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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책읽기/글쓰기 > 책읽기
· ISBN : 9791172132804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5-06-26
책 소개
사랑, 치유, 욕망, 꿈, 미래, 그리움, 기다림…
인류가 정원에 심어온 모든 것
문학에서 정원을, 정원에서 인간을 읽다
우리는 최초의 인류가 ‘정원’에 살았던 것을 안다. 서구 문명에서 에덴(Garden of Eden)은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것이 충족된 공간, 낙원의 원형이다. 그곳에서 ‘추방’된 이후 인간은 줄곧 잃어버린 장소를 그리워하며 시대와 지역, 문화에 따른 이상향의 모습을 각자의 정원에 담아왔다. 황주영의 첫 저서 《정원의 책》은 그러한 정원에 반영되어온 인간의 다양한 욕망을 26편의 문학 작품을 통해 펼쳐 보인다. 문학과 미술사, 조경학을 전공한 저자는 인류 최초의 문학으로 전해지는 기원전 24세기 무렵의 《길가메시 서사시》부터 2025년 현재 한국에서 뜨겁게 사랑받는 소설가 김초엽까지, 시간과 공간과 장르를 넘나드는 문학 작품들을 정원이라는 키워드로 엮었다. 그 사이에 볼테르, 루소, 괴테, 찰스 디킨스, 귀스타브 플로베르, 에밀 졸라, 톨킨, 마거릿 애트우드, 파스칼 키냐르 등 거장으로 칭송되거나 문학적으로 중요한 작가들이 저마다 고유하게 그려낸 정원을 하나씩 소개한다. 정원들은 배경이기도 하고 주제이기도 하며 때로는 그 자체로 주인공이다. 그리고 소설 속 인물들은 인류가 문명이 시작한 이래 쭉 그랬듯 깊은 사랑과 치유, 간절한 꿈과 미래, 오랜 그리움과 기다림을 정원에 심는다.
반려식물을 비롯해 숲이나 공원 등 자연으로부터 조성된 푸른 공간과 대상에 관심이 높아지는 요즘, 천천히 글자를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아름다운 정원에 입장한 듯 오감이 깨어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또한 알던 작품도 정원을 렌즈로 다시 읽는 재미, 정원이 서사의 중심이 되거나 강력한 은유가 되는 새로운 작품들을 소개받는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책이다. 더욱 깊이 읽는 독자라면, 모든 것이 순식간에 스쳐가고 소비되는 시대에도 ‘정원’과 ‘문학’처럼 시간을 들여 살피고 돌보아야 하는 것이 여전히 있음을 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정원은 잔잔한 시 같고, 또 어떤 정원은 후속편이 기대되는 연재 소설 같고 (…) 정원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읽고, 보이지 않는 행간을 헤아려 비평하는 일은 예술 작품을 이해해나가는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때로는 덧없고 무용한 아름다움, 사라지고 되살아나는 과정에 경탄하는 것까지도.” _프롤로그 중
“땅에 가장 소중하고 좋은 것을 두고 지키는 일”
발견되고 확장되는 정원의 의미
정원과 글쓰기라는 두 세계를 연결하는 작업은 ‘가든 라이팅(garden writing)’이라는 용어가 따로 있을 정도로 많은 작가들이 해온 일이다. 식물 재배법 같은 기술적인 글부터 역사와 이론서, 정원 가꾸기에 대한 에세이, 최초의 낙원 정원이 묘사된 성경과 코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를 아우른다. “조금 과장하면 이 세상에 정원과 관련되지 않은 분야는 거의 없는 것 같다.”(8쪽) 이렇게 인류 역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원의 의미를, 저자는 오랫동안 예술에서 찾고자 했고 그중에서 문학에 가장 크게 집중했다. 그러기 위해 먼저 정원의 정의부터 짚는다. “집 안에 있는 뜰이나 꽃밭”(표준국어대사전), “식물, 토석, 시설물 등을 전시·배치하거나 재배·가꾸기 등을 통하여 지속적인 관리가 이루어지는 공간”(수목원·정원의 조성 및 진흥에 관한 법) 등의 정의는 이 책에서 다루는 정원의 풍부한 의미에는 미치지 못한다. 저자는 우선 “울타리를 두른 땅에 소중하고 가장 좋은 것(채소와 과일, 꽃과 동물, 생계 수단 등)을 두어 지키는 데에서 정원이 시작되었다”고 한 프랑스 조경가 질 클레망(Gilles Clement)에 기대어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 수많은 정원이 과연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 탐구하고 또 공유하기 위해 이 책을 쓰면서 그 안에서 정원의 의미를 새로이 발견한다. 이는 정원을 공부하며 늘 품어온 ‘왜 우리는 정원을 가꾸는가? 혹은 가꾸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과정이었다. 26편의 글을 연결해보니 치유, 사랑, 욕망, 생태라는 네 가지 범주로 ‘정원’을 구획할 수 있었다. 그것은 단순히 “꽃 심고 나무 가꾸는” 것 이상의 일이었다.
