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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545706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19-08-27
책 소개
목차
저자의 글
당선 소감
절규
진혼곡
상엿소리
엘레지
내 몸매가 어때요
에필로그
수잔의 눈동자
하얀 선인장꽃
저자소개
책속에서
준석은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면서 비치 파라솔 아래 앉아 맥주를 들이켰다. 시원하고 경쾌한 기분이 들었다. 미국으로 온 이후 준석은 한 번도 해변 휴양지에 온 적이 없었고, 여자와 데이트를 한 적도 없었다. 오늘 준석은 그저 긴 의자에 누워 맥주를 마시면서 제니퍼가 바닷물 속에 뛰어들어갔다가 준석에게 와서 타월로 물을 닦아달라고 하면 닦아주고 제니퍼가 가벼운 키스를 하고 다시 바다로 뛰어가는 것을 보면서 만족하고 있었다. 제니퍼는 누가 봐도 확실히 미녀였다. 준석은 제니퍼가 에티오피아 시바 여왕의 후손일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했다. 그러자 머리카락도 보통 흑인과 달리 아주 비단결 같다는 것이 새삼 보였다.
기동은 여태껏 어린 시절 부산에서 일어났던 일들, 그중 얼떨결에 연남이와 몸을 섞은 일을 그저 한때 해프닝으로 희미하게 잊고 있었는데, 연남이가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놀랍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또 어떻게 생각하면 천하에 고아 같은 자기를 그렇게 못 잊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격스럽기도 했다. 기동은 연남을 꼭 안아주기도 하고, 등을 톡톡 두드려주기도 하고, 이마에 키스를 하기도 했다. 이때 다락방으로 누가 올라오는 기척이 보였다. 강 씨 아저씨였다. 강 씨는 둘이 앉아 있는 모습을 보더니 웃으면서 말을 건넸다.
“어이! 법원리 총각이구먼. 아니 그런데 꼭 서로 아는 사이처럼 보이네.”
“아저씨, 아는 사이가 아니고요. 이 사람이 내가 그렇게 찾았던 내 약혼한 남자, 아니 내 남편이에요.”
그러더니 연남은 아주 자랑스럽게 기동의 팔짱을 끼고 웃어 보였다. 계면쩍고 어찌할 바 몰라 하는 기동은 아랑곳하지도 않고 말이다.
얼마 후 그들 사랑의 열매인 한자인이 태어났다. 그런데 자인이 태어난 지 몇 달이 지나면서 외모가 마치 혼혈아같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씨네 집안에서는 새댁이 어디서 양키 놈과 바람을 피웠다며 며느리를 친정으로 쫓았다. 장씨네서도 장씨 가문을 더럽혔다며 모녀를 쫓아냈다. 어디서도 반겨주는 데가 없는 장영숙 모녀는 의정부에 단칸방 하나를 빌려 살게 되었다. 자인은 아주 어린 시절의 기억은 희미하지만, 간간이 어머니가 탄식을 하던 것이 기억났다. 양가에서 쫓겨나 의정부에서 살 때 가끔 찾아와 안부도 묻고 생활비도 슬쩍 밀어주기도 했던 아버지는, 한 2년 후 새장가를 들고서는 발을 뚝 끊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