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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5046174
· 쪽수 : 352쪽
· 출판일 : 2017-04-16
목차
part 1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part 2 쉽게 씌어진 시
part 3 무얼 먹구 사나
part 4 화원에 꽃이 핀다
part 5 님에게
part 6 반달
part 7 진달래꽃
part 8 엄마야 누나야
책속에서
사실 내가 윤동주의 시를 읽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그의 사진 때문이었다.
이런 늠름한 청년이 어떤 시를 썼을까, 좋게 말하자면 관심,
속된 말로 한 번 평가해 볼까하는 오만한 속셈이 있었다.
짙은 지적 분위기, 그야말로 먼지 한 점 머물지 못할 깨끗한 얼굴,
과연 지난 시절의 대학생은 이런 사람들이었구나, 가슴 한편에 뜻 모를 그리운 감정을
몰고 올 만큼 첫인상은 매우 선명했다.
그런데 일본인 어느 누구의 기억에도 머물러 있지 않았다.
이십 대의 젊은 나이에 절대로 쓸 수 없는 그 청아하고 강렬한 시 한 구절만으로도
나는 이 젊은이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데, 영문학 85점, 동양철학사 80점을 비롯
한 모든 성적이 우수한데도 그를 지도했던 교수의 기억에도 머물러 있지 않았다.
나는 그 때, 윤동주의 깊은 고독을 절절한 가슴으로 느꼈다.
장수할수록 쓸모없는 수치만 쌓이는 일반적인 인생과 달리 윤동주는 요절했다.
요절은 시인의 특권이라지만 그는 사고나 질병에 의해 삶을 마감한 것이 아니다.
1945년 조국의 독립을 불과 반년 앞둔 만 스물일곱의 젊은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옥사한 사람이다.
처음에는 릿쿄 대학 영문과에 유학한 후 곧 도시샤 대학 영문과로 옮겼으나
독립운동 혐의를 받고 후쿠오카 형무소로 보내진다.
거기서 그는 내용을 잘 모르는 정체불명의 주사에 시달린다.
사망 직전 모국어로 무슨 말을 크게 소리치고 숨을 거두었지만 그 말이 무슨 뜻이었는지
일본의 간수는 몰랐다.
하지만 “동주 씨는 무슨 의미인지 알 수 없지만, 고함을 지르며 절명했습니다.”
라는 증언은 남았다.
- 이바라기 노리코의 에세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