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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6889213
· 쪽수 : 256쪽
· 출판일 : 2019-10-10
책 소개
목차
prologue 대한민국에서 비혼 여성으로 산다는 것
Chapter 1 나는 당신들의 결혼이 궁금하지 않다
대한민국에서 결혼 안 하고 살 용기
-“제발 내 인생에 관심 좀 꺼주시죠!”
‘남들 다 가진 것’을 안 가질 용기
-당신들의 필수품이 내 필수품은 아니다
내 속도대로 걸을 용기
-누구나 자기만의 속도가 있다. 나는 나만의 속도로 걷는다
나만의 온전한 공간을 요구할 용기
-40대에 다시 읽는 『죄와 벌』
당신들은 이동하지만, 상처받은 사람은 걷는다
-걸을 때 비로소 보이는 풍경들
‘밑줄 긋는 여자’가 IMF를 만났을 때
-간판 이름대로 됩니다
Chapter 2 누구의 간섭도 없이 내 맘대로 살아볼 용기
혼술을 기꺼이 즐길 용기
-술 한 잔과 글 한 줄, 방구석 주독(酒讀)의 즐거움
낯선 세상을 혼자 여행할 용기
-지금 못 떠나는 자 모두 유죄!
꿈 없이도 잘 살 용기
-모두가 달릴 때 나는 걷는다
소수자로 살 용기
-단절과 소외를 기꺼이 받아들이고 남들과 다르게 살 수 있는가?
욕망에 침식당하지 않을 용기
-기원(祈願)의 시작은 사람과 사람, 그 ‘사이’를 이해하는 것
광석 아재가 벽 속에서 웃고 있네
-봄 만개한 광석 아재 벽화 앞에 앉아 맥주 한 잔 기울이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으리
Chapter 3 모든 용기의 밑천은 팩트, 나는 나만의 속도로 걷는다
세상의 차별에 당당히 맞설 용기
-반대말조차 없는, 쓸쓸한 말들
타인의 불행에 눈 감지 않을 용기
-음악으로 배운 사회사-정태춘
독박 돌봄을 거부할 용기
-‘선택할 수 없는 간병’은 강제노동이다
국가에 분노할 수 있는 용기
-왜곡된 성차별적 인식과 정책을 고발한다!
“저기 구경하고 가라. 통영 좋지?”
-동쪽 벼랑 끝 그들에게도 역전 한 번은 있어라!
뒷모습이 말하는 것들
-상처는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발뒤꿈치 같은 곳…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1970년대에 태어나 1세대 비혼 여성에 속할 나는, 여러 번의 이직과 전업을 거쳤다. 그런데 면접을 볼 때마다 이력서에 명시된 경력이나 업무 배경보다 ‘결혼과 출산’ 유무에 관한 질문을 먼저 받는 경우가 더 많았다. 30대에는 “결혼했어요?”라는 질문이 40대에 접어들자 “아이는 몇 명이에요? 애들은 다 컸겠네요?”로 바뀌었다. “애는 없습니다”라고 짧게 대답하면 “아직 (설마!) 결혼 안 하신 거예요?”라며 놀란 얼굴로 다시 묻고 “이거 실례했군요. 결혼도 안 한 분에게 애가 있냐고 했으니…”라며 미안한 척한다.
그럴 때면 나는 속으로만 이렇게 답했다. 아주 딱딱하게. ‘이보세요! 업무와 무관한 결혼이나 자녀에 대한 질문 자체가 이미 실례입니다. 그리고 말입니다. 나는 면접을 보는 당신의 결혼이나 자녀 수가 하나도 궁금하지 않은데 당신들은 그게 왜 궁금한지 모르겠군요.’
물론 이런 말은 절대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나는 일자리를 구하러 간 것이지 상대를 교육하려고 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밥통 때문에 턱 아래까지 기어나오는 말을 삼키다 보면 전날 먹은 밥알이 다 올라오는 것 같았다. 그런 내가 싫었다. _ <대한민국에서 결혼 안 하고 살 용기> 중에서
일 없는 날 친구도 애인도 없이 오후 서너 시쯤 마시는 ‘혼맥’도 소소한 행복이다. 늦잠 자다 일어나 마시는 맥주가 무슨 맛이 있겠나? 10시쯤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고 집 앞산을 천천히 오른다. 한 시간 남짓 오르고 간단히 맨손체조 하고 또 한 시간쯤 멍 때리다 모두가 다 떠나고 난 자리를 느긋이 즐긴다. 내려오면 노독과 산책의 노곤함이 밀려든다. 그때 우루사나 박카스 대신 맥주 한두 캔 마셔보라. 위에서 누르고 아래서 잡아당기던 피로 적군들이 500ml 맥주 한두 캔에 슬며시 사라진다. 355ml는 양이 너무 적고 500ml가 딱 좋다. 이때 음악은 치킨보다 더 좋은 안주다. 기분 좋은 노곤함이 몸을 느슨하게 할 때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면 또 다가오는 한 주를 버티는 작은 힘이 되어준다! _ <‘남들 다 가진 것’을 안 가질 용기> 중에서
나는 혼자 하는 여행을 즐긴다. 시간도 없고 돈은 더 없어서 더 많은 곳을 가지 못하는 게 아쉬울 뿐이라 마음만이라도 세상의 온갖 곳을 떠돌아다니라고 스스로를 부추긴다. 그러니 돈도 많고 시간도 많으면서 혼자라서 못 떠난다는 사람들을 보면 안타깝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하다. 물론 그들에게도 변명거리는 많다. 지인들이 나에게 들이대는 논리는 비슷하다.
“넌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어서 네 맘대로 편하게 다닐 수 있는 거야.”
물론 그 말도 맞기는 하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었던 때, 그러니까 그들이 결혼하기 전에는 혼자 자유롭게 여행을 떠났을까? 그들은 여자 혼자 낯선 곳을 돌아다닌다는 두려움 외에 혼자 밥 먹고 혼자 구경하고 혼자 자야 하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혼자라는 외로움과 자신이 남들 눈에 불쌍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 두려운 것이다.
실상 사람들은 누가 혼자 다니건, 여럿이 몰려다니건 별 관심이 없다. 잠깐 호기심을 보여봤자 그곳을 떠나면 만날 일이 거의 없는데 무슨 상관인가? 나는 남들 신경 쓰지 않고 다닐 뿐이고, 당신들은 그런 나를 부러워하면서 집에 있을 뿐이다. _ <낯선 세상을 혼자 여행할 용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