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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문제 > 사회문제 일반
· ISBN : 9791187023074
· 쪽수 : 310쪽
· 출판일 : 2020-12-10
목차
제1장 지구화와 이주 그리고 생명평화
1. 지구화와 이주 그리고 아시아와 한국 – 박노자 21
2. 생명평화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주와 이주민 – 성상희 45
3. ‘평화’에 비추어 본 이주와 이주민 – 박흥순 91
제2장 이주민의 권리
4. 이주민 인권: 담론과 현실의 거리는 좁혀질 수 있을까 – 오경석 127
5. 이주민 사회통합과 주민권 – 이용승 159
6. 우리는 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가 – 이용재 191
제3장 이주민의 삶과 이민정책
7. 2018년도 광주지역 혼인이주여성 상담사례의 도전과 의미
– 오현선 239
8. 정치이념과 이민정책: 독일의 2019년 전문인력이민법을 둘러싼 정치적 논쟁을 중심으로 – 김수진 269
책속에서
[책을 내면서 ]
우리 함께 걷고 있다
박노해
오늘도 길을 걷는 우리는
알 수 없는 먼 곳에서 와서
알 수 없는 먼 곳으로 돌아간다
우리의 힘든 발자국들은
한 줌의 먼지처럼 바람에 흩어지니
그러나 염려하지 마라
그 덧없는 길을
지금 우리 함께 걷고 있으니
빛고을 광주에서 주로 활동하는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와 달구벌 대구에 뿌리를 둔 생명평화아시아가 뜻과 마음을 모아 달빛동행을 함께 실천하고 있습니다.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세계 사회민주주의의 전파자이자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후원자 역할을 하고 있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riedrich-Ebert-Stiftung)과 협력하여 “지구화와 이주 그리고 생명평화”를 출간하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비영리민간단체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는 선주민과 이주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2015년부터 교육과 연구출판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단법인 생명평화아시아는 약 4년간의 준비 끝에 2018년 창립되었는데, 생명이 존중받고 평화가 실현되는 공동체와 그 속에서의 평화로운 삶을 지향하고,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한 아시아인의 소통과 연대를 위해서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약 137억 년 전 빅뱅이라는 사건으로 물질과 에너지, 시간과 공간이 존재하게 되었고, 약 45억 년 전 지구 행성이 형성되었습니다. 250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인류(호모 속에 속하는 현존하는 모든 종)가 아프리카에서 유라시아로 이주하였고, 20만 년 전 호모 무리 중에서 현 인류의 조상인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하여 7만 년 전 아프리카에서 다른 대륙으로 이주 · 정착한 이후 현재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등 6대주에 걸쳐 77억 명의 인류가 193개의 나라를 이루어 살고 있습니다.
20세기 초 일제 강점기에 사할린으로 이주한 우리 동포들은 1917년 소련에 의해서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를 당하여 허허벌판에서 논과 밭을 일구며 살았고, 남미 브라질과 하와이로 이주하여 사탕수수 밭에서 일하였으며, 미국과 일본 등지로 이주하여 고단한 삶을 살았습니다. 1960년대에는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1970년대에는 사우디아라비아 등 서남아시아 지역에 건설노동자로 이주하였고, 수많은 아이들이 입양이라는 이름으로 한국을 떠나 이주민의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해방 이후 한국 경제의 비약적인 성장 이후 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의 사람들이 한국으로 들어와 노동자 혹은 한국 선주민의 배우자로서 이주민의 삶을 살고 있습니다.
이 책은 ‘생명과 평화’의 관점에서 이주민의 삶과 인권현실을 살피고 생명평화의 가치에 부합하는 이주민 정책의 큰 방향을 밝히고 있습니다. 이 책이 다양한 이유와 목적으로 이주해서 살아가는 이주민이 선주민과 어떻게 소통하고 공존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제시하는 마중물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또한 이 책이 이주민을 위한 활동가, 시민, 연구자 등에게도 도움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책의 집필에 참여한 여덟 분의 연구자, 집필과 출판 비용을 감당하고 제반 절차를 도와 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의 스벤 슈베어젠스키(Sven Schwersensky) 소장과 헤닝 에프너(Henning Effner) 신임 소장, 김태현 담당 매니저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책을 기획한 생명평화아시아 성상희 이사와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박흥순 소장, 이 책이 나오기까지 집필자 선정에서, 강연회, 필자토론회, 교정 등 제반 절차를 챙긴 생명평화아시아의 손영호 연구기획이사, 남은경 사무국장, 이명은 활동가, 그리고 이 책이 세상에 나올 수 있게 수고해 주신 도서출판참 윤지현 대표에게 감사드립니다.
