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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 잡지 > 기타
· ISBN : 9791186667910
· 쪽수 : 174쪽
· 출판일 : 2017-08-10
목차
권두언 / 시적 공동체를 위하여|5
제1부 시
최동호 / 극서정시 … 13
박정래 / 모퉁이에서 만난 곰 한 마리 ∥ 모과차를 담그며 … 14
양균원 / 숫돌 ∥ 숨 … 18
황명강 / 낭산을 걷다 -선덕여왕- ∥ 평범한 일러스트 … 22
신덕룡 / 소리가 없다 ∥ 미니스톱 … 26
박순원 / 달라이 낙타 ∥ 각본도 연출도 없이 … 29
노승은 / 인천행 ∥ 일몰 … 32
이인주 / 프랑스 요리 ∥ 대국 … 36
최해춘 / 애월 ∥ 날아라, 토룡 … 40
정혜영 / 자유는 목숨을 당겨쓰는 일 ∥ 멀리 가는 사람 … 43
강호정 / 레츠요가 ∥혼자 마시는 술 -독백 1 … 47
배옥주 / 응시 ∥ 색채심리 보고서 … 51
권기덕 / 라인 ∥ 아무도 없었다 … 54
배성희 / 만우절 ∥ 타히티 … 58
지정애 / 크레바스 그리고 풀 ∥ 영래 칼국수 … 62
이지담 / 심해어 ∥ 막대기를 꽂는다 … 65
김병해 / 그대가 나를 다녀가네 ∥ 작시作詩 … 69
홍우식 / 고독한 개는 컹컹 짖는다 ∥ 환절기 2 … 72
김유섭 / 글라이더 ∥ 저녁 산책 … 75
이언주 / 슬픔의 고현학 -탄현 ∥ 솟대 … 79
한효정 / 종이의자 ∥여수식당 … 82
이정희 / 하느님 전상서 ∥ 네이멍구 안과 … 85
김종훈 / 자유형∥ 시창작 교실 … 89
김조민 / 조개가 움직이는 시간 ∥ 그저 그런 날들 … 92
송민규 / 도미노 알레그로 씨 ∥ 말 그림을 보냅니다 … 95
이경준 / 정기검진 ∥ 선녀가 쉬는 시간 … 99
임서원 / 플라스틱 이의 ∥ 커튼 … 103
이영란 / 파절 ∥ 회전문 … 107
최유리 / 공중세대 ∥ 볼이 … 111
정우진 / 바람개비 언덕 ∥ 푸른 감옥 … 114
손지안 / 집 한 채 ∥ 구름 마을 … 119
이현 / 목요일 ∥ 악수 … 123
정재리 / 순 ∥ 이별 칸타타 … 127
제2부 수필
백남오 / 지리산 종석대의 종소리 … 133
엄봉애 / 식탁의 기사들 … 139
제3부 평론
현순영 / 고독과 자유의 색 사프란블루, 그리고 성숙한 사랑 … 145
저자소개
책속에서
∥권두언∥
시적 공동체를 위하여
강호정(시인, 한성대 조교수)
과연 시 쓰기가 운명일까. 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쓰는 게 맞을까.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간혹 시 쓰기가 운명이라거나, 시 쓰기의 감옥에 흔쾌히 갇혀 사는 것 같다는 둥의 말을 들으면 살짝 당황스럽다. 시를 쓰지 않아도 살 수는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반문을 해 본다. 시를 쓰지 않는다면…? 시를 쓰지 않으면 나는 도대체 뭐하는 사람인가. 그러니까, 이것도 욕망이겠다. 시에 대한, 자아에 대한 욕망. 시를 통해 내가 나임을 확인받고 싶은 욕망. 결국 쓰지(用) 않아도 꼭 필요한 어떤 것이 시가 아닐까.
*
우연히 검도시합을 보다가 특이한 자세를 본 적이 있다. ‘좌상단’이라 한다. 한쪽 팔을 내줄 각오로 슬쩍 드러내 놓고, 나의 칼은 뒤로 숨긴 채 상대의 목을 겨누는 자세다. 쉽게 말하면 이런 뜻이다. “내 팔을 잘라라, 난 너의 목을 노리마.” 이런…! 자신이 노리는 것을 위해서 한쪽 팔을 내어줄 생각을 하다니. 빗대어 말하면, 시는 나의 일부를 내어줄지언정 본질의 목을 겨누는 태도가 아닐까.
*
상상적 존재의 부피가 있는데, 그 부피에 이르지 못하는 것 자체가 결핍이다. 그런데 살아가는 일은 이미 결핍된 존재를 더욱 오그라들게 한다. 평범하게 사는 일의 힘겨움. 어쩌면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되는 삶이 가장 어려운 삶일지도 모르겠다. 그 오그라든 존재의 터진 숨구멍. 그것이 시라고 믿는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의 숨구멍을 틔워주는 것. 시적 공동체를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다.
*
계간 <서정시학>에서 시인을 배출한 지 벌써 20년이 지났고, 그 시인들이 모여 동인의 이름으로 <미래서정>을 출간한 지 이번이 여섯 번째이다. 그동안 몇몇 등단시인들이 동참을 못하였으나, 또 새로 많은 시인들이 등장했다. 이들이 모여서 서로의 등을 다독이며 더딘 걸음이나마 꾸준히 한 길을 걷는다. 따로 시적 게토를 만들어서 뭔가를 주장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좋은 시에 대해 어깨를 토닥이고, 시가 잘 안 될 때 또 한 번 어깨를 토닥이는 소박한 시적 공동체를 꿈꿀 뿐이다. 서정의 미래를 걷는 그 더딘 걸음이 우리는 좋다.
2017년 7월
서정시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