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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85419961
· 쪽수 : 376쪽
책 소개
목차
첫사랑 연인의 동반 자살
매달 배달되는 돈 봉투
지독하게 운 없는 남자
서투른 사랑
요괴 고양이 삐이
첼로 켜는 술고래
리뷰
책속에서
가게 이름은 ‘은하 식당’. 그렇습니다, ‘은하 철도’가 아니라 ‘은하 식당’입니다. 더군다나 식당도 아닙니다. 카운터 석만 있는 선술집이라서. 이처럼 다소 장난스럽고 재미있는 이름을 붙인 자가 대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한 부근 상점주들이 쥔장의 솜씨도 가늠할 겸 삼삼오오 들렀다 가는 그대로 이 가게의 매력에 푹 빠져버리는 실정입니다. 그래서 단골이 되면 참으로 좋습니다. 뭐가 좋으냐면, 우선 술에 안주는 기본이고, 쥔장을 에워싸는 디귿 자 모양 카운터의 너비며 높이, 의자 높이, 너무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실내조명. 가게 안쪽 한 귀퉁이에 소중히 장식해 둔 진짜 첼로와 L자형 나무 후크에 달아놓은 굵은 활이 자아내는 운치. 벽에 걸린 세월이 묻어나는 괘종시계의 음색. 아홉 사람이 앉으면 한 사람은 서야만 하는 가게의 넓이. 예순 살 안팎으로 보이는 쥔장의, 흡사 쇼와 시대 스탠드바의 마스터가 연상되는 안경 스타일이며 은은한 멋이 느껴지는 조끼에 나비넥타이. 게다가 객쩍은 소리 한 번 하는 법 없는 쥔장의 고상하고 품위 있는 언행까지, 여하튼 모든 게 다 좋습니다.
절임반찬가게 셋째 아들이었던 코조는 가업을 이을 필요도 없었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스스로 원하는 인생을 걸어갈 자유를 얻었다. 하지만 자유란 어려운 것. 무조건 뭐든지 다 원하는 대로 해도 좋다, 라는 건 한줄기 빛조차 없는 암흑 속에서 어디로든 걸어도 좋다, 라는 말과 같아서 코조는 실제로 자신이 어디를 향해 무엇을 어떻게 해나가야 좋을지 알 수 없는 막막함을 느꼈다. 더구나 헤매는 장소가 대도시가 되고 보니 자칫 길을 크게 잘못 든다 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따라서 행여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도록 마음의 안테나를 높이높이 뻗어 자신의 관심 분야를 찾아가던 중, 드디어 크게 마음을 움직이는 대상을 만나게 되었다. 그것이 바로 ‘영화’였다.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사랑은 풍요롭고 조용한 바다입니다. 하지만……아무리 가까이 있어도 원망이란 건 어느 날 갑자기 간헐천처럼 마음에서 솟구쳐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 마련이죠…….”거기서 마스터는 말을 끊고, 잠깐 생각에 잠기는가 싶더니 내처 쓸쓸한 듯 말합니다. “……자기 마음속에 있는 어리석은 질투며 안타까운 후회며 어여삐 여기는 마음들을 한데 섞어 수납할 만한 상자가 그 무렵의 코조 씨에게는 아직 없었던 거겠죠. ……저로서는 코조 씨의 괴로운 심정을 알 것도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