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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75243460
· 쪽수 : 550쪽
· 출판일 : 2026-03-30
책 소개
- 궁궐의 비극에서 유배지의 인간으로 단종을 다시 만나다.
조선 왕조 500년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운명을 맞이한 왕, 단종.
세종의 손자로 왕위에 올랐으나 계유정난 이후 삼촌 수양대군(세조)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1457년 영월 청령포로 유배된다. 그리고 끝내 스러진 어린 임금. 그의 삶은 오랫동안 ‘권력의 희생자’로 기억되어 왔다.
이광수의 《단종애사》는 이 비극을 문학으로 형상화한 근대 역사소설의 정수다. 1928∼1929년 『동아일보』에 연재된 이 작품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집필되었다. 작가는 단종의 가련한 운명을 통해 식민지 조선의 자화상을 비추었고, 성삼문, 박팽년 등 충신들의 절개를 통해 민족정신의 회복을 호소했다. 궁중의 술책과 권력의 광기, 피로 얼룩진 정치의 민낯은 오늘날 읽어도 생생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같은 단종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조명한다. 이 작품은 1457년 청령포 유배시기를 배경으로, 폐위된 왕 이홍위(단종)와 영월 산골 마을 촌장 엄흥도의 관계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는 권력의 중심이 아닌, 궁궐 밖 유배지의 일상으로 시선을 옮긴다.
유배지를 지키는 보수주인 엄흥도는 삶의 의지를 잃은 어린 왕을 감시해야 하는 처지지만, 점차 인간적인 연민과 책임 사이에서 복잡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왕과 백성, 통치자와 촌장이라는 거리는 점점 ‘사람 대 사람’의 관계로 좁혀진다.
엄흥도(유해진), 이홍위(박지훈), 한명회(유지태), 매화(전미도), 금성대군(이준혁) 등 인물들은 단순한 선악 구도를 넘어 각자의 위치에서 시대를 살아가는 존재로 그려진다. 특히 한명회를 ‘악역’이 아닌 ‘시스템의 얼굴’로 바라보는 해석은 권력 구조 자체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소설《단종애사》가 권력의 광기 속에서 죽음으로 지켜낸 절개의 서사라면,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유배지에서 피어난 인간적 교감의 서사다.
하나는 궁궐의 피비린내 나는 정치 한복판을 응시하고, 다른 하나는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감정의 결을 더듬는다. 그러나 두 작품이 공유하는 질문은 같다.
권력은 인간을 어디까지 몰아붙이는가. 그리고 인간은 그 안에서 무엇을 끝내 지켜내는가.
사후 100년 만에 복위된 단종. 500년의 시간을 건너, 그는 이제 문학과 영화 속에서 다시 살아난다.
비극의 왕에서, 인간 이홍위로. 《단종애사》와 《왕과 사는 남자》는 역사를 기억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며, 오늘의 우리에게 묻는 이야기다.
목차
서문
고명편 顧命篇 - 왕위를 물려받다
실국편 失國篇 - 나라를 잃다
충의편 忠義篇 - 충신들의 선택
혈루편 血淚篇 - 눈물의 유배지
이광수 연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상감마마, 세자빈께옵서 시방 순산하시어 계십니다.”
하고 앞선 늙은 상궁(尙宮)이 읍하고 허리를 굽힐 때에야 비로소 용안(龍顔)이 풀리시며 웃음이 돌았다.
“매우 신고하옵시다가 옥 같으신 아들 아기를 탄생하시옵고는 세자빈께옵서는 곧 잠이 듭시고 아기씨는 자선당이 쩡쩡 울리도록 기운차게 우시옵니다.”
왕께서는 원손(元孫)이 나시었다는 기별에 매우 만족하시와 용안에 웃음이 가득하시어 두 학사를 돌아보시며,
“이해에 경사가 많구나. 종서가 육진(六鎭)을 진정하고 돌아오고, 또 원손이 났으니 이런 경사가 또 있느냐.”
- 본문 중에서
“성삼문의 몸뚱이가 다 타서 없어지기로 성삼문의 가슴에 박힌 일편충성이야 탈 줄이 있으랴.”
하고 벽력같이 소리를 지른다. 이 소리에 놀라 쇠꼬치 든 무사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선다. 삼문의 배에서 붉은 피가 한없이 흐른다.
이때에 신숙주가 무슨 은밀한 말씀을 아뢰려고 왕의 곁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고 삼문이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지른다.
“이놈 숙주야, 네가 나와 함께 집현전에 입직하였을 적에 영릉께옵서 원손을 안으시고 뜰에서 거니시며 무어라고 하시더냐. 내가 천추만세 후에 너희는 이 아이를 생각하라고 하신 말씀이 아직도 귀에 쟁쟁하거든 너는 벌써 잊어버렸단 말이냐. 아무리 사람을 믿지 못한다 하기로 네가 이다지 극흉극악하게 될 줄은 몰랐다. 이놈아, 네가 대의를 저버렸거든 천벌이 없이 부귀를 누릴 듯싶으냐.”
- 본문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