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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5135373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4-05-25
책 소개
목차
책을 펴내며
제1부 수필
[1] 초보 할머니 놀이
101 - 두 번의 생일
102 - 라오스 여행기
103 - 아내 면허증
104 - 어설픈 태백산 등정기
105 - 잊힌 부모님 기념일
106 - 청산도를 만나다
107 - 초보 할머니 놀이
[2] ‘손 없는 날’ 실수
201 - 김을 구우며
202 - 노각(老脚)
203 - 더덕
204 - 명란(明卵)젓 담그기
205 - 뮤지컬 보러 가던 날
206 - 믿음으로 보낸 하루
207 - 바람
208 - 반려동물
209 - ‘손 없는 날’ 실수
210 - 쌀뜨물
211 - 연주회를 다니며
212 - 퇴근길에
213 - 휴일 풍경
[3] 나이가 익어 가는 지금도 참, 좋네요
301 - 고백하지 못한 비밀
302 - 나이가 익어 가는 지금도 참, 좋네요
303 - 내 인생 후반을 바꾼 하나의 시
304 - 동년배 운동회
305 - 목소리
306 - 배려가 불편한 세상
307 - 새로운 발견
308 - 젊은 날을 추억하며
309 - 타임머신
310 - 어머님 떠난 자리
제2부 시
[4] 선잠 사이로
401 - 12월
402 - 가을이 떠난 자리
403 - 성묫길
404 - 아버님 간병 일기 1
405 - 아버님 간병 일기 2
406 - 아버님 간병 일기 3
407 - 아버님 간병 일기 4
408 - 노점상 할머니
409 - 선잠 사이로
410 - 암(癌)
[5] 감정의 이정표
501 - 오후
502 - 지금 우리 이웃엔
503 - 감정의 이정표
504 - 꿈에서 깨어나
505 - 무지개
506 - 봄이 오는 길
507 - 세월을 느끼며
508 - 시들지 않는 마음
509 - 유년의 조각 기억
510 - 재회
리뷰
책속에서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자격증과 면허증이 있지만, 나에겐 아내라는 이름의 특별한 면허증이 있다. 딱히 언제부터라고 말할 수는 없으나 기대와 바람보다는 포기와 양보로 만들어진 것이다. 아내 면허증을 취득하는 데 필요한 기술은 오래전에 갖게 된 것도 있고, 최근에 새롭게 익힌 것도 있어서 그 종류도 다양하다.
기대하지 않고 마음 비우기 1급, 혼자서 시간 보내고 만족하며 지내기 1급, 남편이 결정하면 따라 주기 1급, 귀가 시간이 늦더라도 보채지 않기 1급, 멀리 여행을 간다고 해도 마음 편하게 보내 주기 1급, 속상하거나 우울할 때 마음 조절하기 1급과 거기에 아내의 필수 조건 애교는 10단이다. 이 모든 것은 결혼 생활을 하면서 지금처럼 긍정적인 내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던 보물 상자라고 생각한다.
- <103. 아내 면허증> 中에서
지난밤 늦겠다는 아들의 문자를 받고 들어오는 것도 모르고 잠이 들었는데 얼마나 피곤했는지 현관에 벗어 놓은 아들의 구두마저 옆으로 누워 있다. 아들의 구두를 바로 세워 놓고 주방으로 가서 라디오를 켰다. 라디오에선 ‘웬 아이 드림(When I dream)’ 감미롭고 부드러운 올드팝이 흐르는 중이다. 흥얼흥얼 익숙한 멜로디를 따라 불러 본다. 재촉하지도 않고 시간이 부족해서 불안하지도 않은 아주 평화로운 고요가 흐른다.
이것저것 궁리를 하다가 생각해 낸 것이 한동안 손 놓았던 김을 재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엔 대부분 조미된 포장 김에 익숙한 입맛이지만 아직도 우리 집엔 종종 이렇게 김을 재워 놓고 두고두고 구워서 먹는다. 김을 재우려면 특별한 재료도 필요 없고 들기름과 소금만 있으면 되기 때문에 요란한 준비나 도구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분홍색 꽃무늬가 바탕에 가득 깔린 금빛 쟁반에 김 한 톳을 꺼내 준비한다.
- <201. 김을 구우며> 中에서
성묘를 왔다가 불을 내고 속옷만 입고 가는 사람이 나 말고 또 있을까 하는 자책을 했다. 그런 모습으로 즐비하게 늘어선 묘지 앞을 지나기도 죄송하기만 했다. 그날따라 주차장까지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속옷만 입고 운전하는 나를 보며 친구는 계속 웃어 댔고, 친구 시댁으로 돌아온 우리는 친구 어머니 운동복을 얻어 입고 집으로 돌아왔다. 조심스레 낮에 있었던 일을 남편에게 말하는 동안 한낮의 공포는 다시 밀려왔고, 잔디 태운 거는 괜찮다고 말하면서도 웃음을 참지 못하는 남편의 표정은 아무래도 날 놀리는 것 같았다.
그날 그렇게 해서 어머님 산소에 불을 내고 검은 묘를 만들어 놓았으니 아무 생각 없이 성묘 갔던 시동생이 놀랐을 건 당연한 일이었다. 시어른들께는 이미 말씀드려 알고 계셨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제사 지내러 온 시동생이 그날을 설명하면서 큰소리로 막말을 해 대기 시작했다. 공원 관리소에 가서 항의도 했고 누가 그랬는지 붙잡히면 그냥 두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왔다는 것이었다.
-< 301. 고백하지 못한 비밀> 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