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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557303
· 쪽수 : 136쪽
· 출판일 : 2021-07-30
책 소개
목차
1부 나비는 정오 근처를 날고
스무 살의 비망록
다시 가을
안부가 그리운 날에는
안녕, 벚꽃
풍장의 습관
나비는 정오 근처를 날고
군락群落
신 연애학개론
흰보라제비꽃
여뀌의 사생활
오후를 견디는 법
그래도 꽃은 피잖아
날고 싶은 발
안개 훔쳐보기
기울어지는 밤
2부 한 끼의 구문론
아침의 감촉
너끈한 저녁
한 끼의 구문론
봄의 줄탁?啄
꽃의 정치
사진 속의 그
상처증후군
산조
바깥에 갇히다
명자나무의 꿈
가을무 경전
장식장 안의 찻잔
선암사
깜장고무신 동화
세월
3부 조팝꽃은 아홉 살
옹알이 통신
처진올벚나무
나의 옛
공손한 키스
조팝꽃은 아홉 살
맑은 2월생
설렘에 관한 기억
눈물
꼬투리잡기 한마당
오르막길
별의 순간
깡
그리움
가을 한 권
봄의 윤곽
4부 둥근 안부
눈길 닿다
피어라, 동무
제라늄에 살랑거리다
새날
구름의 프로필
돌탑 한 송이
물오르다
그늘의 힘
접두사 ‘개’
초승달을 위한 에필로그
금수저 유감
그날의 삽화
나는 지금, 나를 편집 중이다
둥근 안부
꽃잎 인연
*해설 ‘돌탑 한 송이’에 이르는 길 /차성환(시인, 한양대 겸임교수)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 끼의 구문론
‘한 끼’라는 말 참 예쁘다
붙여 써야 제맛이다
‘같이’라는 말도 참 다정하다
‘밥 한끼 같이 하자’는 말에 솔깃해
‘한끼’와 ‘같이’ 사이를 가만히 들여다본다
햇살 아롱다롱 담겨 있다
한 호흡으로 설레게 하는 말이다
간이역 같은 말,
서로가 서로에게 물들어가는 문장으로 피어난다
너와 나를 아우르는 따듯한 화음이다
그러나 한끼는 명사가 아니다
혼자 밥을 먹는 일처럼, 한없이
존재로부터 멀어지는 말의 여운
명사로 보이는 순간 구차한 일상에 무게까지 생긴다
관계언일 때 가장 빛난다는 것을 나는 왜 여태 몰랐을까
꽃과 꽃을
바람과 바람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한끼’라는 말
서로의 손길이 스치고
눈빛을 주고받으며 마음을 나누게 하는
아름다운 접속사다
‘같이’라는 존재사와 손을 잡을 때
비로소 완전한 품사가 되는
‘우리, 밥 한끼 같이해요’
산조
달은 이지러지고
엊그제 촘촘한 비바람에
현을 켜던 배롱나무 꽃잎 떨어진다
매미들 서둘러 그늘 밑에 드셨나,
잡풀 뒤에 숨어서 누군가 울고 있다
풀무친가 쓰르라민가 귀뚜리인가,
시간을 가을 쪽으로 애써 끌어당기는,
팽팽한 현들이 서로 바싹 닿아있다
분명히 걸어 잠그고 누웠는데,
정적으로 붐비는 방
밤이 깊을수록 휘모리로 몰아친다
돌아누울 자리가 없다
끊길 듯 끊길 듯, 간절한 들숨의 기도로,
간간이 날숨의 폭포수를 펼치기도 하며
풀벌레들이 음표를 건너가고 있다
가까이 있지만 만질 수 없는 것들이여
내 안에 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이여
나는 불을 끄고 네 그리움을 읽으리라
터질 듯한 적막이다
돌탑 한 송이
바윗돌 가슴을 주추 삼아
돌멩이 하나둘 모여들더니
돋을새김 성채 하나 올리고 있는 거라
세상은 반듯한 것들만 모여 사는 게 아니어서
모나고 둥근 것들이 서로 어울리느라
몇 번의 흔들림에 중심을 잃기도 하였던 거라
비바람에 날개 꺾여 주춤거리길 거듭한 거라
개울가에 봉긋, 단단한 꽃으로 피어난 거라
돌 위에 돌 하나,
마음과 마음을 모으는 거라
꽃씨를 심듯이 돌멩이 하나 처음 앉힌
누군가의 기도를 생각하는 거라
골짜기 돌고 돌아 탑돌이 나선 개울물 소리에
귀를 헹구는 거라
한 생애가 다른 생애의 어깨를 겯고
적멸보궁 한 채 피워낸 거라
모은 두 손처럼 간절한
모란꽃 정도의 실루엣으로 흔들리는
꽃 한 송이 마주하는 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