메소포타미아 길가메시 서사시에는 인생에 관한 다음과 같은 글이 있습니다.
“인생의 시작과 끝은 정해져 있으니, 첫 번째는 의미 있는 일을 하고, 두 번째는 잘 놀고, 세 번째는 서로 사랑을 나누는 것이 인생의 정답이다.”
우리 함께 그 길로 걸어가면 좋겠습니다.
2019년 11월 하순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생명평화아시아를 대표하여
생명평화아시아 이사장 유한목이 씁니다.
[서문]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아프리카 코사(Xhosa)족 속담을 넬슨 만델라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자주 인용했다고 한다. 이 세상이 혼자 걷는 길이 아니라 함께 걷는 여정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것이다. 다문화사회는 혼자 빨리 걷는 여정이 아니라, 모두 함께 걷는 여정이다. 이주민과 선주민이, 이주민과 이주민이, 선주민과 선주민이 모두 이인삼각(二人三脚) 경주를 함께 하는 것과 흡사하다.
이 여정에 달구벌과 빛고을에서 활동하는 두 단체가 뜻을 모아서 달빛동행을 실천하는 첫 단계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빛고을 광주에 자리한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와 달구벌 대구에 뿌리를 둔 사단법인 생명평화아시아가 함께 뜻을 모았다. 그리고 세계 사회민주주의의 전파자이자 한국 민주주의 운동의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하였던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riedrich-Ebert-Stiftung)의 도움을 받아 이 책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두 단체가 추구하는 으뜸 가치인 생명과 평화로 이주민의 삶과 인권현실을 살피고 생명평화 가치에 부합하는 이주민 정책을 제안하자는 것이 이 책의 기획 취지이다.
생명평화아시아는 생명이 존중받고 평화가 실현되는 공동체와 그 속에서의 평화로운 삶을 지향하며, 생명과 평화의 가치를 바탕으로 아시아인의 소통과 연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는 선주민과 이주민이 평화롭게 공존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2015년부터 교육과 연구, 출판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으며 생명평화아시아와 가치를 공유하면서 일상적인 교류를 하고 있다. 책 출간을 위해 몇 차례 기획회의를 거쳤는데 그 과정에서 정리된 주요한 문제의식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 사회의 생명존중 수준은 그 사회에서 가장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가와 관련이 있다. 현재 한국에는 200만 명이 넘는 이주민이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취약한 계층이다. 특히 이주노동은 상대적 저임금이라는 자본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으로 “차별”을 내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이주민 처지를 생명존중 가치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째, 평화로운 삶은 서로 해치지 않고 누구나 절제된 속에서 즐겁게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 사회에서 대부분의 이주민은 열악한 직업과 생활 조건, 사회적 차별 속에서 불공평한 처우를 받고 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고 이주민은 평화로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셋째, 한국의 이주민들은 주로 아시아권으로부터 온 사람들이고 이들의 이주는 출신국의 경제와 정치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이주민 문제의 해결방안을 찾고 바람직한 이주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이들 나라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소통과 연대가 필요하다.
두 단체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토대로 글의 주제와 필자를 정하였다. 그리고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에 공동으로 책을 출간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노동문제는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이념인 사회민주주의의 핵심적인 주제이며, 이주노동은 노동 내부에서 차별이 드러나는 부분으로 사회민주주의의 주요한 가치인 평등의 실현이라는 관점에서 중요한 주제라고 인식을 하고 두 단체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에 제안을 한 것이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사업 제안을 흔쾌히 수용하여 생명평화아시아와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이 공동으로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되었다.
