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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사악한 늑대

넬레 노이하우스 (지은이), 김진아 (옮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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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늑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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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사악한 늑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기타국가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85051062
· 쪽수 : 600쪽
· 출판일 : 2013-06-19

책 소개

'타우누스 시리즈' 여섯 번째 작품. <바람을 뿌리는 자> 출간 이후 한동안 침묵을 지키던 넬레 노이하우스가 심혈을 기울여 내놓은 <사악한 늑대>는 전 세계 미스터리 팬들의 기대를 한 몸에 모으며 2012년 가을, 독일을 뜨겁게 달군 작품이다.

저자소개

넬레 노이하우스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7년 독일 북서부의 베스트팔렌 뮌스터에서 태어나 열한 살 때 마인강이 흐르는 타우누스 지역으로 이사한 후 농장에서 말을 타며 자랐다. 어린 시절부터 이야기를 짓는 즐거움에 빠져 소설과 연극, 로맨스와 스릴러를 꾸준히 썼다. 대학에서 법학, 역사학, 독어독문학을 공부하던 중 학업을 그만두고 프랑크푸르트의 광고 회사에 들어가 일하면서도, 또 결혼한 후에도 줄곧 작가의 꿈을 놓지 않고 수많은 출판사에 투고하다가, 2005년 자비로 소설을 출간해 집 마당에 쌓아놓고 팔기 시작했다. 조금씩 출간 부수를 늘리면서 직접 책들을 나르고 아마존 주문분을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등 모든 것을 혼자 해내던 끝에 마침내 2010년 중견 출판사 울슈타인에서 ‘타우누스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인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을 세상에 내놓았다. 작가 본인의 작품 목록은 물론 독일 미스터리 소설계에도 기념비적인 작품이 된 이 소설은 발간 사흘 만에 베스트셀러 순위에 올라 무려 32주 동안 1위를 지킨다. 또한 독일에서만 350만 부 이상 판매되고 30여 개 국가에서 번역 출간되어 총 1,000만 부 이상 팔리면서 전 세계에 넬레 노이하우스 열풍을 일으켰다. 무명의 작가가 명실상부한 독일 미스터리의 여왕으로 등극하는 순간이었다. 대표작 ‘타우누스 시리즈’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의 수사반장 올리버 폰 보덴슈타인과 뛰어난 직관력의 형사 피아 산더라는 환상의 콤비를 중심으로 타우누스 지역 강력11반의 개성 넘치는 인물들이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내용을 그린 유럽 최고의 인기 시리즈다. 국내에서는 2011년 《백설공주에게 죽음을》이 출간되며 넬레 노이하우스와 시리즈의 이름을 처음으로 알렸고, 더불어 그간 비주류였던 독일 장르소설의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했다. 이후 시리즈의 다른 작품들 또한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오르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고, 2013년부터 독일 ZDF에서 방영된 미니시리즈도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다른 주요 저작으로 미스터리 성장소설 ‘셰리든 그랜트 시리즈’와 청소년소설들이 있으며, ‘넬레 노이하우스 재단’에선 아동 및 청소년의 문해력 증진을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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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아 (옮긴이)    정보 더보기
숙명여자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했고 베를린자유대학교에서 교육학과 연극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뒤스부르크에센대학교에서 교육학 강사를 역임했으며, 현재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잔혹한 어머니의 날》 《산 자와 죽은 자》 《사악한 늑대》 《깊은 상처》 《사랑받지 못한 여자》 《바람을 뿌리는 자》 《너무 친한 친구들》 등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그 외 옮긴 책으로는 《피오르의 유령》 《수잔 이펙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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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녀는 참으로 아름답다. 작고 귀여운 천사의 부드러운 금발이 어깨로 살포시 흘러 내려와 있다. 그 머리카락을 만지면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 그는 잘 안다.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그녀는 햇볕에 살짝 그을린 목덜미와 부서질 듯 가녀린 등뼈를 드러낸 채 열심히 휴대전화를 두드리고 있다. 그는 그녀를 놀라게 하지 않으려고 헛기침을 해 인기척을 냈다. 그녀가 얼굴을 반짝 들었다. 그녀와 그의 시선이 마주쳤다. 그녀의 미소는 입가에서 시작돼 천천히 온 얼굴로 퍼진다. 그녀가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몸을 움찔하며 그녀가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녀의 신뢰감으로 가득 찬 짙은 눈동자를 보니 마음 한구석이 찌릿하니 아파왔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그가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지지 않는 것은 전부 그녀 때문이다. 만약 그녀가 없었다면 뭐든 돈 안 드는 방법을 통해 이 비참한 생을 일찌감치 마감했을 것이다.
“안녕, 아가씨.”
그는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가 바로 내렸다. 그녀의 피부는 보드랍고 따뜻하다. 늘 그렇지만 처음에는 그녀를 만지는 게 쉽지 않다.
“엄마한테는 어디 간다고 했어?”
“제시네 집에 간다고 했어요. 양아버지랑 무슨 파티 같은 데 간대요. 소방서에서 하는 거라든가…….”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휴대전화를 빨간 배낭 주머니에 쏙 집어넣었다.
“그래?”
그는 혹시 지나가는 사람이나 이웃에서 보는 사람이 없는지 주위를 살폈다. 흥분에 가슴이 떨리고 무릎이 휘청거렸다.
“네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사놨어. 어서 들어가자.”


