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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5962351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24-12-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된장국같이 구수하고, 죽비같이 엄한 시골 농사꾼 말씀
제1장 | 아버지의 논머리 말씀 철학
그래도 벼는 자라지 않느냐?
보리는 밟히면서 크는 게다
두레 사과나무의 전설
찬밥 한 덩이를 넘길지라도
그날 밤, 아버지는 영락없이 농사꾼이셨지
튼실한 놈은 뭐가 달라도 다른 게지
아버지의 논두렁 철학
사는 건 모내기와 같은 것
타는 논밭 어루만지듯
참나무가 숯이 되는 시간
몸을 움직이니 내가 보이더라
제2장 | 아버지 가슴에 심은 벼포기
아버지의 논두렁 밥상
아버지의 소 고르는 법
아버지 여윈 등을 볼 때면
인생은 한 편의 연속극이라네
아버지의 그늘
아버지 생애의 마지막 말씀
눈치 볼 것 없고, 겁먹지도 말고
그 말씀을 못 드려 한이 됩니다
벗의 아버님께 써 드린 덕어(德語)
제3장 | 어머니 가슴 속 푸른 유선(乳腺) 같은 사연들
정화수 떠 놓고 손 비비던 어머니
해진 옷에 대한 명상
애 옷이니 한번 골라 보시게
어머니는 가슴으로 자식을 키운다
요즘엔 도통 군인이 안 보이더라
말 없는 소식이 되어
사랑을 갚는 법
강화 갯벌에서 만난 우리들의 어머니
어머니가 겪은 걸 나도 겪을 테지
가슴 울리는 어머니의 머루알
제4장 | 어머니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노라
콩나물이 어떻게 크는지 보거라
밤새 옷을 풀었다 다시 짜는 어머니
살다 보면 궂은 때도 있다지
네가 원인인 게다
그게 어디 다툴만한 일이더냐
어머니는 담뱃불을 붙여주셨지
어머니의 놋쇠 밥주걱
여보게, 산이 흔들리면 무얼 붙잡나?
벗의 모친을 배웅하는 법
다음 생은 남자로 태어날 테다
제5장 | 내 나이, 가을 이삭 같은 장년이 되어보니
받은 것보다 더 주는 나무
밥은 땀이 짓는 게지
등 뜨습고 배부르면 뭘 더 바라겠느냐?
다시 일어서는 옥수수처럼
맞으면 조가비처럼 맷집이 생길 뿐
딸에게 전하고픈 메시지
사람은 크면 어디까지 크나?
제6장 | 시골 부모님께 배우는 부모 됨의 참된 의미
나의 부모라는 어떤 부부에게서 내가 배운 것들
부모님이 만든 가정은 내게 어떤 가르침을 주었나?
장년의 부모가 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에필로그
삼십 년 만에 부치는 부모님 전상서
시골 부모님의 짧지만, 여운 있는 말씀 10
저자소개
책속에서
평생 농사지으신 아버지한테서 내가 받은 교훈이란 흔히 말하듯, 교과서에나 나옴 직한 멋진 말이 아니다. 농부답게 투박하고 몽당연필같이 짧은 말씀뿐. 하지만 언제나 듣고 보면 정수리가 찌릿찌릿하다.
노동으로 단련된 아버지의 가감 없는 삶 속에서 나는 더도 덜도 아닌 농부의 진리를 배웠다. 삶은 뿌린 만큼 얻는다는 것. 이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아는 데 오십 년이 필요했다. 아버지 말씀은 대지와 땀으로 이루어진 당신 삶에 뚜렷이 밑받침된 것이라서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빛을 잃지 않는다. 아버지가 보여주신 삶과 노동은 내게는 말씀 이상이었다.
어느 해인가 아버지는 서리가 내리기 전, 거두어들인 고구마 중에서 유독 뿌리 가까이 난 종자를 따로 골라서는 보관하시는 것이었다. 그 까닭을 물었더니 대뜸 이렇게 대답하셨다.
“뿌리를 깊이 내리는 놈일수록 단단한 법이란다. 단단한 놈들만 씨종자가 되는 법이지. 이런 놈들이 내년 농사를 기약하는 거란다.”
그때는 그냥 그런 말씀이겠거니 하고 건성으로 들었으나, 세상에 부딪히며 내 모양을 만들어 가는 나이가 되면서부터 나도 모르게 입버릇처럼 “단단한 놈, 단단한 놈…….”하고 되뇌게 되었다.
가을철이 다가와 무논의 벼 포기가 한껏 고개를 수그릴 때면 한 해 농사도 마감을 앞두게 된다. 서서히 해가 짧아져 갈 무렵, 아버지는 느닷없이 이번에는 집에서 키우는 푿소를 몰고 나와서는 논두렁에 풀어 놓았다. 아버지가 하는 양이 하도 이상해 나는 눈이 휘둥그레져 아버지와 소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하지만 아버지는 풀어 놓은 소는 안중에도 없이 논일만을 하셨다. 그런데 유심히 살펴보니 소는 논틀밭틀을 따라 어슬렁어슬렁 걸으면서 무심히 콩잎을 뜯었다. 저러다 소가 콩을 다 먹어 버리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돼서 놈을 향해 버럭 고함치곤 아버지께 달려가 일러바쳤다.
“아부지, 저놈의 소가 콩을 다 뜯어 먹게 생겼어요!”
내 말에도 아버지는 별 관심 없는 듯,
“놔둬라. 그래야 콩도 알아들을 테니.” 하고 영문도 모를 말씀을 하셨다.
“콩도 자기를 뜯어 먹으면 그걸 알고 더 실하게 열매를 맺는 게다. 그래서 소를 풀어 놓은 게야.”
“네에……?”
“이치가 그런 게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