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교양 인문학
· ISBN : 9791186222805
· 쪽수 : 360쪽
· 출판일 : 2026-01-09
책 소개
21세기는 변동성(Volatility)・불확실성(Uncertainty)・복잡성(Complexity)・모호성(Ambiguity)이 일상이 된, 이른바 VUCA 시대다. 경쟁은 치열해졌고 사회는 갈등과 양극화 속에서 쉽게 나뉜다. 『가축들』은 이런 혼란의 시대에 짐을 나르는 가축에서 이야기를 시작해, 인간의 삶과 문명의 방향을 다시 묻는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동물과 함께 살아왔다. 말과 당나귀, 소와 낙타, 순록처럼 짐을 나른 가축들은 인간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던 무게를 대신 짊어졌고, 그 덕분에 인간은 더 멀리 이동하고 교역과 문화를 넓혀갈 수 있었다. 문명은 늘 짐을 어떻게 나누어 지느냐와 함께 발전해왔다.
이 책은 가축의 가축화 과정을 따라가며, 경쟁과 폭력의 역사 뒤에 가려진 협력과 인내의 가치를 조명한다. 또한 인간의 본성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어떤 환경에서 누구와 함께 살아왔는지에 따라 만들어진다는 점을 보여준다.
신화와 기록, 우화와 과학적 연구를 함께 엮어 가축과 인간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점이 이 책의 특징이다. 가축의 이야기를 통해, 혼자 버티는 삶이 아니라 함께 짐을 나누며 살아온 인간 사회의 오래된 방식을 문화인류학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 오늘날 지구상에 존재하는 동물 대부분이 가축이다
전 세계에 존재하는 포유동물 중 야생동물은 고작 4퍼센트에 불과하다. 나머지 34퍼센트가 인간, 62퍼센트는 가축이 차지한다. 인간이 지구에 등장한 이후 85퍼센트에 달하는 야생동물이 멸종했다. 이러한 수치는 인간이 가축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고, 좀 더 지혜로운 삶을 영위하는 것이 인류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 가축이 된 야생동물의 여정, 인류의 역사에는 이들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기록되었다
야생동물의 가축화는 인류 역사 초기에 의도치 않게 시작되었을지라도, 결국에는 인간의 다양한 목적에 따라 진행되어왔다. 그중에서도 무거운 짐을 나르거나 인간의 이동을 돕는 교통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많은 야생동물이 가축화되었다. 이들은 인간에게 온갖 학대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맡은 역할에 충실했다.
인류의 역사에는 이들과 관련된 다양한 이야기가 기록되었다. 사람들은 이러한 이야기를 통해 교훈을 얻고, 때로는 자신을 성찰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과학과 역사, 문화와 신화, 환경과 사회 등 전방위적 관점에서 다섯 종류의 가축, 즉 말, 당나귀, 소, 낙타, 순록을 살펴본다. 또한 세계 여러 나라의 우화를 한데 모아, 불확실한 시대에도 저마다의 방식으로 인간을 도와온 가축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삶의 지혜를 돌아본다.
… 인간의 영역을 넓힌 말・최초의 국민 자동차 ‘포니’는 조랑말・말보다 3,000여 년 앞선 역사를 가진 당나귀・1만 년을 함께한 인류의 조력자, 소・신들이 먹는 음식, 우유・인도 국민의 어머니, 암소・고려시대의 육식 열풍에서 시작된 한우・경전 속에 등장한 최초의 가축 낙타・인간이 마지막으로 길들인 동물 순록・모세혈관이 발달해 사람처럼 추울 때 코가 붉게 변하는 순록・해마다 떨어졌다가 다시 자라는 순록의 뿔 …
➲ 야생에서 인류의 조력자로: 가축이 된 말과 당나귀, 소와 낙타, 순록의 기원과 여정
개, 양, 돼지, 소에 비해 말의 가축화는 상대적으로 늦게 이루어졌다. 고고학적 증거가 나타나는 시점은 5,500년 전 무렵부터다. 시베리아에서 약 4,600년 전의 동결된 말 미라가 발견되었다.
현대 당나귀는 약 6,000년 전, 이집트 선왕조 시대 이전 북동아프리카에 서식하던 야생 당나귀에서 가축화된 것이다. 말보다 3,000여 년 앞섰다.
소는 1만 년도 훨씬 이전, 중동의 ‘비옥한 초승달’ 지역에서 아우록스로부터 가축화된 소가 현대 타우루스 소의 조상이 되었다.
가장 최근에 가축화된 단봉낙타의 정확한 가축화 시기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예멘 해안에서는 기원전 7100년경에 단봉낙타 뼈가 발견되었고, 남동 아라비아반도에서는 기원전 5000~기원전 4000년경의 뼈가 발견되었다.
운반이나 교통수단으로 활용한 페노스칸디아에서의 순록 가축화 계통은 1400~1600년경에 나타나고, 시베리아에서는 기원전 3900년경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 짐을 나르는 가축, 문명을 움직이다
인간의 문명은 언제나 짐과 함께 움직여왔다. 무엇을 얼마나 짊어질 수 있는가는 단순한 체력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방식과 사회의 형태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었다. 전쟁과 이동, 교역과 정착의 역사에서 짐의 무게는 곧 인간이 나아갈 수 있는 거리이자 한계였다.
하지만 인간은 오래지 않아 모든 짐을 혼자 감당하기에는 삶이 너무 무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때부터 인간은 짐을 나누는 방법을 찾았고, 그 선택의 중심에 가축이 있었다. 말과 당나귀, 소와 낙타, 순록은 인간 대신 무거운 짐을 나르며 길을 열었다. 가축의 가장 큰 특징은 빠름이나 힘이 아니라, 묵묵히 같은 속도로 오래 버티는 성질이었다. 가축의 이야기 속에서, 짐을 덜어내는 방법이 아니라 짐을 함께 지는 오래된 지혜를 읽을 수 있다.
