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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748916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7-03-10
책 소개
목차
아브락사스의 정원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첫눈에 반한다는 게 이런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마리와 함께 길을 걸으며 이상한 경험을 했다. 나는 여자가 이렇듯 특별하게 다가온 적이 없었다. 그동안 여자 친구를 여러 명 사귀었지만 이렇듯 설레지는 않았었다. 나는 마리에게서 빛이 나는 걸 느꼈고, 한 번씩 가슴이 벅차올라 심호흡을 해야 했다. 특히 그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빨려들 것 같아 시선을 돌려야 했다. 나는 눈매가 야무지다고 표현했지만 장의 말이 더 옳았다. 매력적인 눈이었다.
“그러니까 저 설산이 데미안에 나오는 아브락사스인 거지?”
그러나 마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아니, 그거하고는 다른 얘기야.”
뭐가 다르다는 건지,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마리가 다시 말했다.
“이 마그리트의 설산은 희망을 얘기하지만, 데미안의 아브락사스는 천사와 악마를 공유하면서 이 세상을 지배하는 불완전한 신을 뜻하거든. 그래서 나는 데미안을 다섯 번쯤 읽어본 결과 이런 생각을 했어. 싫든, 좋든 아브락사스의 손아귀에 놓여 있는 게 인간의 운명이고, 아브락사스의 정원을 거니는 게 인간의 삶이라고.”
“그래도 다이애나가 낫다는 건, 그녀가 진심이 있어서야. 그녀는 아무나 안 키워. 자신이 첫눈에 반해서 실제로 사랑에 빠져야 움직여. 그런데 스타제조기라는 새끼들은 다 너희를 소모품 정도로 여기거든. 장난감이지, 가지고 놀다가 귀찮아지면 아예 망가트려서 쓰레기통으로 던져버리지. 말을 안 듣는 애들은 그냥 이 판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만들고. 그렇게 사라진 애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아? 마리도 그게 싫어서 꿈을 접은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