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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과학 > 물리학 > 상대성이론
· ISBN : 9791173830129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25-08-27
책 소개
일반상대성이론을 이해하기 위한 첫걸음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우주 전체에 퍼져있는 것이라는 현대물리학의 정수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주는 책 《시간이 흐른다는 착각》(원제: ‘時間’はなぜ存在するのか)이 문학수첩에서 출간되었다. 물리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시간에 대한 뉴턴과 아인슈타인의 생각이 다르다는 사실을 잘 알 것이다. 뉴턴은 지구를 포함한 우주 전체에 동일하게 시간이 흐른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절대 시간이라고 불렀다. 반면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을 통해,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며 장소마다 다른 시간이 존재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리고 지금 우리는 아인슈타인이 옳다는 것을 안다. 그렇다면 시간이란 과연 무엇일까? 왜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질까? 이 책은 이러한 의문에 답하기 위해, 시간이 언제 어떻게 시작됐는지부터 이야기한다. 그리고 ‘시간이란 무엇인가’라는 궁극적인 물음에 답한다.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
팽창하는 우주를 아우르는 어떤 방향성이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시간의 흐름을 변화와 결부시켜서 생각한다. 무언가가 변하면 보통 시간의 흐름 탓이라고 여긴다. 시간이 흐르기에 변화가 일어나며, 변화가 있다는 것은 시간이 흐른다는 증거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변화할 무언가가 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시간이 흐를까? 이 물음에 대해 아인슈타인을 비롯한 현대물리학자들은 이렇게 답한다. “아무것도 없는 곳은 존재하지 않으며, 애당초 시간은 흐르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은 현대물리학자들이 내린 이러한 결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차근차근 설명해 나간다.
제1장에서는 뉴턴의 근대과학에서 아인슈타인 등의 현대물리학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경직된 뉴턴의 시간’, ‘시간의 신축(伸縮)이 중력을 만들어 낸다’, ‘유연한 아인슈타인의 시공’ 등 세 꼭지의 글로 단계적으로 설명한다.
제2장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유를, 좌우로 흔들리다가 멈추는 진자의 예를 들어서 설명한다. 흔들리는 진자는 운동에너지가 추에만 집중된 ‘지극히 편향된’ 상태이다. 물리 현상은 편향되지 않은, 즉 패턴(가능성) 수가 많아지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그 반대로는 진행되지 않으므로 시간의 경과가 되돌릴 수 없는 일방향적인 흐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제3장은 시간의 순환과 분기라는 주제를 다루면서, SF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타임머신과 웜홀, 타임 루프의 개념과 원리를 설명한다. 그리고 시간여행이 가능할 경우 자연스레 등장하는 모순인 ‘타임 패러독스’를 회피하는 수단으로 평행우주를 소개한다.
제4장과 제5장에서는 우주의 탄생이 생명 탄생과 진화에 미친 영향을 시작으로, 팽창하는 우주의 마지막, 즉 시간의 끝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를 생각해 본다.
각 장 말미에 실린 ‘SF 작품에 묘사된 시간’에서는 소설, 애니메이션, 게임 등 다양한 SF 작품에 묘사된 시간여행 장치나 시간 왜곡 설정 등에 대해 살펴본다. 가령 영화 〈인터스텔라〉에 나오는 웜홀이 과연 과학적으로 가능한지, 애니메이션 〈시간을 달리는 소녀〉의 설정인 타임 루프에는 어떤 문제가 따르는지 등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준다.
시간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온갖 장소에 존재하는 실체라면
인간에겐 왜 과거의 기억밖에 없을까?
이 책에 따르면, 그리고 현대물리학에 따르면 시간은 온갖 장소에 존재하는 실체다. 시간과 공간이 그 위에 물리 현상이라는 그림이 그려지는 고무로 만든 캔버스라면 시간은 이 캔버스를 이루는 날실 같은 것이다. 시간과 공간이라는 씨실과 날실로 짠 캔버스는 고무인 까닭에 장소에 따라서 늘어나거나 줄어들기도 하는데, 이런 일이 일어나면 그 주위는 평평할 수 없으므로 넓은 범위에 걸쳐 시공이 일그러진다.
