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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091166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5-04-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언약
그때 그렇게 말했으면 어땠을까
돌 속의 하얀 새
명화
맞절
채취선
바른 꽃 한 송이
바닷가 장례식
보트피플
뒷짐
만능 의자
집장
아버지의 봄
매미
중년
따뜻한 방목
제2부
둘레길
봄꽃 피는 산을 오르며
밤꽃
수풀 林씨
겉절이
시인에게
해변의 밥상
둥지
대봉
황토방 민박
시몬, 너는 좋으냐
월식
게스트하우스
천수답
다시 봄에 설레다
제3부
이달의 신간
끼니
비계 오르다
커플룩
소금밭을 읽다
인큐베이터 수면실
티슈 박스 속의 티슈는
맛의 근원
시화호 갈매기
귀가 돋는 방
포스트잇
대나무 평상
작약이 피는 이유
막차 블루스
짓거리
제4부
연두의 무리
바다가 뒤척이다
능소화 아래
헛가게
재미라는 말,
조용한 저녁
깻잎머리
일 센티미터
나무들의 언저리
물끄러미
글씨 오해
어느 날은 아이들과 더불어
소요 한 줌
응시
해설 맑은 피로 부르는 모성의 노래 / 강경희(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밤꽃
할 일 다 했노라고
우동발 같은 밤꽃들이
두 눈 부릅뜨고
떨어진다
백야를 걸어
간곡함에 이른 사람처럼
온몸을 투신하는
저런 사랑법을
누구에게도 배운 적 없다
언약
꽃들이 몇날 며칠 시소 타는 줄도 모르고?하루의 노동을 마치고 돌아오는 당신의 첫 이름에 산딸나무 한 그루 심어두겠습니다
지금쯤 지상 어디에도 감출 수 없는 하얀 빛으로 내려오는 것이니 먹줄 같은 생의 이쪽과 저쪽을 두루 만지고 온 두 손을 깨끗이 씻어드리겠습니다
뒤꼍으로 돌아앉아서 늘 바람벽 같던 당신의 쉰 목소리 어느 날은 외등도 없는 골목 끝에 은근한 달빛을 불러 세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설산에 다녀와 오래도록 꿈꾸는 사람처럼 꽃나무들은 허공에 가닿고 그곳에 두고 온 당신의 눈망울에 흰 구름 한 점 담아두겠습니다
[뒤표지 글(시인의 산문)]
나의 가려진 너머에는 성당의 종소리와 한가로이 떠도는 구름 엽서들이 있다. 뒤에서 수리되고 뒤에서 옮겨지는 그림자놀이처럼 새들은 자주 날아올라 울음을 털어냈다. 단풍나무 그늘 몇 겹이 죽은 사람처럼 발을 길게 뻗었다. 나는 그늘의 틈이 보일 때마다 몸을 바꾸려고 길을 나섰다. 오로지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일들이 거기에 있었다. 숲이 되기 위해 구부러질 수밖에 없었던 생의 가지들과 명패를 기웃거리다 휘어버린 바람들.
바람 밖에서 모질게 기다리던 당신이 있었다. 나는 얇은 잡지를 읽으며 잠을 잤다. 눈을 감으면 풍경 속의 빈곳들이 보였다. ‘적막하다’와 ‘따뜻하다’라는 말 사이에 나를 두었다. 그곳에서 내 시가 태어났다. 어느 섬에는 바닷물을 빨아먹다 죽어버린 나무가 있다. 그런 결기 앞에서 나는 도저히 안도할 수 없다. 당신이 내 시를 버린 후에도 나는 오래도록 걸을 것이다. 갈증을 다스리는 영혼의 샘물을 찾으러 가는 것이다. 휜 바람이 옆구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내가 비명을 또 지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