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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마녀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

주경철 (지은이)
생각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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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마녀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서양사 > 서양근현대사
· ISBN : 9791185585246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16-05-04

책 소개

르네상스와 과학혁명을 거쳐 곧 찬란한 계몽주의의 빛이 온 세상을 환히 비추게 되는 근대 유럽에 휘몰아쳤던 '마녀사냥'의 광기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서구 근대사의 재해석'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주경철 교수는 이 책에서 마녀사냥에 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목차

들어가며

I. 유니우스의 비극
II. 기독교화와 마술: 서기 1000년까지
III. 민중 신앙과 마술
IV. 권위의 확립과 이단: 대권과 대죄
V. 마녀 개념의 도약
VI.『개미 나라』
VII.『말레우스』, 악의 고전
VIII. 재판과 처형의 매뉴얼: 개념에서 실천으로
IX. 광기의 폭발
X. 마녀사냥의 쇠퇴

나가며
주석
참고문헌

저자소개

주경철 (지은이)    정보 더보기
서울대학교 역사학부 서양사 전공 교수이다. 파리 사회과학고등연구원(Ecole des Hautes Etudes en Sciences Sociales)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으며, 하버드대학 옌칭연구소, 버클리대학 한국학연구소, 파리7대학 방문교수, 서울대학교 역사연구소 소장, 서울대학교 중세르네상스연구소 소장, 한국 도시사학회 회장, 대우재단 학술운영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유럽 근대사, 그중 특히 경제사와 문화사를 주로 연구하였고, 최근에는 해양사로 연구 분야를 확장하였다. 근대 자본주의 세계의 경제·사회·문화적 발전, 그리고 글로벌한 차원의 문명 교류 등에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대항해 시대: 해상 팽창과 근대 세계의 형성』(2008), 『문명과 바다』(2009), 『마녀: 서구 문명은 왜 마녀를 필요로 했는가』(2016), 『바다 인류: 인류의 위대한 여정, 글로벌 해양사』(2022) 같은 학술서, 그리고 『문학으로 역사 읽기, 역사로 문학 읽기』 (2009), 『주경철의 유럽인 이야기』(2017), 『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역사』(2024), 『문화로 읽는 세계사』(2005) 같은 교양서를 썼으며, 『물질문명과 자본주의』, 『물의 세계사: 부와 권력을 향한 인류 문명의 투쟁』(2013), 『유토피아』(2007) 등 여러 책들을 번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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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한 가지 사실을 먼저 지적해야 할 것 같다. 흔히 마녀사냥을 중세 현상으로 오해하지만 사실은 근대 초에 정점을 이루었던 사건이다. 르네상스 이후 찬란한 문화의 빛이 되살아나고, 과학혁명과 계몽철학의 결과 세계에 대한 합리적 해석이 가능해졌으며, 조만간 산업혁명의 성과를 바탕으로 유럽이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게 될 바로 그 시대에 그와 같은 몽매한 일들이 일어난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근대 유럽의 긍정적인 측면과 마녀사냥은 전혀 별개의 현상인가? 그렇지 않다. 마녀사냥은 유럽 문명 발전의 궤적에서 한때 잠깐 일탈했던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오히려 문명의 내부에서 필연적으로 자라나온 현상이다.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는 법, 근대 유럽에서는 선과 악, 정의와 불의, 신성과 마성 등이 함께 규정되었다. 이런 의미에서 유럽 문명은 마녀를 필요로 했다. 최고의 선을 확립하고 지키기 위해 최악의 존재를 발명해야 했던 것이다. 지극히 엄격한 기준을 세운 후 이를 어기는 세력을 억압하기 위해 권력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동원하는 방식으로 진리를 수호하려 한다는 점에서 마녀사냥은 분명 서구 근대성의 측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_들어가며


마녀사냥의 광풍이 불면 그 누구도 안심할 수 없었다. 누구든지 마녀·마법사로 몰려 죄를 뒤집어쓰고 죽음으로 내몰릴 수 있었다. 그런 때에는 유니우스의 사례가 잘 보여주듯 사회 상층 인사들이라고 해서 안심할 일이 아니었다. 그 과정은 실로 처참하기 짝이 없다. 유니우스는 육체적 고통과 죽음의 위협에 더해 자신이 거짓으로 하느님을 부인해 사후에 영혼의 구원을 못 받지 않을까 엄청난 고뇌에 빠진 듯하다. 진실과 다른 말을 할 수밖에 없었던 유니우스는 자신의 내면의 이야기를 고해하기 위해 신부를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재판관으로 봉직하는 '박사님들'은 그것마저 거부했다. 대신 자백의 기미를 보이자 하루 말미를 주었을 뿐이다. 유니우스는 딸에게 자신이 처한 사정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자기 영혼의 진실한 고백을 기록으로 남기려 했다. 자신이 할 수 없이 하느님을 부인하게 된 사정을 이런 식으로라도 간접적으로 세상에, 그리고 하느님 앞에 밝히고 싶었던 것 같다.
_Ⅰ. 유니우스의 비극


그러나 정말로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믿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 또한 확인할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고문 집행관의 말에서 그 점을 읽을 수 있다. 재판에 끌려오면 설사 무고한 사람이라 하더라도 꼼짝없이 마녀의 죄를 뒤집어쓰게 된다는 것을 그는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고, 또 그 사실을 유니우스에게 말해 주며 차라리 빨리 자백하라고 권한다. 적어도 그는 이 재판이 결코 공평정대하지 않으며, 고문을 통해 허위로 죄를 조작하고 있다는 점을 알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악랄한 거짓의 무대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중이다. 이야말로 설명하기 힘든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분명 모든 사람이 마녀사냥의 허구를 있는 그대로 믿지는 않으며 적어도 일부 사람들은 열린 틈새를 통해 또 다른 진실을 보고 있지만, 그럼에도 시대의 거대한 흐름은 정해진 방향대로 도도히 흘러갔다.
_Ⅰ. 유니우스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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