말의 활용은 인류를 정주 농업 사회에서 벗어나 초원과 사막으로 이동하게 했고, 그 과정에서 무역과 전쟁이 활발해지며 언어・종교・문헌의 확산이 촉진되었다.
당나귀는 기원전 2600년경 수메르(현재의 이라크와 쿠웨이트 지역)에서 짐을 나르거나 전차를 끄는 데 활용되었다.
『삼국지』 「동이전」 부여조에는 논밭의 흙을 고르고 다지는 농기구인 ‘써레’가 언급되는데, 이는 한우가 최소 2,000년 전부터 농경에 활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단봉낙타 한 마리는 말보다 네 배나 많은 짐을 진 채 하루에 50킬로미터를 이동할 수 있다. 게다가 물 한 방울 마시지 않고도 2주 이상을 버틸 수 있다.
순록은 처음에는 짐이나 사람을 실은 썰매를 끄는 용도로 가축화되었으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고기, 털, 젖을 얻기 위한 목적으로도 사육되었다.
목차
・들어가며 5
1부 인간의 짐을 짊어진 가축
1. 짐과 인간 19
전쟁의 승패를 갈랐던 짐의 무게 21
누가 인간의 짐을 대신 짊어질까 23
2. 길든 DNA, 가축화 유전자 27
길들임의 역사 29
가축화, 문명의 씨앗이 되다 32
누가 누구를 선택했을까 38
끝나지 않은 길들이기 41
2부 말
1. 인간의 영역을 넓힌 말 49
조선의 말 문화 52
가축이 된 말의 여정 54
용기와 자유의 표상 59
속도와 힘의 화신 63
다양한 문화와 신화 속의 말 67
종교 속 말의 상징과 역할 78
2. 제주도의 천연기념물, 제주마 83
고려시대부터 시작된 제주도의 말 사육 87
제주마가 없었다면 90
최초의 국민 자동차 ‘포니’는 조랑말 92
3. 말이 주인공인 우화들 99
3부 당나귀
1. 사회적 약자를 상징하는 가축 123
당나귀에 대한 모순적인 태도 125
말보다 3,000여 년 앞선 역사 127
2. 이야기 속 당나귀의 두 얼굴 130
피노키오와 이솝 우화의 당나귀 130
여왕과 함께 묻힌 당나귀 부대 134
인간을 도우려는 신의 의지 138
3. 당나귀가 주인공인 우화들 143
4부 소
1. 농경사회와 소 179
1만 년을 함께한 인류의 조력자 182
인더스 계곡에서 아프리카까지 186
성스러운 모성의 근원 190
신들이 먹는 음식, 우유 191
암소는 인도 국민의 어머니 197
우상과 신성 201
2. 우리 민족의 소, 한우 207
코뚜레와 외양간 209
일소 만들기 214
일본이 빼앗아 간 칡소 218
씨수소와 한우의 품종 혁신 222
한우는 언제부터 먹었을까 225
우직함의 상징, 소 228
정주영 회장의 1,001마리 소 236
재산목록 1호 239
3. 소가 주인공인 우화들 242
5부 낙타
1. 인간을 길들인 낙타의 능력 273
구세계 낙타와 신세계 낙타 275
사람과 물자를 운반해온 사막의 배 278
경전 속에 등장한 최초의 가축 281
바라는 것 없이 인내한다 284
기적의 징표 286
2. 낙타가 주인공인 우화들 289
6부 순록
1. 썰매를 끄는 순록 315
마지막으로 길들인 동물 318
전체 순록의 절반은 야생 321
순록의 코가 붉게 변하는 이유 323
영적 인도자 327
왕관 같은 뿔 332
2. 순록이 주인공인 우화들 335
・나오며 343
・참고 문헌 348
저자소개
책속에서
초기에는 식량 확보가 야생동물 가축화의 주요 목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무거운 짐을 운반하거나 인간의 이동을 돕는 용도로 가축의 활용 범위가 확장되었고, 그에 따라 인간의 문화도 크게 변화했다. 가축 덕분에 인류는 먼 거리를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물자 수송의 방식은 물론 전쟁의 양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쳤다. 결국 짐을 나르는 동물의 가축화는 인간 역사의 방향을 바꿔놓은 결정적인 요소였다.
가축화된 동물들은 신체적・생리적으로도 일련의 변화를 겪는다. 예를 들어 털이 얼룩지거나 곱슬곱슬해지고, 꼬리는 짧아지거나 말리며, 귀는 늘어지고, 성체가 되어서도 유년기의 외모를 유지하는 등의 특징이 나타난다. 행동 면에서는 인간과의 친화적 태도, 사회적 소통 능력, 반응성을 보이며, 좀 더 평온한 기질을 갖게 된다.
당나귀는 서아시아, 이집트, 이라크, 시리아 등지에서 각종 부장품과 함께 지도층 인사의 무덤에 묻혔다. 이는 당나귀가 고대 장례 의식에서 특별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신성한 지역 중 하나인 아비도스는 저승으로 가는 문이자 순례와 매장의 중심지로, 이집트 왕들의 무덤이 위치한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당나귀의 온전한 골격이 발굴되었다는 사실은, 당나귀가 고대 이집트인들의 삶에 크게 기여한 중요한 가축이었으며, 왕의 무덤에 함께 묻힐 만큼 높은 존중을 받았음을 뜻한다. 더 나아가 이들은 사후세계에서도 인간과 함께하는 영성・생존・동행을 상징하며, 우주의 중요한 요소로 여겨졌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