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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6644706
· 쪽수 : 308쪽
· 출판일 : 2018-12-03
책 소개
목차
당선 소감
1장 _ 신문고를 울려라
2장 _ 쇠둑부리가마
3장 _ 대교천에 부는 바람
4장 _ 불타는 흥덕사
5장 _ 더 맥
저자소개
책속에서
지난밤에 내렸던 비가 마른 땅을 촉촉이 적셨다. 보리 걷이 뒤에 온 비라 소출에는 지장이 없어 보여 다행한 일이었다. 대교천을 흐르는 물소리도 제법 요란했다. 이맘때가 되면 대교천 변에는 굶어 죽은 사람들 사체가 즐비했는데, 아직 시체들은 보이지 않았다.
운천산 맑은 공기가 흥덕사 마당까지 내려왔다. 석찬은 금당 문을 활짝 열었다. 눅눅했던 절간에도 생기가 넘쳤다. 시자들은 분주하게 금당을 오가며 시련(죽은 사람의 넋을 제를 지내는 곳으로 모셔오는 의례)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백운 스승님의 혼백을 모셔오는 영산재 의례였다. 오랜만에 뵙는 스승님의 영혼, 그는 경건한 마음으로 일주문으로 향했다.
‘백운스님의 어록을 다시 인쇄할 수 있다니…….’
석찬은 가슴이 먹먹했다. 임금이 승려를 죽이고 사찰을 불태운다 해도 백성들 마음속의 믿음까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백운 스승님의 가르침이 백성들의 마음을 풍요롭게 한다면 그들의 고단한 삶은 조금이라도 편안해질 것이다.
석탑을 돌던 승려들도 백운 스님의 불조직지심체요절의 기신론을 게송 하며 석찬의 뒤를 따랐다.
마음이 생기면 여러 가지 법이 생기고
一切境界 唯依忘念而有差別
마음이 멸하면 여러 가지 법이 멸한다
苦離心念 則無一切境界之相
……(하략)
게송은 너무나 조용해 목탁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백운 스승님의 영여(혼백을 실은 가마)가 흥덕사 일주문에 다다랐는지 취타 소리에 힘입은 승려들의 게송도 덩달아 커졌다.
석찬은 백운 스승님의 영여를 앞에서 이끌었다. 삼현육각(향피리 2, 대금, 해금, 장구, 북)이 어우러진 취타 행렬이 앞서 나가며 길을 텄다. 영산재를 구경나온 청주 읍성 사람들도 백운 스승님의 영여행렬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합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