필자들이 한창 원고를 작성하던 중이었던 7월에 일시 귀국한 박노자 교수를 초청하여 “지구화와 이주 그리고 역사”라는 제목으로 서울에서 강연회를 열었다. 이 강연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공동으로 진행하였다. 그 뒤 9월에 필자들이 모여서 토론회를 가졌는데, 각자 원고를 발표하고 동료 필자들이 수정, 보완 의견을 내는 자리였다. 필자토론회 이후 다시 제출된 원고를 생명평화아시아 사무국에서 교정 작업을 하였고, 필자와 교정 작업자 사이에 수차례 의견이 오고간 후 최종 원고를 완성할 수 있었다. 책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지구화와 이주 그리고 아시아와 한국”은 스스로 이주민의 지위에서 한국생활을 시작하여 깊고 밝은 눈으로 한국사회를 들여다보고 여러 글과 책으로 한국 독자들에게 메시지를 전해 온 박노자 교수의 글이다. 이 글은 세계적인 신자유주의 시대 이민 정책이라는 맥락에서 한국 이민의 현실, 그리고 이민 정책을 점검해 본다. 박노자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전반적 경향과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이민 인구는 극도로 파편화 되어 있으며, 체류 조건이 훨씬 더 좋은 전문직과 대개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육체노동자 사이의 차별도 크지만, 동시에 한국계 외국인을 의미하는 동포와 결혼 이주자 등도 특별한 범주로서 국가에 의해 별도로 관리되고 있다고 본다. 결론에서 필자는 선택적 배제와 동화 압력으로 점철된 한국의 이민 정책은 이민 사회로의 원활한 이동을 어렵게 하는 만큼 그 개선이 사회적 급선무 중의 하나라고 맺음을 한다.
생명평화아시아 이사인 성상희의 글 “생명평화의 눈으로 바라보는 이주와 이주민”은 생명평화사상이라는 눈으로 이주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조금 색다른 시도를 한다. 주요 종교의 생명과 평화에 대한 관점을 분석하고, 전통신앙과 불교에서 시작하여 동학, 한살림, 생명평화결사로 이어지는 한국의 생명평화사상을 조망한다. 이어서 생명평화의 관점에서 이주와 이주민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라는 방향을 제시한 후, 이주민을 바라보는 인종주의 시각의 극복, 생명평화의 가치에 반하는 이주문제 관련 용어 사용, 한국 이민정책의 이중성과 다문화주의의 편협성, 이주민 지위에 관한 국제기준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한국의 현실을 분석한다. 성상희는 우리는 모두 ‘국민’이기 이전에 ‘인간’이며, 자본의 이동이 자유로운 만큼 사람의 이동도 자유롭도록 보장하는 이주 정책이 국민국가와 대륙연합체 수준에서 수립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결론에서는 생명평화의 가치와 생명평화운동이 이주민의 운동과 만나야 하고 만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평화에 비추어 본 이주와 이주민”은 공존과 평화의 개념에 주목하여 연구하는 성서학자로 기독청년의료인회 협동목사, 다문화평화교육연구소 소장으로 왕성한 실천 활동과 집필 작업을 하고 있는 박흥순의 글이다. 박흥순 소장은 “이주민과 선주민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갈등과 문제에 대한 진단이나 분석을 시도하는 글”이 아니라 “다양한 이유와 목적으로 이주해서 살아가는 이주민과 선주민이 어떻게 소통하고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안을 제시하는 시도라고 밝힌다. 박흥순은 ‘평화’를 사람과 사람이 서로 비추어 보는 것, 사람과 사람이 서로 배우는 것, 그리고 사람과 사람이 함께 사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 글은 선주민과 이주민이 서로 비추고, 선주민과 이주민이 서로 배우고, 선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살아가는 것을 평화에 비추어 살펴본 글이다.