“수많은 가능한 세상 가운데 가장 좋은 세상은 권력이나 신분, 돈, 공허한 담론으로 만들 수 없고,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는 정원을 가꾸듯 차근차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세상이 더 이상 낙관적이지 않을 때에도 정원처럼 가꾸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바람이기도 하다.” _24쪽
다친 마음을 치유하고 사랑을 보존하는 정원
꽃과 나무, 인간이 더불어 자라다
1장 ‘치유의 정원’에서는 인간을 회복시키고 성장하게 하는 정원의 가치를 살펴본다. 실제로 양차 세계대전 이후 전쟁에서 돌아온 이들에게 여러 이상 증세가 나타났는데, 단지 자연 속에서 햇빛을 쬐며 정원을 가꾸게 한 것만으로 훨씬 나아졌다는 사례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다음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연구되면서 원예 치료, 즉 식물을 심고 가꾸고 흙을 만지는 일 속에서 다친 마음을 치유하려는 연구와 실무도 발달한다. 문학 작품에서도 정원이 이러한 회복의 차원에서 기능하는 경우가 많다. 정원에 관한 가장 유명한 어구 “하지만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합니다”라는 마지막 문장으로 대표되는 《캉디드》, 정원을 가꾸며 어린 시절의 결핍을 비로소 이해하고 극복해나가는 성장 소설 《비밀의 정원》, 안온한 시골생활을 꿈꾸는 도시인의 로망을 그린 《부바르와 페퀴셰》, 감염병의 재앙 속에 잠시나마 정원이 유토피아가 되어주는 《데카메론》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 농부의 영국 도보여행과 이야기》를 통해 뉴욕 센트럴파크를 만든 옴스테드를 소개하거나, 퇴근 후 돌변하여 자신만의 정원에서 ‘워라밸’을 찾는 캐릭터를 《위대한 유산》에서 재조명한 것도 흥미롭다.
