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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6861370
· 쪽수 : 349쪽
· 출판일 : 2024-06-10
목차
들어가며 4
1장 가족과 내 삶의 기억 7
- 장남이라는 이름의 무게 8
- 한국 가족의 센터 14
- 나는 상추 좋아하는 사위 25
- 한국에서 온 동생들 편지 32
- 작은아버지와의 만남 41
- 스위스 사람, 내 사위 47
- 췌장암을 발견하다 52
- 팔순 생일의 감흥 58
2장 파독광부, 그 강렬한 회상 65
- 파독광부의 첫 발을 내딛다 66
- 광부생활 일기 78
- 내 인생의 스승은 누구인가? 88
- 재독 한인단체장으로 봉사하다 98
3장 태권도 인생 105
- 태권도의 유래를 따라서 106
- 독일 태권도의 발자취 110
- 남북한을 잇는 태권도 118
- 베를린 최초의 태권도장 125
- 국기원 심사규정에 대한 충언 134
4장 고국을 향한 고뇌와 제언 139
- 독일사회에 대한 70가지 생각 140
- 인간적인 유대를 잊지 않으며 149
- 한인 입양인에 대한 짧은 소회 159
- 독일인들보다 더 철저하게 165
- 독일, 일본 그리고 한국에 대하여 171
- 나의 조국 자화상 178
- 비스마르크의 조언 181
5장 신문기사화 내용 187
6장 시범 및 시합 포스타(Poster) 259
나오며 347
저자소개
책속에서
들어가며
삶의 시간은 도도히 흘러간다. 날마다 무심코 걸으며 보이는 거리와 건물, 나무들도 자신들의 생애를 지나고 있다. 시간의 흔적은 역사로, 그 역사는 다시 나의 후손들의 길을 밝히는 등불이다. 지나온 과거를 돌아보면 마음 깊은 속에서 회한이 밀려온다. 불우한 가정의 장남으로 태어나 파란의 터널을 지나며, 이제 노년의 언덕에 서 있다. 코흘리개 유년시절이 바로 엊그제 같은데 이제 팔십의 성상을 넘어섰다. 내 인생의 강물은 격한 파도와 같아서 이내 삼킬 듯 하다가 어느새 고요의 길을 되찾곤 했다. 폭풍 같은 인생 속에서 나는 결국 이겨내고 살아내었다.
인생의 황혼에 ‘나는 누구인가’를 생각한다. 생각의 가지를 뻗으며 내 자신을 조명하다, 내가 걸어온 시간을 자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심정에서 지나온 발자취를 더듬어보았다.
나는 일생의 대부분을 태권도 사범이라는 직업으로 살아왔다. 태권도와 함께 걸어왔던 시간들은 나에게 충만한 자부심을 안겨주었다. 눈을 감으면 다양한 에피소드 가운데 희로애락의 장면들이 떠오른다. 학생들을 가르칠 때 짧은 휴식시간 동안 라면을 끓여먹으며 태권도를 가르쳤던 기억, 일본 가라데 측으로부터 모함과 위협을 받았던 시간, 디스코텍(Diskothek)에서 일하며 이마로 맥주병을 깼던 힘든 젊은 날의 기억도 이젠 추억의 필름이 되어 다가온다. 때론 고통이라 여겼던 사건들이 오히려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것은 필시 내가 나이가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파란만장한 삶을 이어오며 선진국 독일에 정착해 살아온 시간이 나에게는 모험이자 행운이었으며, 또 정신적 스승이자 삶의 즐거움이었다. 개개인의 운명은 팔자소관이 아니라 자신의 집념과 의지로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터득했다. 고통이 엄습해도, 그것을 피하는 것이 아니라 뛰어넘을 수 있는 용기는 이방인으로서 살아내야 한다는 숙명을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고국의 삶보다 독일 땅에서 산 세월이 많은 나는 촌음을 아껴가며 정착을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이방인으로서 비천함이나 비굴함에 나를 내버려두지 않았다. 나에게 독일은 가난에 대한 뼈아픈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동력의 땅이었다. 인간 김태현은 비루했던 어린 시절을 발판삼아 성공을 염원하고 지금껏 달려왔다. 이제 더 이상 허기진 인생은 존재하지 않았고, 용기로 얻어낸 삶의 열매들이 나를 기다렸다.
이곳에 살면서 느낀 것은, 독일인들은 자기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이 없고 떳떳하다는 것이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직업에 대해서도 편견이 없다. 외형의 화려한 모습이나 헐벗음으로 쉽게 판단하지 않는다. 설사 내면에 그런 생각이 있다 할지라도 쉬이 드러내지 않는다. 한편으로 존경심이 우러나온다.
반 세기 이상을 독일에서 살면서, 일흔 번 이상 고국을 방문했다. 그때마다 느낀 것은 모든 인간상은 여전히 변하지 않고 도로아미타불이다. 여전히 한국사회의 병폐가 눈에 보인다.
왜 우리 민족성은 변하지 않는가? 그것은 새로운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시민정신이 실종되었기 때문이다. 썩은 주머니에 새로운 것을 담아봐야 소용없고 여전히 과거 청산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는 새로운 시대정신을 받아들이지 않은, 의식의 나태함에서 비롯되었다. 우리 민족은 변해야 하고, 바뀌어야 하고, 고쳐야 한다. 다시 말해 인간 개조가 되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나의 조국이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고국과 독일 삶을 개인적 서사로 써내려가고자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들을 기억의 편린들과 버무렸기에 시대적 상상력으로 읽어주길 바란다.
비록 개인의 기록을 써내려가지만, 그것은 공동체의 기록으로 확장되고 역사의 소중한 한 페이지로 남겨질 거라 믿는다.
이 책을 쓰기까지 독서의 삶으로 이끌어준 철학자 도올 김용옥 선생, 작곡가 윤이상 선생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까지 내 삶의 후미진 그늘에서 열렬한 응원을 아끼지 않는 사랑하는 아내, 삶의 의미가 된 아들, 딸, 사위, 귀여운 손주들에게 사랑의 인사를 전한다.
2024년 6월
독일 베를린에서 김태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