안산 국경 없는 마을의 형성에 주요한 역할을 하였고 경기도외국인인권지원센터 소장으로 일하면서 이주문제를 오랫동안 천착해 온 오경석 박사의 “이주민의 인권: 담론과 현실의 거리는 좁혀질 수 있을까”는 열정적인 이주민 인권 옹호 활동에도 불구하고 이주민 인권 담론과 현실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지 물으면서 인권과 주권의 모순관계, 문화적 권리에 대한 둔감성이 구조적인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그 간격을 좁히기 위해서 이주인권 옹호 활동의 지향점이 이주 인권의 주류화로부터 ‘비-비주류화’로 재설정될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한다. 이주 인권의 비-비주류화를 위해 그는 이주민 현실의 비통계적인 재구성, 국가주의와 구분되는 담론의 형성, 외국인 혐오에 대응할 수 있는 논거와 전략의 개발, 새로운 정치의 공간으로서 지역의 중요성 등이 새롭게 토론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주민 사회통합과 주민권”은 대구대학교에 재직하면서 대구대 다문화사회정책연구소 부소장을 맡고 있고, 녹색당 당원이자 생명평화아시아 연구기획모임의 구성원으로서 꾸준히 이주와 이주민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용승 교수가 쓴 글이다. 이 글은 주민권을 통해 이주민의 지역사회 통합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의 연구 질문은 두 가지이다. 첫째, 이주민 지역사회통합이란 무엇이며, 그것은 어떤 경로로 가능한가? 둘째, 그 과정에서 지위, 권리 혹은 정체성으로서 주민권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가? 주민권은 체류자격 내지는 법적 지위, 인종, 민족, 출신국가, 개인적 성향, 계급, 사회적 지위 등과 무관하게 단지 그가 해당 지역의 주민이라는 이유만으로 마땅히 인정되어야 하는 권리와 지위, 정체성이 있다는 것을 말한다. 글의 목적 달성을 위해 먼저 사회통합의 의미를 규정하고 이를 지역과 연결했다. 이 과정에서 이주민의 주체성을 강조했다. 다음으로 시민권의 내용으로부터 유추하여 주민권의 내용을 구성하였고, 보편성과 다문화주의, 인권과의 관계를 통해 주민권의 정당화를 시도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주민권의 구체적 구현방안을 제시했는데, 이주민의 욕망에 대한 정직한 대면, 이주민의 정책 결정 과정 참여, 체류 기간 확대, 이주민의 책임과 의무 부담 등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주민권을 주장할 때 유의할 점 몇 가지를 제시하는 것으로 결론에 갈음하였다.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경상북도의회 사무처 주무관으로 재직 중인 이용재 박사의 글 “우리는 왜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가”는 국가 간 경제격차가 심화되면서, 생존을 위해 국경을 넘는 대부분의 이주자들이 새로운 국가에서 이주노동자로 살아가고 있으며, 불안한 법적·사회적 지위로 열악한 노동환경에서 생존을 위한 노동을 강요받고 있는 현실에서 이들의 최소한의 권리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답하고자 하는 문제의식에서 쓴 글이다. 노동의 권리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성격에 더하여 자유권적 기본권의 성격도 아울러 가지고 있는 국가 이전에 이미 형성된 삶의 권리이며, 세계화시대에 다른 국가의 국민이기도 한 이주노동자의 권리보호는 상호 의존하는 국제관계에 비추어도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더불어 한 국가에서 인권침해는 세계의 인권 향상을 저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국제사회 모든 구성원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다.
“2018년도 광주지역 혼인이주여성 상담사례의 도전과 의미”는 오랫동안 대학에서 신학을 가르치면서 이주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논문을 쓰고, 이주민 인권개선을 위한 교육활동을 해 오다 최근 대학에서 은퇴하고 1인 연구소 “공간 엘리사벳”을 운영하고 있는 신학자 오현선 박사가 집필하였다. 글은 2018년 광주 다누리콜센터가 실시한 혼인이주 여성의 상담사례 보고서를 중심으로 혼인이주 여성이 겪는 폭력의 내면을 비판적으로 살피고 있다. 필자는 문화가 다른 두 존재의 만남으로 이룬 국제혼인가정에서 ‘더 가난한 나라에서 온 여성 아내’는 ‘상대적으로 경제력을 가진 가부장 남성 남편’에 비해 열등한 위치에 배치된다는 것을 지적한다. 또한 불평등하게 서열화된 관계 도식에서 이주여성으로서 겪는 폭력 문제에 대한 원인진단과 해결방식을 탈식민주의 관점과 탈가부장주의 관점에서 제안하고 있다.
