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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각국정치사정/정치사 > 일본
· ISBN : 9791186921920
· 쪽수 : 336쪽
· 출판일 : 2020-08-15
책 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 여러분께 3
들어가며 7
서장 ‘잿더미’ㆍ‘암시장’을 다시 묻다 11
제1부 잿더미ㆍ암시장의 이미지 편성
제1장 이야기할 수 없는 잿더미: 전후 일본의 영화비평과 잿더미 표상 37
제2장 과거가 빙의하는 곳: <20년 후의 도쿄>와 <들개>에 나타난 전재부흥 69
제3장 암시장과 인종주의: 암시장의 구조와 단속 대상의 변천 97
제4장 서사 속의 암시장 131
제2부 전후 일본에서 냉전기 일본으로: 국민적 경관과 이향(異鄕)
제5장 다무라 다이지로의 「육체의 문」론: ‘신생’의 서사와 잔여로서의 신체 169
제6장 ‘잿더미’가 암시장을 주변화하다: 이시카와 준의 「잿더미의 예수」론 191
제7장 ‘견딜 수 없음’을 넘어서: 미야모토 유리코의 『반슈평야』를 둘러싼 ‘전후’의 함정 215
제8장 ‘이향’의 공간성: 김달수의 「8ㆍ15 이후」 245
제9장 ‘아주머니들’의 투쟁: 민족교육과 탁주 273
종장 ‘잿더미’의 포옹으로부터 벗어나서 309
맺음말 323
옮긴이 후기 331
책속에서
일본은 미국의 냉전전략 아래서 ‘전후’를 향수해왔다. 그러나 한반도에서 냉전시대가 남긴 최후의 대립이 해소될 조짐을 보이는 오늘날, 이러한 자기충족적인 ‘전후’는 더 이상 성립 불가능한 것이 되었다. 이는 단지 ‘북한의 비핵화’를 염두에 둔 이야기가 아니다. 국제정치의 조건이, 나아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사회의 조건이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 변화를 어떠한 관점에서 보면 좋을까. 닳고 닳은 ‘전후’라는 필터를 통해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다.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의 잔해가 여기저기에 나뒹구는 황야의 광경은 사람들에게 일본이라는 제국의 붕괴를 분명하게 각인시켰다. 그런데 그 공간을 폭격기의 조종석과 동일한 위치에서 내려다보면, 소이탄에 의한 화재의 흔적이 도시공간에 균일하게 배분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군사시설을 꼭 집어 겨냥한 정밀폭격과 다르게, 소이탄에 의한 폭격은 인구가 밀집한 구역과 화재가 번지기 쉬운 장소를 대상으로 행해졌다.
이 잿더미의 광경은 꽤 오랫동안 ‘일본인’이 입은 전쟁의 참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기억되어왔다. 매년 3월에 열리는 도쿄대공습 추도식전(追悼式典)이나 8월 ‘종전의 날’이 다가올 때마다 미디어에는 ‘잿더미’라는 말이나 패전 당시에 촬영된 불탄 들판의 사진이 줄곧 등장한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에도 신문에 “재해지를 보고 공습 때가 떠올랐다”라는 투서가 잇따랐고, 당시 수상이었던 간 나오토(菅直人)도 지진 재해 발생으로부터 이틀 뒤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우리 일본인”이 직면한 것은 “전후 65년이 경과한 가운데, 어떤 의미에선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