피아는 감식반 직원들이 지나가도록 한 걸음 옆으로 물러났다. 직원 둘이서 소녀의 시체를 물 밖으로 끌어냈다.
“이건 뭐 종잇장처럼 가볍군. 뼈하고 가죽만 있는 것 같아.”
직원 하나가 말했다. 피아는 시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죽은 소녀는 가느다란 어깨끈이 달린 민소매 셔츠에 짧은 청치마를 입었는데 치마가 위로 말려 올라가 허리께 뭉쳐 있었다. 조명이 아주 밝지는 않았지만 시커먼 멍 자국과 길쭉한 상처가 죽은 소녀의 비쩍 마른 몸뚱이를 뒤덮고 있는 게 분명히 보였다.
“헤닝, 이거 멍 자국 아니야?”
피아가 소녀의 배와 허벅지를 가리키며 물었다.
“음, 그런 것 같은데.”
헤닝은 손전등으로 소녀의 몸을 비춰 보더니 이맛살을 찌푸렸다.
“맞아. 멍 자국과 열상이 아문 흔적이야.”
헤닝은 소녀의 손을 번갈아 가며 들고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크뢰거.”
“왜?”
“이 시체 뒤집어도 될까?”
“응.”
헤닝은 피아에게 손전등을 주고 장갑 낀 손으로 소녀를 조심스레 뒤집었다.
“세상에! 이게 다 뭐야?”
피아가 기겁해서 외쳤다. 등 아랫부분과 엉덩이가 완전히 헤져서 근조직 사이로 척추, 갈비뼈, 골반의 일부가 허옇게 드러나 있었다.
“배의 스크루 때문에 난 상처야. 이 아이는 오늘 저녁에 죽은 게 아니야. 그리고 여기서 죽지도 않았어. 손의 상태만 봐도 물속에 있은 지 한참 된 거 같아. 강물에 떠내려 온 건지도 모르지.”
“그 말은 이 아이가 다른 학생들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뜻이야?”
피아가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난 법의학자일 뿐이야. 그걸 알아내는 건 당신 몫이지. 분명한 건 오늘 죽은 게 아니라는 거야.”


아버지가 종이 가방을 탁자에 올려놓더니 다른 원피스를 꺼냈다. 삼촌은 그녀를 무릎에 앉히고 그 빨간 원피스와 어머니가 신는 것 같은 진짜 실크 스타킹을 입혀주었다. 삼촌이 허리에 붙어 있는 리본을 어떻게 매야 하는지 몰라 허둥대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왁자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정말 어찌나 우습던지!
그런데 그 원피스는 정말 예뻤다. 빨간색 공주 드레스에 빨간 구두. 구두에는 굽도 달려 있었다!
그녀는 거울을 보며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버지도 뿌듯한 것 같았다. 아버지는 그녀의 손을 잡고 거실을 가로질러 2층으로 올라갔다. 마치 결혼식 행진을 하는 것 같았다. 리하르트 삼촌이 먼저 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 천장에 덮개가 달린 진짜 공주 침대가 있는 것이 아닌가!
“여기서 무슨 놀이 할 거예요?”
“아주 재미있는 놀이를 할 거야. 옷도 갈아입을 거고. 여기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버지가 나간 뒤 그녀는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 뜀을 뛰었다. 그리고 아까 모두들 그녀의 드레스에 감탄하며 칭찬하던 것을 떠올렸다. 그때 갑자기 문이 열리고 늑대가 나타났다.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 외마디 비명을 질렀지만 곧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은 늑대 분장을 한 아버지였다. 아버지와 이런 비밀 놀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녀뿐이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건 나중에 그 일을 전혀 기억할 수 없다는 거였다. 그건 정말 슬픈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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