2장 ‘사랑의 정원’은 좁은 의미의 성애부터 타인과 기억에 대한 그리움 등을 포괄하는 사랑을 다룬다. 완전하고 안온한 세계와 다다를 수 없는 연인을 동시에 은유하는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관능을 넘어 미덕으로 나아가는 사랑의 과정에서 정원이 배경 이상의 역할을 하는 《신엘로이즈》, 네 남녀의 어긋난 ‘케미’를 보여주는 무대로서 정원이 작용하는 《친화력》, 동시대와 이후 정원 예술에 큰 영향을 미친 《힙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 달콤한 순정만화 속 흩날리던 장미로 아로새겨진 《캔디 캔디》를 차례로 탐독한다. 사랑했던 이가 죽고 그가 남긴 세상을 ‘기억의 정원’ 속에 응축해낸 두 소설, 《그리움의 정원에서》와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를 비교해보는 일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이 지극한 사랑, 그리고 정원의 마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정원의 모습을 떠올려본다. 19세기 미국 동부의 조용한 사제관에 딸린 너른 정원, 풀숲과 조약돌이 깔린 작은 오솔길이 있고, 새들이 노래하고, 작은 숲과 연못이 있고, 갈대와 나룻배가 있고 (…) 달리아, 개양귀비, 서양지치, 스위트피가 자라는 정원.” _126쪽
정원을 부순 대가, 되돌리겠다는 약속
지구 정원사는 떠나지 않는다
3장 ‘욕망의 정원’에 소개되는 정원들에는 보다 치열하고 역동적인 인간사가 투영돼 있다. 19세기 파리 재개발에 얽힌 신흥 부자들의 산책길을 재현한 《쟁탈전》, 자신의 성에 인공 자연을 만드는 것도 모자라 길을 나설 때도 ‘여행용 자연’을 소지하는 왕자님 이야기 《감상주의의 승리》, 루이 14세의 공간 통제 욕망을 반영하는 안내서 《베르사유 정원을 보여주는 법》, 로마 제국의 확장과 번영, 지식과 힘을 보여주는 플리니우스의 《자연사》 등이 소개된다.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에는 그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그 매료되었던 세월의 환영들”이 날아오르는 치열한 여름의 정원이, 《내일은 없다》에서는 유혹과 쾌락, 충동과 타락의 무대가 되는 ‘닫힌’ 정원이 나온다. 그렇다면 정원 자체에 ‘윤리’를 적용할 수 있을까.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다시 읽는 시선을 따라가보자. 아우슈비츠의 사택에, 피와 비명으로 지어졌으나 ‘저 혼자 안락한’ 정원이 있는데 이 정원을 설명할 새로운 언어를 아직 찾지 못했다고 저자는 고백한다.
4장 ‘생태의 정원’에는 기후 변화를 넘어 기후 위기를 맞이한 오늘날 인류에게 메시지를 전하는 정원들이 나온다. 최초의 문학으로 주로 호명되는 《길가메시 서사시》를 ‘인류 최초의 환경파괴범’으로 다시 주목한다. 나 아닌 누군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일, 받은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땅에 돌려주는 정원사의 마음을 아름답게 노래한 《나무를 심은 사람》, 세상을 적시는 ‘비의 정령’을 깨우기 위한 여성의 연대를 보여주는 〈레겐트루데〉도 인상적이다. 전 세계 ‘톨키니스트’를 탄생시킨 《반지의 제왕》과 역시 세계적인 팬층을 거느린 마거릿 애트우드의 ‘미친 아담 3부작’ 시리즈도 생태의 관점에서 촘촘하게 분석된다. 마지막 작품은 이 책에서 소개되는 유일한 국내 작가인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이다.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지구를 떠나거나 포기하지 않고 그 모퉁이마다 씨앗을 심는 인물들을 통해 저자는 말한다. “이들은 약속을 지켰고, 그러자 약속이 이들을, 우리의 세계와 미래를 지켜주었다.”
