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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686089
· 쪽수 : 95쪽
· 출판일 : 2016-04-29
책 소개
목차
소금 10 /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11 / 나비 12 / 두 사람만의 아침 14 /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16 / 빵 17 / 신비의 꽃을 나는 꺾었다 18 / 패랭이꽃 20 / 별에 못을 박다 21 / 질경이 22 / 나무는 24 / 꽃등 26 / 지상에서 잠시 류시화라 불리웠던 27 / 새들은 우리 집에 와서 죽다 28 / 물안개 30 / 여행자를 위한 서시 31 / 감자와 그 밖의 것들에게 34 / 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 36 / 나무의 시 39 / 첫사랑 40 / 짧은 노래 42 / 저녁의 꽃들에게 43 / 인간으로 태어난 슬픔 44 / 시월의 시 46 / 수선화 47 / 빈 둥지 48 / 소금별 50 / 옷 51 / 별 52 / 굴뚝 속에는 더 이상 굴뚝새가 살지 않는다 54 / 저편 언덕 55 / 히말라야의 새 56 / 램프를 고치러 성좌읍 화동에 가다 58 / 구름은 비를 데리고 60 / 여우 사이 62 /
그건 바람이 아니야 63 / 물쥐에게 말을 가르치며 64 / 폐결핵 67 / 사물들을 저마다 내게 안부를 묻는다 68 / 자살 69 / 가을 유서 70 / 사랑의 기억이 흐려져 간다 72 / 전화를 걸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사람에게 74 / 피로 써라 76 / 가을날의 동화 77 / 하얀 것들 80 / 눈물 82 / 길 가는 자의 노래 83
작품 해설 │〈소금인형〉에서 〈소금〉으로 (이문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소금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세상을 잊기 위해 나는
산으로 가는데
물은 산 아래
세상으로 내려간다
버릴 것이 있다는 듯
버리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있다는 듯
나만 홀로 산으로 가는데
채울 것이 있다는 듯
채워야 할 빈자리가 있다는 듯
물은 자꾸만
산 아래 세상으로 흘러간다
지금은 그리움의 덧문을 닫을 시간
눈을 감고
내 안에 앉아
빈자리에 그 반짝이는 물 출렁이는 걸
바라봐야 할 시간
빵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잘 구워진 빵
적당한 불길을 받아
앞뒤로 골고루 익혀진 빵
그것이 어린 밀이었을 때부터
태양의 열기에 머리가 단단해지고
덜 여문 감정은
바람이 불어와 뒤채이게 만들었다
그리고 또 제분기가 그것의
아집을 낱낱이 깨뜨려 놓았다
나는 너무 한쪽에만 치우쳐 살았다
저 자신만 생각하느라
제대로 익을 겨를이 없었다
내 앞에 빵이 하나 있다
속까지
잘 구워진 빵
패랭이꽃
살아갈 날들보다
살아온 날이 더 힘들어
어떤 때는 자꾸만
패랭이꽃을 쳐다본다
한때는 많은 결심을 했었다
타인에 대해
또 나 자신에 대해
나를 힘들게 한 것은
바로 그런 결심들이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삶이란 것은
자꾸만 눈에 밟히는
패랭이꽃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길 바라지만
한편으로는 잊혀지지 않는 게 두려워
자꾸만 쳐다보게 되는
패랭이꽃
꽃등
누가 죽었는지
꽃집에 등이 하나 걸려 있다
꽃들이 저마다 너무 환해
등이 오히려 어둡다, 어둔 등 밑을 지나
문상객들은 죽은 자보다 더 서둘러
꽃집을 나서고
살아서는 마음의 등을 꺼뜨린 자가
죽어서 등을 켜고
말없이 누워 있다
때로는 사랑하는 순간보다 사랑이 준 상처를
생각하는 순간이 더 많아
지금은 상처마저도 등을 켜는 시간
누가 한 생애를 꽃처럼 저버렸는지
등 하나가
꽃집에 걸려 있다
물안개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