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일제치하/항일시대
· ISBN : 9791186358948
· 쪽수 : 274쪽
책 소개
목차
1부. 총칼에 맞서 싸운 여전사들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곤륜산의 여전사, 박차정
불의 여인 안경신
사랑의 힘으로 독립군 투사가 된 김마리아
서대문형무소 큰언니 어윤희
2부. 후방의 애국혼
말과 글로서 민족혼을 일깨운 조애실
망국의 한을 비행기에 싣다 권기옥
청상의 여걸 조신성
독립군 아내 이애라
독립군의 큰할머니 왕재덕
송죽비밀결사단 초대 회장 김경희
3부. 이름 없는 불꽃으로 타오를지라도
기생 만세운동
제주 해녀 항일운동
저자소개
책속에서
윤희순의 일생에는 여성 혹은 어머니라는 이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무언가가 있다. 그녀는 여자라서 약하지 않았고 어머니라서 더 강하지도 않았다.
아들의 주검을 끌어안고 자신의 죽음을 채비했던 그녀가 자손에게 남긴 유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행여 의병장으로서 쓰임새를 다한 노구를 스스로 거둬 그들의 앞길을 열어 주려는 뜻은 아니었을까? (중략)
정부는 독립운동사에 끼친 기여도와 희생도에 따라 5개 등급으로 건국훈장 서훈을 책정한다. 1등급은 대한민국장, 2등급은 대통령장, 3등급은 독립장, 4등급은 애국장, 5등급은 애족장이다. 윤희순에게는 그중 최하위 등급인 애족장이 추서되었다. 일제의 총칼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전장에 나가본 적도 없는 이승만이 건국 사상 최초로 대한민국장을 스스로에게 수여한 사실을 떠올리면 씁쓸하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의용대 부녀 복무단장으로 이 전투에 참여한 박차정은 최전선에서 일본군과 맞섰다. 무관학교 교관을 지낼 만큼 사격 솜씨가 출중하여 전장에서 거칠 것이 없는 그녀였다. 기나긴 공방전에 지친 병사들을 독려하며 종횡무진 전장을 누비는 이 여전사는 일본군에게 제1의 표적이 되었다. 전투가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그녀의 낡은 군복은 피로 물들었다. 치명적인 총상이었다.
1944년 5월 27일, 박차정은 결국 곤륜산 전투에서 입은 총상의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났다. 1995년에 이르러서야 대한민국 정부는 건국훈장 독립장 수여자로 그녀의 이름을 올렸다.
박차정은 여고 시절부터 학생운동을 주도하며 수차례 옥고를 치르고 평생 조국의 독립을 위해 헌신했으나 국가가 그 공로를 인정한 건 사후 50년이 지난 후였다. 그녀는 왜 그토록 오랜 세월 잊힌 이름으로 남았어야 했던 것일까?
8호 방 식구들은 살아온 내력도 다양했다. 권애라, 신관빈, 심명철은 어윤희와 함께 개성 만세운동을 이끌었고, 수원 기생만세운동의 선봉에 섰던 김향화는 권애라와 동갑내기였다. 파주 만세운동의 주역 임명애는 구세군 사령과 결혼한 유부녀로, 생후 1개월 된 아이와 함께 징역을 살았다. 동료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은 어윤희는 감방장이 되어 큰언니 역할을 했다.
감옥의 겨울은 지독하게 추웠고 여름은 못 견디게 더웠다. 잡곡을 버무린 주먹밥 한 덩이, 소금물에 시든 배춧잎을 둥둥 띄운 국, 장아찌 두어 쪽이 한끼 식사의 전부였다. 그마저도 늘 양이 모자랐다. (중략)
얼마 지나자 이화학당 출신으로 천안 아우내 장터에서 만세운동을 이끌었던 유관순이 이곳으로 이감되었다.
“악독한 놈들이 얼마나 모질게 굴었으면…….”
유관순은 감방에 들어올 때부터 도저히 살아 있는 사람의 형상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