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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178255
· 쪽수 : 180쪽
· 출판일 : 2023-12-20
책 소개
목차
1부 나비는 어느 결엔가 꿈속으로
붉은점모시나비
나비뼈
플라타너스를 위한 변명
그리운 골목길
쇳내
눈물이 진주라면
학이 춤추는 동래
사두족 엄지 이야기
청자 상감매죽학문 매병
부르카와 마스크
2부 숨과 숨 사이에
파시를 찾아서
모포줄을 찾아서
포뢰를 위한 레퀴엠
피리 소리가 달빛을 감아올려
강철무지개가 걸린 가야금
애월 바다에 해월이 떠오르면
숨골
아버지와 해마
섬은 빈집, 할망바당에 무덤 하나가 떠다닌다
곱을락 숨바꼭질
숨과 숨 사이에 그 섬이 있다
맨드라미 데칼코마니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우리네 삶도 연약한 식물들의 공생 관계와 다를 바 없다는 깨달음이 없었다면, 이 책에 실린 내 글들은 스스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힘조차 지니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투명한 물의 막에서 막 깨어난 나비가 되어 물살을 가른다. 척추를 활처럼 휘게 하고 어깨를 수면 위로 들어 올리면서 재빨리 물을 밀어주면 정말이지 나비가 된 것 같다. 눈의 각막을 한 겹 더 감싸주는 물비늘 때문인지, 모든 게 두 겹으로 보이기 시작할 즈음이면 수면과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 저 너머에서 천국의 문 또한 열릴 것만 같다.
엄마의 방에는 장롱이 있었다. 그 장롱 속엔 옥색치마 같은 열두 폭 바다가 있었다. 비파 열매 탐스런 옛집, 포구로 뚫린 창에 노을이 찾아들면 나는 엄마 없는 엄마의 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면 방을 온통 차지한 장롱의 매끈한 옻칠이 석양빛에 반사되어 안방 전체가 윤슬을 되튕기는 저녁 바다 같았다.