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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91185459554
· 쪽수 : 344쪽
책 소개
목차
7월
10월
3월
5월
감사의 말
리뷰
책속에서
바다는 점점 더 세게 나를 끌어당겼다. 어렸을 때 신기해하고 감탄하며 호기심을 가졌던 많은 것이 청소년기에 이르면 대개 그 매력을 잃고 만다. 그러나 나에게 바다는 점점 더 크고 깊고 환상적인 대상이 되었다. 어쩌면 바다에서 생을 마감한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여러 세대를 건너뛰어 그런 갈망이 내게 유전된 것일지 모른다. 후고가 계획한 일에는 나를 확 잡아끄는 어떤 매력이 있었다. 당시에는 몰랐고 어쩌면 지금도 확실히 알 수 없는, 기껏해야 시야의 끄트머리에서 깜빡거리며 어둠을 찢는 등대의 회전하는 빛만큼만 알 수 있는 매력. 나는 그때 할 일이 아주 많았지만 주저 없이 대답했다.
“좋아, 바다로 나가 그린란드상어를 잡자.”
우리는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거울처럼 맑은 물 위에 있다. 어쩌다 한 번씩 이렇게 바람 한 점 없는 상태를 로포텐 사람들은 ‘초월적 고요’라고 부른다. 우리가 떠 있는 바다의 깊이는 500미터다. 하얀 물 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해초 사이에 바다연어, 어패류, 대구, 명태 그 외 수많은 어종이, 특히 알에서 깬 어린 물고기들이 산다는 걸 우리는 안다. 해초 숲 밑으로 150미터, 200미터까지 더 내려가면 그곳의 물이 모든 빛을 삼켜버린다. 물이 얼마나 맑고 깨끗하든 상관없이. 수명을 다하기 직전의 낡은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빛을 닮은 흐릿한 광채만이 멀리서 감지된다. 약 500미터 깊이에서는 완전히 깜깜하다. 광합성조차 불가능해 식물은 살 수가 없다. 바로 그곳에 그린란드상어가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