“정치이념과 이민정책”을 쓴 김수진 박사는 베를린 자유대학교에서 원자력정책 비교연구로 박사논문을 쓰고, 원자력과 녹색전환에 대한 연구를 해 온 학자이다. 김수진의 글은 노동이민과 난민정책을 둘러싸고 독일에서 최근 전개된 정치적 논쟁을 소개하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쟁점을 자유주의, 평등주의, 그리고 민족주의 담론으로 분석한다. 그는 정치학자 샹탈 무페의 주장에 기반하여 다원 민주주의의 작동을 위한 핵심 기제로서 정치적 논쟁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우리사회에서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는 미등록 이주민 문제는 결국 이민이나 난민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정치적 논쟁과 정책 부재에 기인한다고 주장한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많은 분들의 노력과 도움이 있었다. 우선 기획단계에서부터 함께 논의하고 전체 과정을 같이 점검하며 집필비용과 출판비용의 대부분을 감당해 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참여와 도움이 없었다면 이 책은 나올 수 없었을 것이다. 애정을 가지고 기획단계에서 방향과 내용에 관하여 좋은 제안을 해 주고 적지 않은 금액의 재정지원을 결정하고 실행해 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의 스벤 슈베어젠스키(Sven Schwersensky) 소장과 이 책의 출판단계에서 한국에 부임하여 책 출간의 마지막까지 도움을 준 헤닝 에프너(Henning Effner) 신임 소장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한다.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의 지원업무는 김태현 매니저가 담당하였다. 김태현 매니저는 책 출판과 관련된 절차, 비용지원 등 전체 일정에 걸쳐 필요한 사항을 점검하고 집필과 출판이 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김태현 매니저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의 모두에게 감사드린다.
다음으로 생명평화아시아의 연구기획과 출판 업무 담당자들의 꼼꼼한 지원과 노력에 감사드린다. 생명평화아시아 손영호 연구기획 이사는 기획단계에서부터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과의 협의, 집필자 선정과 집필 독려, 강연회, 필자토론회 등 제반 절차를 기획하고 집행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였으며, 교정 작업 전반에 걸쳐 많은 노력을 하였다. 생명평화아시아 연구기획모임의 구성원인 이용승 교수는 스스로 집필에 참여하는데 더하여 집필자를 선정하고 집필에 참여하도록 요청하고 설득하는 수고를 하였다. 남은경 사무국장, 이명은 청년활동가는 강연회와 필자토론회의 진행을 위한 준비, 교정 작업에 힘을 쏟았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의 벗으로 그들의 인권옹호를 위한 변론을 왕성하게 해 온 박정민 변호사도 필자토론회에 참가하여 의견을 주고 교정 작업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 주었다. 모두에게 고맙다는 말씀을 드린다. 마지막으로 이 책이 만들어져 나오기까지 알뜰한 챙김으로 훌륭한 단행본을 만들어 준 도서출판참 윤지현 대표께도 감사드린다.
필자토론회가 9월 20일에 있었는데 열흘 전이었던 9월 10일 경북 영덕군 축산면에 있는 수산물가공업체에서 일하던 베트남과 태국 출신 이주노동자 4명이 젓갈 가공공장 지하탱크를 청소하기 위하여 들어갔다가 질식하여 사망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국적 노동자에 견주어 임금과 복리후생에서 차별을 받을 뿐 아니라, 생명과 신체의 보호라는 산업안전보건 측면에서도 매우 열악한 지위에 놓여 있는 실정이다.
이주민들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공평한 조건에 따라 한국 땅에서 일을 할 수 있고, 한국인과 외국인이 필요에 따라 서로의 국적을 취득하고, 인연에 따라 결혼하고 평등한 가정생활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생명평화의 가치가 실현되는 이주민의 삶의 모습일 것이다. 이 책이 이주노동운동을 포함하여 이주민 운동에 헌신하는 이주민과 선주민 출신의 활동가,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선한 시민과 종교인들, 이주 문제와 이주운동에 대한 연구 활동을 하는 연구자들에게 조그마한 도움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모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드린다.
모두에게 평화를!
2019년 11월 29일
집필자를 대표하여 박흥순과 성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