이렇듯 시간이 어떤 흐름이 아니라 우주 전체에 걸쳐 존재하는 무언가라면, 인간에게는 왜 과거의 기억밖에 없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빅뱅과 함께 시작된 시간의 근원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빅뱅은 이름처럼 폭발(‘bang’)이 아니라 모든 곳이 똑같이 고온, 고밀도가 되는 균일한 상태였다고 말한다. 우주가 팽창함으로써 우주 공간에 옅게 흩어진 빅뱅 에너지 사이에 아주 미세한 차이가 생기고, 만유인력에 의해 이 에너지(물질)가 서로를 끌어당기면서 그 차이가 점점 커진 끝에, 가스가 응집한 천체와 진공에 가까운 우주 공간이 생겼다.
인간의 기억은 감각기관 등이 보내는 신호에 맞춰 뉴런과 뉴런의 접속이 변화함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다. 여기서 접속을 변화시키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며,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은 태양 빛을 흡수한 고에너지 분자를 통해 그 에너지를 얻는다. 그런데 태양 같은 항성은 우주의 시작이 빅뱅이라는 질서 정연한 고에너지 상태였기에 탄생한 것이다. 시간축에서 빅뱅과 가까운 쪽에서 형성된 항성은 빅뱅으로부터 멀어지는 방향으로 향하며, 주위에 에너지를 빛의 형태로 퍼트린다. 이 에너지의 흐름을 이용해서 기억을 형성하고 있기에 어떤 순간에 접속할 수 있는 기억은 전부 시간축에서 빅뱅과 가까운 쪽, 즉 과거의 정보로 한정되는 것이다.
빅뱅에서 시작해 지금도 계속 팽창하고 있는 우주에서 인간은 매우 보잘것없는 존재다. 엄밀하게 과학적인 의미에서 인간의 노력으로 시간을 제어하거나 우주의 팽창을 막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인간은 우주를 바꿀 수는 없어도 우주가 무엇인지는 알아갈 수 있다. 그리고 그 지식은 인간에게 시간이란 무엇인지를 가르쳐 준다.
목차
머리말•아무것도 없는 곳에서도 시간은 흐를까?
CHAPTER 1 •시간은 어디에 있는가?
1. 경직된 뉴턴의 시간
2. 시간의 신축이 중력을 만들어 낸다
3. 유연한 아인슈타인의 시공
CHAPTER 2 •‘흐르는 시간’이라는 착각의 기원
1. 시작의 수수께끼
2. 빅뱅은 폭발이 아니다
3. 우주는 파괴되어 간다
CHAPTER 3 •순환하는 시간, 분기하는 시간
1. 순환하는 시간
2. 미래는 어디까지 정해져 있는가?
3. 분기하는 시간
CHAPTER 4 •생물의 시간, 인간의 시간
1. 물질세계도 진화한다
2. 생명의 역사를 통해서 본 시간
3. 인간에게 시간이란?
CHAPTER 5 •시간의 끝
1. 파괴되어 가는 우주의 말로
2. 인간과 시간
참고문헌
책속에서
2020년에 도쿄 스카이트리의 지상층과 450미터 상공의 전망대에 광격자시계(光格子時計)라고 부르는 고성능 원자시계를 설치해 시간이 얼마나 다르게 흐르는지 직접 검증하는 실험이 진행되었는데, 전망대의 시계가 하루에 10억 분의 4초 빠르게 움직인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구의 중심과 가까울수록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은 분명하지만, 감각적으로 느끼기는 불가능할 만큼 미세한 차이인 것이다. 이것이 지구라는 천체가 지닌 에너지로 변동시킬 수 있는 시간의 한계다.
다만 인류사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면 일반상대성이론의 가장 큰 역할은 뉴턴의 이론에서 보였던 수수께끼를 해명한 점일 것이다. 뉴턴은 우주 공간을 아무것도 없는 진공으로 생각했는데, 정말로 아무것도 없다면 어떻게 중력이 전달되느냐는 수수께끼가 남는다. 이에 대해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 공간에 ‘시공’이라는 ‘실체’가 존재한다고 간주함으로써 이 수수께끼를 풀었다.
인간의 눈에 보일 만큼 거대한(전문 용어로는 ‘거시적인’) 물체는 방대한 수의 원자·분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물체가 외부로부터 강제적인 힘을 받지 않고 자연적으로 변화할 경우, 보통은 되돌릴 수 없는 일방향적인 과정이 된다. 이는 시간의 흐름이 되돌릴 수 없는 신비한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 아니라, 더 패턴 수가 많은 상태로 이행하는 것이 통계적으로 봤을 때 ‘지극히 있을법한’ 일이기 때문이다.
즉, 거시적인 물리 현상이 통계 법칙을 따르는 까닭에 시간 경과가 되돌릴 수 없는 일방향적인 흐름처럼 느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