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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글자도서] 아무튼, 떡볶이](/img_thumb2/9791186602751.jpg)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방송연예인에세이
· ISBN : 9791186602751
· 쪽수 : 148쪽
· 출판일 : 2022-04-15
목차
떡정, 미미네
단란한 기쁨
어떤 인력(引力)
소림사를 향해 걸었다
오래오래 살아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제볼르 기다린다
캐나다에도, 브라질에도
당근도, 양파도, 토마토도, 버섯도
영스넥이라는 떡볶이의 맛의 신비
‘난 괜찮아’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무 떡볶이나 잘 먹으며 살아온 인생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러나 나는 옛날 ‘미미네 떡볶이’에서 가장 맛있게 먹었던 것을 이제 영원히 먹을 수 없다. ‘분위기’ 말이다. 홀로 카페에서 커피나 차를 마시거나, 홀로 책방에서 시집을 고를 때, 혹은 홀로 술집에서 생맥주 혹은 싱글몰트 따위를 홀짝일 때,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 존재하는 ‘분위기’ 하나를 같이 먹는다. 그 ‘분위기’를 먹으면서 간단하게 정의 내릴 수 없는 이런저런 생각이라는 것을 하거나 혹은 그 어떤 생각도 필사적으로 하지 않으며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고, 그러고 나면 우리는 어찌 됐든 결국 더욱 자신다움으로 단단해진 채 거리로 나오게 된다. 그런 경험이 과연 떡볶이집에서도 가능할까.
_「떡정, 미미네」
백기녀는 분식집 주인장을 찾았다.
“지금 이걸 떡볶이라고 해주신 거예요? 완전 퉁퉁 불었잖아요.”
아주머니가 항의했다.
“그거 만든 지 얼마 안 된 거예요.”
“이게 얼마 안 된 거예요? 지금 장난해요? 얼마나 오래됐으면 떡이 이렇게 퉁퉁 불어요? 직접 한번 드셔보세요, 이게 만든 지 얼마 안 된 떡인가. 이런 거 팔면서 바깥에 ‘즉석’이라고 써 붙입니까? 애만 먹는다고 하니까 이따위로 주는 거예요? 얼른 다시 해주세요. 다시 제대로 만들어주세요, 얼른!”
백기녀와 분식집 주인장이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백기녀에게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맛있게 먹고 있었는데 왜 빼앗아간 거지, 떡이 분다는 게 무슨 말이지, 즉석이 무슨 뜻이지, 이미 절반 정도나 먹어버렸는데 다시 해오라고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백기녀가 나쁜 사람이다.
_「단란한 기쁨」
아주머니는 “응” 하더니 그 초라한 철판 안을 국자로 슬슬 몇 번 젓고 떡 몇 조각과 오뎅을 그릇에 담아주었다. 떡은 가래떡이었고 길이가 몽당했다. 양념이 굉장히 붉어서 입에 넣는 순간 아주 매울 것 같았다.
“정말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나는 인사하고 이쑤시개로 하나를 집어 한 입 베어 물었다. 그리고… 천천히 이혜연을 바라보았다. 그녀도 똑같은 눈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이거… 뭐야?’
색깔에서 연상되는 강렬한 매운 기운은 전혀 없었다. 양념은 정 많은 사람처럼 진득하고 달큰했다. 다만 아주 깊은 심연에서 “얼마든지 너네를 보내버릴 수 있지만 참겠어”라고 말하는 듯한 매운 기운이 있었다. 결코 먹는 이를 공격하지 않았으나 먹는 사람은 절로 알아서 제압이 되어버리고 마는 매운 맛이었다.
_「어떤 인력(引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