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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036227
· 쪽수 : 101쪽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
은하수 13
수탉 14
격파 15
물매화 16
놋쇠황소 18
꽃을 쉬게 하세요 20
자연은 자꾸 냉정해만지고 21
세상 모든 얼굴 가진 것들 22
잘 가라, 첫사랑 물방울 벌레들아 24
쇠가 부드러우면 칼을 만들 수 없고 26
허기 28
비린내 29
입동 30
겨울바람에 낙엽이 31
여우고개 32
나는 보리밭으로 갈 것이다 34
낙숫물이 언젠가 지구를 뚫을 것이다 36
입춘 지나 어디쯤 38
제2부
식구 41
다녀오겠습니다 42
아무 데나 43
꽃밭에는 꽃들이 44
서글퍼서 45
용접 46
풍성갈비 47
지워질 것이다 48
말 달리자 49
대설풍경 50
폭설 51
성님성님하면서 눈이 내릴 때 52
다시 안면도에서 53
두루미는 물가에서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고 54
아직도 아궁이 불빛이 56
뜨거운 열매 58
피 대신 흐르는 것들 59
꽃 같은 세상 60
제3부
바늘 63
고요 65
첫사랑 66
아지랑이 67
몸살 68
호두 두 알 70
송아지 눈 속 깊은 우물을 본 적 있니 71
꽃소식 72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73
사과문 74
저녁이 오고 있다 저토록 아름다운 75
보라 76
불국사 77
너에게 가는 동안 78
중환자실 79
가을 편지 80
객사 82
문득 83
해설ㅣ정우영 85
저자소개
책속에서
<허기>
오늘은 귀로 국수를 먹습니다 바람국수를요 바람이 키운 아이가 국수를 말고 있습니다 굶어죽은 사람의 마지막 숨결이 고명으로 얹혔네요 누군가 어깨 들먹이며 울먹이는 국수 흐느끼는 국수 한숨으로 울음으로 뜨거워진 국수를 먹습니다 내 안에 사는 허기라는 이름을 가진 짐승은 다리가 코끼리를 닮았고 대가리는 쥐를 닮은 놈이 배창새기가 흰고래수염만큼 커서 그 허기가 말도 못하여 저승 윗목에 부는 바람같이 막을 길이 없습니다 국수를 먹습니다 불치의 국수를 집 없는 국수를 문이 없어 꽉 막힌 국수를 팔다리 잘리고 몸뚱이로만 굴러다니는 불구의 국수를
<나는 보리밭으로 갈 것이다>
지난겨울이 내게 가르쳐준 것은
수십만 킬로 고압선도 종달새의 작은 발을 따뜻하게 해 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오늘 내가 머리를 쓰다듬으니 돌멩이도 눈을 뜨더라
지렁이도 자기 몸을 즐길 줄 아는 날들이다
바람은 지난겨울 내내 믿음이 없는 사람은 예술가가 될 수 없다 중얼거리며 쏘다니다가 생각 깊은 얼굴로 꽃그늘에 앉아있다
생각의 근육이 얼굴을 만든다고
오늘은 신의 근육을 만져본 것도 같다
겨우내 베개 밑으로 만져지던 차갑고 거친 눈빛이 아직 얼얼한데
그 손끝에서 세상 모든 쫓겨난 것들이 모여 우는 아궁이를 보았다
세상의 아침을 보았다
새벽이슬을 열고 나온 불면증 환자의 눈에서 고약을 뜯어내는 시간
부스럼을 이기고 나오는 새살들을
<성님성님하면서 눈이 내릴 때>
입춘 추위가 매섭던 새벽 차비도 없이 눈 속에 갇혀버린 광명하고도 사거리에서 헤매다 찾은 조모 시인의 고시원
성님 시원한 물 쪼까 드셔 이 방 저 방 다니며 담배도 얻어 와서 성님 담배 잠 피워 보드라고잉 앗따 차비라도 구해얄 텡게 또 이 방으로 저 방으로 돌아친다 성님 전철비가 천오백 원잉께 버스비가 팔백오십 원 이제 이천사백 원이면 갈 수 있제 성님 꼬깃꼬깃한 천 원짜리 한 장에 백동전을 하나하나 세어가며 손에 쥐어준다 성님 참말로 미안하요 라면이라도 한 봉지 끼려 드려야는디 주머니 먼지밖에 가진 게 없어라 맨발로 따라나서며 우린 입춘의 눈발을 맞는다 성님 봄 되면 나가야지라 일거리도 많을 테고라 방도 얻어야지라 성님 도다리 좋은 놈 잡아 회도 쳐 묵고 찌개도 끼려 감서리 소주도 한잔 찌끄리고잉
새봄엔 광명한 햇살이 내리실라나 광명사거리에 눈 내린다 성님성님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