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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85851297
· 쪽수 : 420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파라다이스 아파트에 오신 걸 환영해요. 짐 정리하는 동안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다줄게요.”
나는 그녀가 문을 닫지 못하도록 즉시 문에 손을 얹었다. “잠깐만요. 뭐라고요? 고양이요?”
“네, 새끼 고양이요.”
나는 그녀가 방금 한 말로부터 마치 나를 보호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의 문에서 한 발짝 물러섰다. “아니, 됐어요.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는 않아요.”
“나에겐 이미 너무 많아요.”
“전 고양이를 원하지 않는다니까요.” 나는 반복한다.
“대체 누가 고양이를 원하지 않아요?”
“저요.”
그녀는 내 대답이 말도 안 되게 불합리하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고양이를 데려가면 우선 2주 동안 전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해줄게요.” ‘도대체 여기는 어떤 곳이지?’ “좋아요. 알았어요.” 그녀는 마치 나의 침묵이 훌륭한 협상 전략이라고 인정하는 듯이 이어서 제안한다. “한 달. 고양이 한 마리만 데려가면 한 달 동안은 보증금을 내지 않아도 돼요.”
로만이 내가 그녀를 쳐다보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는 카운터에 팔꿈치를 기대고 말한다. “이혼일까요, 사별일까요?”
로만은 혼자 이곳에 와서 남들과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의 속사정을 추측하는 것을 좋아했다. 저 여자는 이혼 때문에 여기 온 것 같진 않았다. 여자들은 보통 전처라고 적힌 어깨띠를 자랑스레 두르고, 무리의 친구들과 함께 술집에 와서 이혼을 축하한다.
그녀는 슬퍼 보이지만 누군가의 죽음을 비통해하는 방식의 슬픔도 아니었다.
“난 이혼으로 할게요!” 로만이 말한다.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녀의 비극을 추측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혼도 죽음도 심지어 나쁜 하루도 아니었기를 바랐다. 오랫동안, 아주 오랫동안 그녀에게 좋은 일이 없었던 것만 같아서 그녀에게 좋은 일들이 일어났으면 싶었다.
사람들은 사랑에 빠진다고 말하지만 ‘빠진다’는 것은 생각해보면 정말 슬픈 단어이다. 빠지는 것은 결코 좋은 일이 아니다. 물에 빠지고 구덩이에 빠지고 비통함에 빠진다. 사랑에 빠졌다,라는 말을 처음 사용한 사람은 사랑에 빠졌다가 그 말을 할 당시는 이미 헤어 나왔음이 분명하다. 그렇지 않았다면 훨씬 더 좋은 말로 표현했을 테니까.
스코티는 우리 관계의 중간쯤에서 내게 사랑한다고 말했다. 그날은 내가 그의 가장 친한 친구를 처음 만나기로 한 날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날의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오래전이라 이유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친구가 약속을 취소해야 했고, 스코티가 너무 슬퍼해서 나는 쿠키를 구워주고 마리화나를 같이 피운 다음, 그가 원하는 방식의 사랑을 해주었다. 최고의 여자친구인 셈이었다. 내가 그를 죽이기 전까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