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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5346342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두 개의 태양이 뜨다 … 13
쑥대밭 되는 명문가 … 29
강철의 제왕 … 44
밀리고 밀려서 호랑이 등에 오르다 … 57
아우만한 형이 없다 … 73
이 불효를 어찌하오리까 … 88
파발마는 급보를 안고 달린다 … 100
생명은 가도 또 온다 … 112
내가 정말 조선의 왕인가 … 124
전문가가 아니면 나서지 말라 … 136
군왕의 길과 민초의 길 … 150
원수는 은혜로 갚는다 … 164
부처가 죽어야 공자가 사는가 … 177
남녀상열지사가 대전을 괴롭히다 … 190
국모 딸과 종년 어머니, 눈물의 포옹 … 203
뭇 대신의 무릎을 꿇게 한 여인 … 218
화적 여장부의 한 … 232
권부의 중심을 향해 칼을 겨누다 … 247
천민은 하늘이 내린 굴레인가 … 261
임금의 미친 며느리와 신백정 … 276
조선왕실 가계도와 정부 조직도 … 292
저자소개
책속에서
“중전! 참으로 할 말이 없소. 내 명색이 나라의 만인지상(萬人之上) 금상이지만 속수무책이니 무슨 낯으로 중전을 보리오.”
임금이 다시 긴 한숨을 쉬었다. 중전의 수척하고 슬픔에 젖은 모습을 보는 눈에 한 줄기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내 오늘밤 연화방 수강궁 상왕 전하 앞에서 술 마시고 춤추며 놀다가 이제야 오는 길이오. 상왕 전하는 ‘주상이 나를 위로하니 지극히 즐겁구나.’라 하셨소. 박은, 이원 양 정승, 그리고 형조 조말생, 맹사성까지 즐겁다고 춤추더군요, 무엇이 즐겁습니까? 중전의 친아버지요, 나의 장인을 날만 새면 황천길로 가게 만들어 놓고 무엇이 즐겁습니까?”
세종이 마침내 더 참지 못해 손으로 방바닥을 치며 울음을 삼켰다. 참으려고 애쓰던 중전이 통곡을 시작했다.
“전하. 정녕 길이 없는 것인지요. 신첩 숙부의 목숨을 빼앗은 지 몇 달 되지도 않아 이번엔 아버님을……. 정말 못난 딸자식 때문에 집안이 이 무슨 날벼락이랍니까. 전하…….”
왕과 왕비가 넓디넓은 궁전 침실에서 목놓아 통곡하는 목소리는 밖에서 슬퍼하던 상궁들의 가슴을 쥐어짰다.
- '두 개의 태양이 뜨다' 중에서
이튿날 아침 해가 중천에 돋았을 때 세종은 급보를 받았다.
“무엇이, 서울이 불바다가 되었다고? 누구의 짓이냐?”
세종은 급히 서울로 돌아왔다. 이틀 뒤 의정부에서 한양 대화재에 대한 보고가 있었다.
“불이 나자 대신들의 노비들이 약속이나 한 듯이 뛰어나와 난동을 일으키고 재산을 약탈했습니다. 불을 지르라고 지시한 자는 화적 강원만이라고 합니다. ”
한성부윤 김소가 보고했다.
“강원만이 혼자 획책한 일이란 말이오?”
“남자 전복을 입은 여자 두목이 말을 타고 지휘를 했다고 합니다. 그 여자는 불화살을 쏘는데 대낮에 명궁이 쏘는 것처럼 정확했다고 합니다.”
“그 여자가 바로 홍득희로구나. 놀라운 일이야. 놀라운 일.”
세종이 착잡한 표정으로 몇 번이고 되풀이해서 말했다.
“아마 합세한 노비들이 내통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방화에 가담한 자들은 엄중히 다스려야 합니다. 잡힌 자 중에 16세 이상은 모두 교형에 처하게 하옵소서.”
대사헌 김명성이 아뢰었다.
“지금 벌주는 게 능사가 아니오. 비록 노비와 신백정과 평민이라고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사람이 불을 지르는 데 가담했는지 그것이 걱정이오.”
임금 세종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 '권부의 중심을 향해 칼을 겨누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