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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5962078
· 쪽수 : 494쪽
· 출판일 : 2018-01-05
책 소개
목차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 눈은 왜곡의 정중앙에 박혀있다. 넓게 보려는 자의 시선은 가장자리부터 흐려지고 휘어진다. 이 전쟁을 부른 저 이념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환시의 눈과도 같은 것이다. 내가 보려는 세상은 그 어디에고 없다. 저 붉은 군대의 그럴듯한 유토피아 세계가 그럴 테고, 월가의 자본가와 도쿄 전범들의 저 음험하고 지독한 전쟁에의 욕구가 또한 그러할 것이다. 또, 솜털같이 부드러운 실크 교수대에다 만인의 목을 매다는 저 자본의 힘이 그럴 것이며, 뱀의 혓바닥처럼 날름대는 저 뜨거운 공산주의 사회를 향한 유혹이 그러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 두 눈을 믿겠다는 건가? 차라리 왜곡된 형상만 찾는 이 눈알은 빼버리고, 감각만을 믿는 편이 나을 것이다. 외눈박이(카메라를 뜻함) 자체로는 세상을 다 볼 수 없다. 제대로 박힌 인간의 두 눈을 통해서나 인간은 세계를 본다. 나는 그 눈을 달고 있는가?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할 때 상대를 신으로 받아들인다. 이 순간, 역광을 받은 그녀들의 얼굴은 내 동공에 와서 부딪히며 황홀한 눈부심으로 거듭난다. 꽃 그림자는 하나의 명백한 실루엣으로 다가와 내 앞에 어른댄다. 빛이 배어나는 따스한 얼굴. 그 밝은 그림자 속에 그녀들의 얼굴과 내가 흘려보낸 추억이 함께 떠다니고 있다. 우리의 눈은, 카메라 소임이 그러하듯, 기억한다. 죽음으로 빨려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 이 아름다운 기억은 내게서 온전히 보존될 것이다. 우리의 전 인생은 생을 위하여 존재한다.
저녁 무렵이 찾아오는 창공은 온갖 색채와 빛의 향연으로 빛나고 있다. 삶은 프린지에서 빛난다. 인간은 대지를 굳건히 딛고 설 것이며, 태양은 영원히 인간을 비출 것이다. 죽은 이들은 땅에 스며 영원히 대지의 심장을 이룰 것이며, 나 또한 머잖아 그들과 합류할 테지만, 지금은 생이 완벽하게 승리를 거두는 순간인 것이다. 인간은 패배하지 않는다. 삶은 반드시 승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