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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운동 > 사회운동 일반
· ISBN : 9791186921050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16-02-10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5
1장 _ 자본주의의 환영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알 수 없는 자본주의 13 | 자본주의의 시작 15 | 자본주의의 핵심 19
‘20미터의 아마포=1개의 저고리’에 대한 고찰 21 | 화폐는 노동이 투입되지 않은 상품 23
화폐 신앙과 자연의 겸손
겸손을 상실한 인간 24 | 만능성 덕분에 폭주하는 화폐 25
내부에 침투한 보이지 않는 세계
누구도 말하지 않는 속임수 도박 27 | 시장 원칙은 상품이 아닌 것도 상품화했다 29
차라리 역행이 낫지 않을까
화폐의 발명이 인간의 행동을 극적으로 변화시켰다 31
인간의 생활이 생산 과잉을 따라잡지 못했다 32
2장 _ 뒷골목 자본주의
대출이 일상화된 자본주의
플레이 나우 페이 레이터(Play Now, Pay Later)의 세계 37 | 신용으로 성립된 외상 40
후안무치한 사람들
얼굴이 말한다 42 | ‘나는 특별하다’고 말하는 사람들 45
다방이 사라진 이유, 일하는 이유
연쇄점과 생활양식의 변화 47 | 더 중요한 ‘시간’을 실감할 수 있는 곳 50
편의점이 드문 마을
사람들의 삶이 마을의 체온 51 | 편의점이 잃어버린 것들 53
환영만 남은 유적지에서 존엄사 법안을 생각하다
눈에 보이지 않아서 더 소중한 것들 55 | 죽음의 개인성과 법과의 거리 58
지혜로운 관례로서의 증여
사람은 자기보다 남을 위해 살아간다 60 | 무상으로 받은 것은 돌려줘야 할 의무가 있다 61
얼굴 없는 소비자
기호화, 수치화된 소비자 63 | 어머니가 불편하신 다리로 동네 가게에 가시는 이유 64
인터넷에서 교환하는 위험한 말과 화폐의 관계
생생한 신체감각과 결합되지 않은 익명의 말 65
만능성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익명성과 화폐 67
교육과 정의
교육을 들쑤시는 사람들 70 | 정의와 파시즘 75
빵과 서커스에 놀아나는 사람들
동질성 압력이 강한 나라 일본 81 | 다양성의 장점을 잃어서는 안 된다 83
시간에 대한 고찰
돈과 시간에 대한 원칙적 고찰 85 | 우라시마 전설의 교훈 88
사기꾼은 돈벌이에 무엇을 이용하나 90 | 처음 상태로 돌아오다 93
기르던 개의 유언
교환으로 얻은 잡종견 ‘마루’ 94 | 두려움 뒤에 얻은 것 97
3장 _ 국민국가와 주식회사의 종언
주식회사라는 구상
주식회사의 기원 103 | 시작이 있는 것은 반드시 끝이 있다 109
등가 교환과는 다른 역사적 합리성 111 | 가족의 다양성과 일본의 회사 114
영미권의 가족 형태와 세계화 121 | 다양성과 공존의 방식 124
4장 _ 고양이 마을에서 바라본 자본주의
도시 속 시골 마을 129 | 고양이와 대화하기 131
대량 생산, 대량 소비, 대량 폐기 134 | 신체가 하는 말에 귀 기울이기 137
5장 _ 공중목욕탕은 새로운 경제의 해답인가
공공의 생활공간 143 | 공중목욕탕이 사라지고 아파트가 들어섰다 145
정상적인 경제의 중심에 있었던 공중목욕탕 148 | 발밑에 있는 정상적인 경제 151
나가며 155
참고·인용문헌 158
해제 159
책속에서
근대국가에 속한 인간은 자연을 통제하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며, 이런 계획을 추진하기 위해서 인간이 자연을 변화시키는 행위를 ‘진보’라고 규정할 필요가 있었다. 진보나 성장 같은 덕목이 인간이 추구해야 할 가치라는 것이다. 의복도 자동차도 에어컨도 모두 자연을 통제하는 기능에서 생겨난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상품을 대량으로 생산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선진국에 만연한 불황은 상품경제의 자립적인 운동의 결과로서 인간의 생활이 생산 과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상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같은 양의 쓰레기를 생산한다는 것이기도 하다. 대량 생산, 대량 폐기 시대는 우리가 원했던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나 이런 모순은 결국 파국을 맞을 것이다.
편의점이 출현하면서 우리는 돈만 있으면 혼자서도 살 수 있는 편리함을 얻었다. 편의점은 24시간, 언제라도 돈만 있으면 필요한 것과 교환할 수 있는 편리한 시장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오로지 돈뿐이며 학력도 친구의 도움도 가족의 협력도 지역 사람들과의 연대도 필요 없다. 계산대에 자기가 살 것을 올려놓기만 하면, 모니터에 금액이 표시되고 판매자와 말을 섞을 필요도 없이 돈을 내고 나서 물건을 들고 떠나면 그만이다. 그러나 만약 돈이 없다면, 편의점은 우리와 완전히 무관한 공간으로 우리에게 어떤 지원도 협력도 하지 않는다. 편의점에서 우리는 돈을 가져오는 무명의 소비자일 뿐이며, 돈 없는 사람은 매장 분위기만 해치는 방해꾼이다. 이럴 때나 우리는 편의점에 의존하던 삶에서 필요 없었던 것들, 즉 친구의 도움이나 가족의 협력, 지역 사람들과의 연대 등을 돌아볼 뿐이다.
근대사회는 ‘국민국가’라는 구상과 ‘주식회사’라는 구상을 전제로 발전했다. 이 두 가지 체계를 근간으로 구축된 다양한 제도는 ‘모든 경제는 성장하고 문명은 도시화를 향해 발전한다’는 믿음을 공유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연금과 보험, 저축 제도, 신용카드 결제 체계, 주택담보대출 등도 ‘경제는 성장한다’는 신념을 전제한다. 예를 들어 현재 1,000원은 1년 뒤에 1,100원이 된다는 전제를 염두에 두고 제도가 설계된 것이다. 경제 성장은 근대 국민국가 성립 이후에 생긴 조건으로 누구도 경제가 성장을 멈추는 시대가 오리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든 주식회사는 원칙적으로는 현재 투입한 돈이 몇 년 뒤에 불어난다는 주주의 기대가 없으면 성립하기 어려운 체계다. 산업혁명 이후 국민국가의 성장은 무엇보다도 ‘주식회사’라는 체계를 통해 실현됐다. 주식회사가 경제와 문명을 견인한 사실을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오늘날 세계화가 전 세계적 이슈가 된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서구 선진국에서 국가 자체를 성립시켰던 ‘경제 성장’이라는 환경이 막을 내리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주식회사는 경제 성장이라는 배경이 필수조건이며 경제 성장이 끝난다는 것은 ‘자본과 경영의 분리’라는 주식회사 체계 자체의 성립을 불가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