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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6602928
· 쪽수 : 152쪽
책 소개
목차
블라디미르 일리치 레닌은 어떤 동네에 살고 싶었던 걸까
고향이 없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역사
권력이 없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인물
무속을 질색하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전설
밤섬에 가본 적 없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밤섬
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교통
맛을 모르는 사람이 쓴 현수동의 상권
게임에 서툰 사람이 쓴 현수동의 도서관
삶을 사랑한다는 것, 사랑하는 동네가 있다는 것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국가나 역사가 아니라 거리의 아침을, 골목의 저녁을 상상하면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다채로운 표정을 지을 거라는 사실을 저절로 깨닫게 된다. 그 표정들 아래 자리한, 어떤 한 기관이 일괄 조율할 수 없는 복잡한 욕망의 부글거림도. 그런 사실을 깨달을수록 그 골목과 거리를 모두 포괄하는 깔끔한 이념은 그만큼 더 불가능하게 여겨진다.
현수동은 낙원은 아니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서로 갈등하고, 배우자 몰래 바람을 피우며, 병에 걸린다. 법을 슬쩍, 혹은 대담하게 어기는 사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수동은 풍경이 아름답고, 선량하고 양식 있는 사람들이 사는, 사랑스러운 동네다.
그런 동네의 골목과 거리는 어떤 풍경일까. 그곳 사람들은 어디로 출근하고 생활용품을 어떻게 살까. 어떤 길에서 개를 산책시키고, 저녁을 먹고 나면 어디에 갈까. 주말에는 뭘 할까. 아이들은 어디에서 놀까. 일하고 쇼핑하고 식사하고 수다를 떨 때 현수동 주민들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현수동의 길을 걷다 보면 ‘이곳은 무척 오래되었구나, 아주 예전부터 지금까지 이곳에서 살다 간 사람들의 흔적이 쌓여 있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그런 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수백 년 전과 수백 년 뒤라는 시간을 의식하고, 자신이 그 일부라고 여기게 된다. 거리와 골목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된다. 자기 존재가 깊은 뿌리, 또 먼 미래와 이어져 있음을 믿게 된다. 현수동에서는 과거와 현재가 서로 존중하고 대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