“‘그대들이 먹을 양식을 불이 먹을지어다. 그대들이 마실 물을 불이 삼킬지어다’라는 엔릴의 저주는 길가메시가 아니라 그의 먼 후손 대에 이루어졌다. 하지만 이 또한 따지고 보면 자업자득이다. (…) 길가메시와 엔키두가 후와와의 시신을 신들 앞에 놓았을 때, 엔릴이 꺼낸 첫마디는 ‘왜 이런 일을 했는가?’였다.” _202쪽
목차
프롤로그 ◦ 가든 라이팅으로 만든 꽃다발
1. 치유의 정원
• 하지만 우리의 정원을 가꾸어야 합니다: 볼테르, 《캉디드 혹은 낙관주의》
• 마법이 정원에 있네: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비밀의 정원》
• 19세기 리틀 포레스트: 귀스타브 플로베르, 《부바르와 페퀴셰》
• 사생활인데 무슨 상관입니까?: 찰스 디킨스, 《위대한 유산》
• 취약하고 즐겁게, 인간답게: 조반니 보카치오, 《데카메론》
• 센트럴파크를 만든 여행: 프레더릭 로 옴스테드, 《미국 농부의 영국 도보여행과 이야기》
2. 사랑의 정원
• 언젠가 본 적 있는 정원: 조르조 바사니, 《핀치콘티니가의 정원》
• 인내와 시간이 만든 자연미: 장 자크 루소, 《신엘로이즈》
• 네 사람의 어긋난 케미스트리: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친화력》
• 그 정원은 한낱 꿈이었지만: 프란체스코 콜론나(추정), 《힙네로토마키아 폴리필리》
• 죽음으로도 죽지 않는 사랑: 크리스티앙 보뱅, 《그리움의 정원에서》
• 스위트 캔디, 근대의 향기: 이가라시 유미코, 《캔디 캔디》
• 사랑엔 결코 지나침이 없음을: 파스칼 키냐르, 《우리가 사랑했던 정원에서》
3. 욕망의 정원
• 투기판 속 신흥 부자들의 정원: 에밀 졸라, 《쟁탈전》
• 왕자님, 너무 감상적이에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감상주의의 승리》
• 여름이었다: 에벌린 워, 《다시 찾은 브라이즈헤드》
•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의 정원: 도미니크 비방 드농, 《내일은 없다》
• 왕의 산책을 따라가기: 루이 14세, 《베르사유 정원을 보여주는 법》
• 정원에도 윤리가 있다면: 마틴 에이미스, 《존 오브 인터레스트》
• 앎으로 삶을 풍요롭게: 가이우스 플리니우스 세쿤두스, 《자연사》
4. 생태의 정원
• 인류 최초의 환경파괴범: 《길가메시 서사시》
• 도토리 100개를 매일 심는 마음: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 일어나세요, 비 공주님: 테오도어 슈토름, 〈레겐트루데〉
• 나무수염이 전하는 이야기: J. R. R. 톨킨, 《반지의 제왕》
• 최초의, 최후의, 다시 최초의 아담과 이브: 마거릿 애트우드, ‘미친 아담 3부작’
• 지구 정원사는 떠나지 않는다: 김초엽, 《지구 끝의 온실》
미주
저자소개
책속에서
성에 살던 시기의 캉디드는 해맑고, 스승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했다. 그리고 모든 일을 겪고 난 뒤에도 그는 여전히 해맑다. (…) 수많은 가능한 세상 가운데 가장 좋은 세상은 권력이나 신분, 돈, 공허한 담론으로 만들 수 없고, 저절로 주어지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는 정원을 가꾸듯 차근차근 스스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리고 세상이 더 이상 낙관적이지 않을 때에도 정원처럼 가꾸는 장소가 있어야 한다는 바람이기도 하다.
열 살의 메리는 자기처럼 10년간 “아무도 원하지 않고 아무도 돌보지 않고 아무도 들어가지 않은” 정원에 호기심을 넘어 강렬한 동질감을 느낀다. 메리에게 비밀의 정원을 들여다보고, 죽은 풀과 잡초를 제거하고, 새싹을 심으며 돌보는 것은 자신의 내면을 돌보는 일이었다. 정원을 발견하고, 심지어 이를 훔치면서까지 정원을 가꾸려 하는 것은 남들 몰래 홀로 가두어진 채 죽어가는 정원을 내버려둘 수 없기 때문이다.
잘 가꾸어지지 않은 정원은 불안정한 내면을 상징하기도 하는데, 영국의 소설가 찰스 디킨스(Charles Dickens)의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1861)에 등장하는 미스 해비셤의 새티스 하우스의 정원이 대표적이다. 그녀의 삶은 신랑이 사라져버린 결혼식 당일에 멈추었다. 그날 이래 해비셤은 수십 년 동안 같은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고, 저택의 모든 것은 퇴색되고, 연회장 식탁 위 썩은 웨딩 케이크처럼 천천히 부식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