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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외국시
· ISBN : 9791186372180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18-02-13
책 소개
목차
서시
입국
미열
비 오는 날의 인사
이 렌즈는 푸름을 지나치게 통과시킨다
지뢰
여행
한걸음
하구(河口)
토장(土葬)
시야
오르막길
지열
서울
소식
서울 사람 1
서울 사람 2
광합성
난류
20세기
바람개비 1
바람개비 2
도시
살아 계세요
신촌 부근
굴절률
태백
등심(燈心)
그림자 줍기
해명
생명
첫눈
거울
구름다리 위에서
눈보라
손톱
청량리
날개
억재된 존재
사이
비밀
나비
지금 외출 중이오니
그 지하도에서
고향의 봄
유리 조각
달램
신음소리
섬으로 가는 길
2011.6 후쿠시마에서
2015.5-1
2015.5-2
自序
시인의 말 | 오로지 무언가를 보는 일
해설 | 단 하나의 눈송이 |임선기(시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청량리」
닫혀 있을 때 문에는 그림자가 없다. 이른바 문은 잠재적으로 그림자의 알리바이다.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문을 알고 있다. 완전히 투명하기 때문에 아무도 거기를 경계로 삼아 내부와 외부가 있다는 것을 깨닫지 않는다. 그저 어린이들이 분 저공해 세제 비눗방울들이 날아가다가 꼭 저기서 깨지는 모양을 조심스럽게 보면 거기에 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의 입장은 중립적이다. 출구이기도 하고 입구이기도 하다. 도망가는 이에게도 쫓아가는 이에게도 똑같이 길을 양보한다. 문이 창문이 아닌 것은 문 책임이 아니다. 그러니까 아무도 문을 나무라지 않는다. 이따금 거기로 낀 치맛자락이 바람에 펄럭여 있더라도. 이따금 비명소리가 사라진 다음에 문 모양대로 서리가 내려 있더라도.
닫혀 있을 때 문은 그림자가 없다. 문은 그림자를 인질로 삼아 자기 입장을 지킨다.
골목 도중으로, 횡단보도 도중으로 없는 척하면서 닫혀 있는 많은 문들.
두 번 절망하면 이 문을 열고 들어와라고 쓰여 있다.
「달램」
사과를 씹듯이
가만히 시간을 씹고
한 마리의 상처 입은 짐승처럼
조심조심 걸어가는 하루를 달랜다
한밤중에
사과를 씻듯이 꿈을 씻고
그 물방울들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는다
사과를 굴리듯이
꿈을
멀리 내일로 보내면서
「2015.5-1」
바짝 마른 기억
굳어진 기억
기억에 물을 주었다
다음날
무말랭이처럼 얌전하게
기억이 물에 불려
식감이 되살아났다
어금니로 악물면
쓴맛도 되살아났다
이 싱싱한 쓴맛 저편에
몇십 년에 한번 올까 말까 하는 호우가 그친 뒤의 시원한 하늘 냄새가 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