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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091371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5-07-06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스프링벅/유리창떠들썩팔랑나비/코를 줍다/여아홍/발화점/물방울화석/한 알의 구휼/계곡의 평상들/관자놀이/늙은 그릇/일몰의 건초더미/목욕탕 의자/회오리 분청사기/혼잣말 氏/매듭
제2부
방석/꽃피는 칼/즐거운 사람/조율이 필요하다/천관은 없다/이동하는 들불 때/은적(隱迹)/사다리차가 올라간다/사구(砂丘)/눈치/구절(九折)/겨자씨/23.5/출항/눈이 녹는 순서
제3부
마스크/빈자리 가족/손을 끌고 가는 손/양딸/아홉수와 놀았다/태열/뒤로 가는 꽃/나팔꽃 수리기사/파란 나비/수혈/늦여름 무게/월력(月曆)/성묘/뾰족한 구두/지난 슬픔
제4부
무늬/장난감이 없는 집/연탄 한 장 훔친 적이 있다/벚꽃의 꽃말/숫자들/따뜻한 유품/수리 중인 달/업둥이/우주로 보낸 택배/앵무새/행성의 눈/동굴/닭들의 이동경로/등꽃/볼록거울
해설 식지 않는 기억 / 고봉준(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비의 발자국이 찍혀 있다.
물렁한 시간으로 한 차례 소낙비가 지나갔을 것이다. 고이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로 뚫고 지나가려 한 흔적. 온전한 이름 하나를 딱딱한 시간이 되어서야 얻었다. 음각엔 이제 빗소리만 고여 있고 흘러넘치지 않는다. 완전히 비운 모습 같지만 제 모습을 싹 비워낸 텅 빈 모양으로 남은 화석. 꿈틀거리는 애벌레를 키우고 있는 벌레의 집 같다.
―「물방울화석」 부분
그늘이 좋다고 찾아오던 사람들
한 번도 닫혀본 적 없는 문, 벽이 없는 방
지금은 마른 잎이 메뉴로 앉아 있다
정오의 햇살에도 데워지지 않는 방
조망권으로 버티고 있으나
계곡의 물은 가부좌를 틀고 언 채로 앉아 있고
공백은 또 다른 공백을 불러들여
아주 느리게 낡아가는 것들을 지켜볼 뿐이다
쓸쓸함이 도처에 자리 잡으면
비워진 빈자리들, 흘러가는 중일까
야외로 견딘다는 건 철저한 고립이라는 듯 적막하다
계절은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부서지는 것인지
나뭇가지들 부서지는 소리 들린다
그 사이로 하늘이 가장 투명하게 보인다
―「계곡의 평상들」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