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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2242657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4-09-02
책 소개
목차
목차
면봉
간장게장
해바라기와 담배 연기
10km 어디쯤
이의제기
신기록과 신비 …
얘기
사이다
두부와 잠옷
Love is touch
가족의 너울
볼륨 23
요즘 것들
삼디다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렇게 지나간 시간 속에 그에게 내 이름이 어떤 의미였는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이제 어떤 의미였든 달라질 건 없다. 딱 한 번 아주 늦은 밤, 완전히 술에 취한 그가 전화를 했었다.
“선주야. 지금 내가 술을 많이 마셨어. 그래서 하는 말은 아닌데 나는 네가 참 좋다. 너는 정말 같이 있고 싶은 사람이다. 하지만 난 네 삶을 존중한다.”
그답지 않게 목소리 톤이 다소 높았고, 횡설수설했다. 그리고 끊었다. 그 고백에 그날 밤 내 심장은 지구를 뚫고 저 아래 어디로 떨어졌다. 하지만 그 한 번뿐이었다. 그 통화는 제목도 붙이지 못한 채 임시 저장되었지만 꺼내볼 일 없는 제목 없는 파일이 되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다고. 이 집 반은 둘째 몫인데, 내가 임의로 집 담보 대출받아 너희에게만 주기가 어렵다고 했어. 그리고 방으로 돌아왔는데, 갑자기 방문이 벌컥 열리더니 형수가 고래고래 소리 지르더라. 나를 도둑년 취급하느냐며 이제부터 각자 따로 살자고, 어머니는 어머니대로 알아서 밥해 먹고 알아서 살라고. 서로 모른 체 하고 각자 살자고. 아휴… 언제 우리가 제대로 밥이나 같이 먹었나. 어찌나 소리를 지르는지 옆집이 들을까 봐 겁까지 났다.”
“엄마, 잘 들으셔요. 그 집 엄마 집입니다. 이참에 아예 팔거나 전세를 내놓고 그 돈으로 실버타운 가요. 입주 보증금하고 매달 생활비는 당분간 그걸로 될 거예요. 연금으로 용돈 써요. 혹시 부족하면 나도 최대한 애써볼게. 엄마 아파트가 버스정류장도 바로 앞에 있고, 지하철도 6호선과 1호선이 걸어서 10분 이내에 있으니 괜찮을 거예요. 시세보다 조금 낮게 내요. 실버타운은 어디가 적당할지 내가 조사해 볼게. 더 나이 들면 가고 싶어도 나이 많다고 받아주지 않아. 지금 엄마 일흔도 안 되었으니 잘됐어.”
엄마의 답변은 의외였다.
“여보, 이제는 아이들이 공부에 집중해야 하니까 아무래도 어머니 방에 TV를 따로 넣어 드려야겠어요.”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을 때 들었던 대화의 전부였다. 그 며칠 뒤에 엄마는 할머니 방에 TV를 놓아드리고, 거실 TV를 없앴다. 할머니가 유달리 온갖 뉴스를 시청하는데 워낙 볼륨을 크게 하니 우리들 공부에 방해된다는 것이었다. 나와 동생의 성적이 온 가족의 지상과제와도 같은 시기에 할머니는 꼼짝없이 방에 갇혀 TV를 시청하는 처지가 되었다. TV를 방에서 보니 거실에 앉아 있기도 멀뚱했다. 할머니의 공간은 할머니의 작은방으로 축소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