. 내 머리는 북서쪽을 향해 있었다. 산 정상을 등진 상태였다. 두 손은 모인 채였다. 그 위에 삐삐선이 감겨 있었다. 다른 동료들은 죄다 나를 마주 보고 있다가 눈을 감은 것 같다. 그들은 두 줄이었다. 그들의 손도 삐삐선으로 묶였다. 옆으로 누운 8자 모양의 줄은 서로 연결되어 있었다. 연결된 각 삐삐선의 길이가 50센티미터였다. 나와 동료들은 손이 묶여 이곳에 끌려왔다.
무엇보다 A17, A18, A19 중엔 어린 학생들이 있었다. 이들의 뼈가 발견된 곳에서는 중中 자 동복 단추가 맣ㄴ이 나왔다. 여러 단추들이 섞인 걸 보면 여러 중학교의 학생들이 섞였다. 1950년대 중학교는 중학교와 고등학교가 통합된 곳이었다. 천동 버클도 나왔다. ‘천농(天農)’이라고 쓰인 단추도 나왔다. 천안농업중학교 학생이다. 이들은 교복을 입고 있었다는 이야기인가. 뼈로 보건대 나이는 16~20세, 18~22세 사이로 추정되었다.
손 선생은 오늘의 선주를 만든 거울 같은 존재였다. 대부였다. 직관과 열정, 과학적 사고의 방법을 배웠다. 손 선생은 발굴 현장에서 돌이 나오면 묻고 또 물었다. 어떻게 쓰였을까.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을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우리말 고집이었다. 외국어를 우리말로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말을 찾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손 선생은 연희전문학교에 다니던 시절, 틈만 나면 선배였던 동주를 찾아가 기숙사 다락방에서 밤을 지새우며 우리 말과 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노라고 했다. 뗀석기는 손 선생이 만든 말이었다. 그것은 본래 영어로 플레이크 툴(flake tool) 또는 한자어로 박편(薄片)이었다. 핸드 액스(hand axe)는 주먹도끼로 바꾸었다.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는 슬기슬기 사람으로 바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