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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91186009871
· 쪽수 : 364쪽
· 출판일 : 2016-11-17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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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책속에서
여자는 남자와 같이 움직였다. 그는 차를 세워 놓은 길가 오른편으로 키 큰 나무와 덤불이 있는 곳을 미리 봐두었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에드워드에 대한 내 마음이 변할 거라 생각한다면.” 여자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당당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럴 일 없어. 절대로.”
에드워드라! 사랑에 빠져서 교만하긴, 그는 역겨움이 치밀었다. “내가 마음을 바꾸었어.” 그는 후회하듯 차분히 말했지만 자기도 모르게 말랑말랑한 여자의 팔뚝을 손으로 꽉 붙들었다. 더는 참을 수가 없어서 여자를 고속도로 쪽으로 몰고 갔다.
“멜키오르, 이렇게까지 멀리 오면 안 되는데……”
남자는 여자를 고속도로 옆 덤불 속으로 홱 떠밀며 여자에게 달려들었다. 그는 넘어질 뻔했지만 왼손으로 여자의 손목을 계속 붙든 채, 오른손으로 여자의 옆얼굴을 강타했다.
월터는 두 손으로 개 대가리를 으스러뜨리고 싶은 충동을 누르면서 정석대로 개를 안고 자리로 돌아왔다. 한 손으로는 따뜻하고 헐떡거리는 작은 가슴을 받쳐 들고, 나머지 한 손은 대가리에 올려 달래는 자세를 취했다. 그는 클라라 옆쪽 바닥에 강아지를 살포시 내려놓고 목줄을 채웠다.
“당신은 얘가 싫지?” 클라라가 물었다.
“버릇없는 것 같아서 그래. 그게 다야.” 클라라가 제프를 안아 무릎에 앉히자 월터는 아내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강아지를 토닥이자, 아내의 표정은 아름답고 너그러워지더니 애정이 넘쳐흘렀다. 아내는 아기를, 자기 자식을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제프를 쓰다듬는 클라라의 얼굴을 바라보는 게 월터가 제프에게 얻는 가장 큰 기쁨이었다. 월터는 제프가 못마땅했다. 녀석의 건방지고 이기적인 성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월터를 쳐다볼 때마다 멍청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난 이렇게 잘 사는데 아저씬 뭐냐?” 제프는 클라라에게 완전무결한 존재지만, 자신은 클라라에게 하찮은 존재인 것 같아서 월터는 개가 미웠다.
“드브리스 씨 말씀으로는 부인이 돌아가시던 날 밤, 당신이 해리스 레인보우 그릴에서 버스가 몇 분이나 정차하느냐고 물어보았다고 하던데요.”
월터는 드브리스를 다시 쳐다보았다. 커피를 마시다가 고개를 돌려 월터를 바라보던 둥글고 묘한 얼굴이 떠올랐다. 월터는 입술을 축였다. 코비가 그를 용의자로 지목한 후 그의 생김새를 드브리스에게 설명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것이다.
“보시다시피, 이게 전부 다 우연의 일치죠.” 코비는 기쁜 듯 활짝 웃으며 말했다. 그 모습을 보니 월터는 펄쩍 뛰고 싶었다. “드브리스 씨는 피츠버그 운송회사 소속 트럭 운전사라서 버스를 타고 피츠버그로 복귀하실 때가 가끔 있습니다. 저희가 이분을 알고 있어서 제가 물어봤습니다. 혹시, 그날 밤 버스 휴게소에서 미심쩍은 사람이 있었느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